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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교원의 교수시간, 대학 자율에만 맡길 수 없다
대학 교원의 교수시간, 대학 자율에만 맡길 수 없다
  • 홍성학
  • 승인 2023.08.28 16: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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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논평_ 홍성학 충북보건과학대 명예교수

지난 6월 28일 교육부는 대학의 학사운영 자율성의 폭을 확대한다는 취지로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6조(교원 등의 교수시간) 제1항을 개정하는 입법예고를 하였다. 현재는 “교원(학교의 장과 강사는 제외한다)의 교수시간은 매학년도 30주를 기준으로 매주 9시간을 원칙으로 한다. 다만, 학교의 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학칙으로 다르게 정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내용을 “교원(학교의 장과 강사는 제외한다)의 교수시간은 학칙으로 정한다”로 개정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구체적인 개정 이유로 “대학의 역할이 산업체와 지자체 협력으로 확대되면서 전임교원의 중점 역할 역시 교육뿐만 아니라 연구·산학·대외협력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으나, 여전히 교수시간은 주 9시간 원칙이 통용되어 대학 특성에 따른 교원의 역할 변화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계속되었다. 이에 대학의 발전전략과 특성화에 따라 교수시간을 정할 수 있도록 개정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언뜻 보면 매주 9시간의 원칙에서 벗어나 대학 학사운영 자율성의 폭을 확대하고, 대학의 발전전략과 특성화에 따라 교원의 역할에 맞게 교수시간을 정할 수 있도록 하여 타당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대학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학이 확대된 학사 운영의 자율성을 악용하여 주당 교수시간을 늘릴 수 있고 대학 간 교수시간의 편차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등록금이 14년째 동결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립대학은 주당 교수시간을 늘리는 기회로 삼고 싶을 것이다.

대학의 자율성 확대가 악용된 대표적인 사례로 2002년에 도입된 계약임용제를 들 수 있다. 계약임용제를 도입할 당시에는 계약임용제를 도입하면 기존 기간임용제에서 정한 제한적인 임용기간에서 벗어나 우수한 교원에게는 장기 계약과 높은 임금으로 우대를 하여 교육·연구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하였다. 하지만 실제 도입된 이후 낮은 임금의 단기 계약임용에 악용되었다. 대학 간 임금격차도 커졌다.

따라서 대학 교원의 교수시간 결정에 대한 대학의 자율성을 확대하기 이전에 대학이 자율성을 악용하여 교수시간을 늘려 대학 교원의 노동조건을 열악하게 만드는 것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한 방안으로 먼저 교원의 보수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지도록 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즉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이하 교원지위법)」 제3조(교원 보수의 우대) 제1항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교원의 보수를 특별히 우대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법의 취지에 맞게 모든 대학에 적용하는 것이다.

교원의 보수를 국가와 지자체가 책임지게 되면 대학 입장에서는 학령인구 감소와 등록금 동결 상황에서도 교원의 인건비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있게 되고, 주당 교수시간을 늘릴 필요가 없어진다. 오히려 전임교원확보율을 높이고자 할 것이다. 대학 간 임금 격차도 발생하지 않게 된다. 학생 정원이 적으면서 교육 여건이 좋은 특성화된 강소대학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두 번째로 민주적 학사운영을 실현하도록 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이번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은 “교원의 교수시간을 학칙으로 정한다”라고 하였는데, 현재도 ‘교원의 교수시간’은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4조(학칙) 제1항에서 학칙기재 사항으로 정하고 있다. 

문제는 많은 대학에서 학칙 제·개정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학칙기재 사항을 제·개정한다는 점이다.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4조(학칙) 제3항은 “학교의 장이 학칙을 제정 또는 개정하고자 하는 때에는 학칙이 정하는 바에 따라 제정안 또는 개정안의 사전공고·심의 및 공포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거나 형식화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적 학사운영이 안 되고 있는 대학이 많은 것이다. 더욱이 개정안은 매주 9시간의 원칙에서 벗어나 대학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있어 민주적 학사운영이 더 안 지켜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대학의 학사운영의 자율성을 확대하기 전에 민주적 학사운영을 더 강조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각 대학에 「고등교육법」과 「고등교육법 시행령」에서 정한 학칙 제·개정 절차를 제대로 지키도록 하는 지침을 제시하고, 「고등교육법」 제60조(시정 또는 변경 명령 등)에 따라 관리·감독해야 한다.

특히 지침 내용에는 “교원에게 있어서 주당 교수시간은 「근로기준법」상 취업규칙에 해당하는 만큼 대학과 교원 간에 노사대등관계의 원칙이 지켜지고, 교원 개별이 아닌 집단적 동의 절차가 지켜지는 학칙 제·개정 절차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렇듯 대학 교원의 교수시간 결정에 대한 대학 자율성은 국가와 지자체의 책무성, 학사운영의 민주성 등을 전제로 해야 한다. 「교원지위법」에서 정한 대학 교원의 보수에 대한 국가와 지자체의 책무성을 강화하도록 하고, 「고등교육법 시행령」에서 정한 학칙 제·개정 절차를 제대로 지켜 학사운영의 민주성을 실현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러한 종합적 접근 없이 대학 자율성의 폭만 확대한다면 국가와 지자체가 맡아야 할 책무까지도 대학 자율이라는 미명하에 대학에 떠넘기는 것이 된다. 그리고 대학 사용자 측의 자율을 확대하는 것으로 전락하여 악용될 것이다. 

홍성학 충북보건과학대 명예교수
전국교수노조 위원장과 교권쟁의실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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