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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년트랙 문제는 대학 자율에 맡길 사안 아니다
비정년트랙 문제는 대학 자율에 맡길 사안 아니다
  • 홍성학
  • 승인 2022.04.18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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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교원신분의 국가 책무성
홍성학 충북보건과학대 명예교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은 후보 시절 ‘비정년트랙 전임교원’ 폐지는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대학무상화·평준화추진국민운동본부가 제20대 대선 후보들로부터 받은 고등교육 공약에 대한 답변 중 ‘비정년트랙 전임교원’ 제도 폐지와 관련된 답변이다.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의 처우 개선은 필요하다고 답변하였다. 그러나 ‘비정년트랙 전임교원’ 폐지를 대학 자율에 맡기는 것은 헌법과 교원지위 관련 법령상 바람직하지 않다.

헌법 제31조제6항은 교원의 지위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은 법률로 정하도록 한다는 교원지위법정주의를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이라는 명칭은 법률에 없는 명칭일 뿐만 아니라 그 의미상 법률에 적합하지도 않다.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이라는 명칭은 원천적으로 정년에 이를 수 없는 전임교원 계열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전임교원에게는 재임용기대권이 있어 계약기간이 만료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적법한 재임용심의절차 없이 당연퇴직하도록 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대법원(2011두22686)에서 있었다. 즉, 전임교원은 적법한 재임용심의 절차에 따라 재임용 여부를 결정받을 권리가 있고, 반복적인 재임용과 재계약에 의해 정년에까지도 이를 수 있다. 따라서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이라는 명칭 사용은 법률상 적합하지 않으므로 대학 자율에 맡겨서는 안 된다.

 

‘비정년트랙’, 교원 신분 안정 측면에서 접근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의 문제는 명칭 사용을 금지하는 것에 머물러서는 안 되고, 근본적으로 대학 교원의 신분 안정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많은 대학에서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을 임용하는 이유가 저임금으로 전임교원을 확보하는데 있다는 것으로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저임금 전임교원을 임용할 수 있다. 대학무상화·평준화국민운동본부가 각 후보측들에게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의 폐지 여부에 대해 질문을 한 것은 궁극적으로는 대학 교원의 신분 안정에 대해 질문을 한 것이다. 그리고 대학 교원의 신분 안정에 대해 국가가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하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대학 교원의 신분 안정에 국가가 나서는 것이 헌법과 교원지위 관련 법령상 타당하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 2004헌바72 결정문(2006. 5. 25 판결선고)에는 헌법 제31조제6항에서 교원의 지위를 특별히 국회가 제정하는 법률로 정하도록 교원지위법정주의를 명시한 것에 대한 의미를 적시하고 있다. 즉 교원의 지위에 관한 사항은 행정부의 결정에 맡겨두거나 전적으로 사적자치의 영역(사립대학)에만 귀속시킬 수 없을 만큼, 교육 본연의 사명을 완수함에 있어서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다.

또한 앞의 헌법재판소 결정문은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약칭, 교원지위법)의 입법과정에서 교원의 보수를 우대하는 주체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임을 분명히 하였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그 결정문에 따르면 1990년 국회의원 23인에 의해 처음 발의되었던 법안 제3조제1항은 “교원의 보수는 특별히 우대되어야 한다”라고 되어 있었고, 제3조제2항은 “사립의 각급학교의 경영자는 그가 경영하는 학교교원의 보수를 공무원인 교원의 보수수준으로 유지하여야 한다.”라고 되어 있었다.

 

국가가 맡아야 할 책무까지도 대학에 떠넘겨

그러나 전문위원 검토보고에서 ‘사립학교가 그 소속교원의 보수를 공무원인 교원의 수준으로 유지하는 문제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이 법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사립학교 경영자 측의 노력과 더불어 보다 많은 국고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있어야 할 것임’이 지적되었다. 그리하여 법안 심의 과정에서 교원의 보수를 우대하는 주체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임을 분명히하여 제3조제1항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교원의 보수를 특별히 우대하여야 한다”로 정리하였다. 그리고 제3조제2항은 사립학교 경영자에게 사립대학교원의 보수를 국·공립대학교원의 보수수준으로 유지하도록 권고하는 훈시규정으로 두었다.

그러나 이러한 교원지위법 취지와는 달리 사립대학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대학 교원의 보수를 우대하는 주체로 나서지 않았다. 국가가 맡아야 할 책무까지도 대학 자율이라는 미명하에 대학에 떠넘겼다. 한편 교원 1인당 학생 수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전임교원확보율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OECD는 교원 1인당 학생수가 일반대학의 경우 15명, 전문대학의 경우 16명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24명, 33명이다. OECD 수준으로 개선하려면 일반대학은 학생충원율을 62.5%, 전문대학은 48.5%로 낮추든지 더 많은 전임교원을 확보하여야 한다. 그러나 등록금에 의존하는 대학들로서는 어려운 일이다. 오히려 대학 교원의 임금을 낮추고 동결시키는 대학이 나오고 있다.

헌법과 교원지위법 취지에 따라 대학 교원의 신분 보장에 대해 국가의 책무성을 확고히 할 것을 새로운 정부에 제안한다. 고등교육에 대한 GDP 대비 공교육비에서 우리나라는 정부 0.6%로 되어 있는 비율을 적어도 OECD 평균 수준인 정부 1.0%로 개선하기를 바란다.

 

홍성학 충북보건과학대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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