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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재앙의 위기…‘비판’이 변화 이끈다
파국·재앙의 위기…‘비판’이 변화 이끈다
  • 김재호
  • 승인 2023.10.09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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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몽의 변증법 함께 읽기’ 한상원 교수
프랑크푸르트사회연구소 창립 100주년

최근 읽은 『계몽의 변증법 함께 읽기』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웃을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에 웃음이 터진다.” 요즘 풍속을 여실히 드러내는 지적이 아닐까. 한국의 정치는 여전히 진흙탕이고, 사회는 혐오·증오가 들끓고, 경제는 갈수록 빈부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이 책의 저자 한상원 충북대 교수(철학과)가 서울 서교동의 인문사회과학아카데미인 필로버스에서 막스 호르크하이머(1895∼1973)와 테오도어 아도르노(1903∼1969)의 『계몽의 변증법』(1944) 강독 세미나를 진행하고, 그 내용을 수정·보완해 책으로 출간했다. 지난달 30일, 한 교수를 서면 인터뷰했다. 

오른쪽 사진은 프랑크푸르트 사회연구소 1세대인 호르크하이머, 아도르노다. 이 둘은 『계몽의 변증법』을 통해 세계적 학자로 이름을 알렸다. 맨 왼쪽 사진은 『계몽의 변증법 함께 읽기』를 출간한 한상원 충북대 교수(철학)이다. 사진=위키피디아·한상원

“우리는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위기의 시대는 비판을 요청한다. 어원을 보면, 위기는 어떠한 시대를 가르는 분기점이다. 그러한 분기점이 어떤 방향으로 이어질지, 그러니까 위기가 파국과 재앙으로 귀결될 것인지, 아니면 그러한 위기의 극복 이후 새로운 변화로 이어질지를 결정하는 것은 비판이다.”

한 교수는 대학·교수사회에 오늘날 우리 사회를 조명하고 변화를 도출하기 위한 ‘학문적 상호교차’를 주문했다. “초기 프랑크푸르트학파의 비판이론 정신은 ‘상호학문적 연구’라는 방법에서 나온다. 이것은 비판이론이 맑스주의 정치경제학 비판, 헤겔의 변증법 철학,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그리고 대중문화 분석 등의 밀접한 상호교차 속에서 전개돼야만 ‘비판적 사회이론’으로써 ‘사회적 총체성’을 비판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출발한다.” 

특히 올해는 프랑크푸르트학파라고 알려진 프랑크푸르트사회연구소가 창립 100주년을 맞아 의미를 더한다. 이곳에는 허버트 마르쿠제, 에리히 프롬, 발터 벤야민(정식 멤버는 아니고 지원만 받음), 위르겐 하버마스, 악셀 호네트 등 쟁쟁한 학자들이 포함돼 있다.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지난달 13일부터 사흘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괴테대에서 국제학술대회 ‘비판이론을 미래화하기’(Futuring Critical Theory)가 열렸다. 현재 프랑크푸르트사회연구소는 4세대로 이어졌다. 한 교수에 따르면, 2021년 사회학자 슈테판 레쎄니히가 연구소장으로 취임했다. 1세대는 호르크하이머·아도르노, 2세대는 하버마스, 3세대는 호네트 등이 중심이 돼 이끌었다. 4세대는 이론적 다양성·개방성을 추구한다. 자본주의 비판에 대한 첨예화, 프랑스 후기구조주의 권력이론 연구, 영미권 여성주의·탈식민주의·신유물론 등과 연결한 이론 전개 등이 특징이다. 

오는 14일, 서울대에서도 프랑크푸르트사회연구소 100주년 기념 학술대회가 열린다. 5개 학술기관인 사회와 철학연구회·이론사회학회·한독교육학회·연세대 인문학연구원·경북대 미주유럽연구소가 공동 주최한다. 

이번 학술대회는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연구 전통에 부응해 철학·사회심리학·교육학·사회학·문학·미학·문화이론 등 다양한 학문 분야의 연구자가 참여하는 학제적 학술대회로 마련됐다. 1부 ‘프랑크푸르트학파 100주년 회고와 전망’에선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사회학), 문성훈 서울여대 교수(현대철학), 이시윤 공주대 강사(사회이론)가 발표한다. 2부 ‘프랑크푸르트학파와 현대사회비판’ 총 7개 분과에서 27명이 발표하고 토론한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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