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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계약임용제, 전면 재검토 필요하다
교수 계약임용제, 전면 재검토 필요하다
  • 홍성학
  • 승인 2023.06.27 1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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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논평_ 홍성학 충북보건과학대 명예교수

2018년 8월 30일은 대학 교원들의 교권을 위한 역사적인 날이었다. 헌법재판소는 대학 교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고 있지 않은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이하 교원노조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당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문에서 주목해서 봐야 할 대목이 있다. 대학 교원의 근로자성 및 단결 필요성과 관련된 내용이다. 헌법재판소는 대학 교원의 임금, 근무조건, 후생복지 등 교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 등을 위한 단결권의 보장이 필요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 이르게 한 주요인으로 대학 교원의 임용 제도를 들었다. 즉 대학 교원 임용 제도가 전반적으로 대학 교원의 신분을 보호하기보다는 열악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변천되어 왔다고 지적하였다.

특히 2002년 이후 본격 시행된 계약임용제는 기간뿐만 아니라 여러 근로조건을 계약으로 정하여 임용·재임용하기 때문에 대학 교원의 신분을 불안하게 하고 대학 경영진들의 대학 교원에 대한 통제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상존하게 하고 있다고 하였다. 

헌재, “계약임용제 이후 비정년트랙 등 계약직 교원 확대”

헌법재판소는 이에 대한 근거로 계약임용제 시행 이후 실제로 ‘비정년트랙전임교원’과 ‘강의전담 교원’ 등의 명칭으로 임용한 낮은 임금의 단기 계약직 교원이 등장하여 확대되었고, 이로 인해 대학 교원의 저임금과 신분 불안에 대한 우려가 커졌음을 제시하였다.

이렇듯 헌법재판소는 대학 교원에게 단결권의 보장이 필요한 상황이 되었다는 점,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은 대학 교원의 임용제도가 대학 교원의 신분을 열악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변천되어 왔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2018년에 들어 헌법재판소에서 계약임용제의 폐해를 지적하였지만 2002년 계약임용제를 본격적으로 도입하여 시행하기 전부터 이미 계약임용제 도입에 대한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가 많이 있었다는 사실도 되짚어 봐야 한다.

전국교수노동조합도 2001년 설립을 추진하던 과정에서부터 계약임용제가 대학 교원의 교권을 실추시킬 것이라고 하면서 계약임용제 도입에 대한 반대 입장을 강력히 밝혔다. 그럼에도 당시 교육인적자원부(현 ‘교육부’)는 계약임용제 도입을 적극 주장하는 입장을 폈다. 2002년 교육인적자원부 김 모 대학행정지원과장은 ‘계약임용제는 우수한 대학 교원들을 우대하고, 대학 교원 임용의 자율성을 대폭 확대함으로써 교육·연구의 질을 향상시켜 우리 대학 교육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려는 의도로 도입된 것’이라고 하였다. 

계약임용제, 낮은 임금·단기 계약 악용

그러나 우려와 반대 목소리에서 지적하고 헌법재판소에서 밝혔듯이 계약임용제는 대학 교원의 신분을 열악하게 만드는 임용제도였을 뿐이었다. 우수한 대학 교원들을 우대하는 방향으로 적용되기는커녕 낮은 임금의 단기 계약 임용에 악용되었음이 드러났다.

계약임용제 시행 초기에 ‘비정년트랙전임교원’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면서 계약기간이 끝나면 당연 퇴직하는 임용제로 잘못 인식하고 적용한 대학이 많았다. 대학 교원 임용의 자율성을 대폭 확대한다고 하였지만 대학 교원의 단결권이 보장되지 않고 대학의 민주적 시스템이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대학 경영진의 인사권이 남용되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문 내용을 고려해 보면 대학 교원의 교권을 확립·강화하기 위해서는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 따라 보장된 대학 교원의 단결권을 적극 활용하는 것과 대학 교원의 신분을 열악하게 만드는 대학 교원의 임용 제도를 근본적으로 검토하여 바꾸는 것이 모두 필요하다.

먼저 신분을 열악하게 만드는 현재의 대학 교원의 임용 제도, 즉 계약임용제하에서는 단결권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교수노동조합을 결성하고, 노사협의회를 구성하는 등 단결 조직체를 만들어 사용자 측과의 교섭과 협의 활동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학 교원의 신분을 열악하게 만드는 것으로 밝혀진 계약임용제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교섭과 협의 활동은 교권을 확립·강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 계약임용제가 대학 교원의 신분을 열악하게 만드는 주요인으로 밝혀진 이상 근본적으로 재검토하여 바꾸어 가는 적극적인 추진이 필요하다.  

국가와 지자체 책무성 강화 필요

이제 계약임용제에 대한 근본적인 전면 재검토를 늦출 수 없다. 우수한 대학 교원들을 우대하고 낮은 임금의 단기 계약 임용과 대학 경영진의 인사권 남용을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의 계약임용제를 폐기하든지 적어도 계약임용제 도입 이전에 적용했던 기간임용제(직급별 승진 기간을 정하고 호봉제 적용)보다 개선된 계약임용제가 되도록 해야 한다.

계약기간은 기간임용제에서 적용했던 기간보다 길게 하고, 임금에 대해서는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이하 교원지위법)」 제3조(교원 보수의 우대) 제1항을 적용하여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성을 강화하는 것이 한 방법이다. 「교원지위법」 제3조(교원 보수의 우대) 제1항은 제2항에서 규정한 개별 대학의 사적 자치가 갖는 책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성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8년 8월 30일을 대학 교원들의 교권을 위한 헌법재판소 결정이 있었던 역사적인 날로 기억하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헌법재판소의 결정문 내용을 바탕으로 대학 교원의 교권을 확립·강화해 가야 한다. 대학 교원의 임용제를 대학 교원의 교권을 확립·강화하는 방향으로 바꾸고, 이를 토대로 대학의 교육·연구 여건의 질과 품격을 높여야 한다.   

홍성학 충북보건과학대 명예교수
전국교수노조 위원장과 교권쟁의실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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