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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고전 빅데이터 구축…57년간 매달린 고전번역 외길
동양고전 빅데이터 구축…57년간 매달린 고전번역 외길
  • 김재호
  • 승인 2022.10.25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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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 출판사 현장을 가다 ⑥ 전통문화연구회

디지털과 온라인이 확산되는 가운데, 전통적인 출판사들 역시 활로를 모색하고있다. 그동안 학술출판에 주력해 온 출판사들은 어떤 도약을 꿈꾸고 있을지 ‘디지털 시대 출판사 현장을 가다’를 통해 알아본다. 과연 디지털 시대에 책은 어떤 의미를 지니며 출판사들은 어떤 철학과 경영 전략을 펼치고 있는지 출판사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특히 심혈을 기울였던 책들 중 대표적인 저서 세 권을 뽑아 다시 소개한다. 여섯 번째 출판사는 서울시 종로구에 자리한 전통문화연구회이다.

“전통문화연구회는 동양고전을 현대어로 번역하는 일과 번역서를 디지털화한 DB 등 디지털 정보를 기반으로 하여 ‘동양고전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기계 자동번역’과 세계 최고의 동양고전 정보망을 구상하고 있다.”

 

이계황 전통문화연구회 이사장은 57년간 고전번역 사업에 온 인생을 바쳐왔다. 동양고 전 번역, 한자교육, 민족문화 고양에 기여했다. 그는 지난 12일, 제36회 ‘책의 날’을 맞아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사진=전통문화연구회

 

“동양학 한류가 대세인 시대가 올 것이다.” 이계황 전통문화연구회 이사장은 지난 12일, <교수신문>과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이사장은 “동양고전 정보망이 잘 구현돼 한·중·일 삼국에서 대한민국이 동양학을 이끄는 선두주자가 되면, 영화·음악·드라마 등 예술 분야 한류와 차원이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통문화연구회는 동양고전을 현대어로 번역하는 일과 번역서를 디지털화한 DB 등 디지털 정보를 기반으로 해 ‘동양고전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기계 자동번역’과 세계 최고의 동양고전 정보망을 구상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34년 동안 전통문화연구회를 운영해온 동력은 무엇일까. 이 이사장은 “한국고전번역원의 전신인 민족문화추진회(이하 민추)에서 일을 맡았다가 그 일이 인연이 돼 57년간 고전번역 사업에 머슴 노릇을 했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민추에 근무하면서 우리나라에 조선(朝鮮)시대의 교과서였던 사서집주(四書集註) 조차도 번역돼 있지 않아, 일본어 중국어 중역(重譯)을 참조하는 상황을 알게 됐고, 이로 인해 사서삼경 등 동양 기본고전의 우리 번역이 매우 절실함을 알게됐다.” 이 이사장은 “그 이후 민추를 나오면서 (사)전통문화연구회를 창립하게 됐고, 한문 기본고전의 번역과 교육을 평생의 업으로 삼아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됐다”라고 답했다. 이후 전통문화연구회는 IT기술 활용, DB구축, AI기반 정보화 등으로 시대와 함께 호흡했다.

 

4차 산업혁명도 전통·역사문화가 토대

그런데 갈수록 한자교육이 위축되는 경향도 보인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한자교육과 전통문화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한자교육의 부재는 소통의 단절을 가져온다.” 이 이사장은 “흔히 알려지기를 한글만으로도 충분히 소통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이는 우리말의 70% 이상을 구성하고 있는 한자단어의 의미를 파악하고 있다는 조건에서 가능하다”라며 “그런데 점차 한자교육을 등한한 결과 우리말의 70% 이상이 사어화돼 가고 있다. 나라에서는 문화선진국을 지향하면서도 전통문화를 단절하는 문화후진국으로 나아가고 있으니 오늘날의 교육이 참으로 안타깝다”라고 답했다. 그는 방탄소년단(BTS)의 예를 들며, “4차 산업이란 것이 정보나 교육, 서비스 산업 등 지식 집약적 산업을 총칭하는 말인데, 이러한 바탕에는 역사 문화가 집약된 전통문화를 떼 놓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현재 한자교육이나 전통문화 진흥 관련 법이나 제도 중에서 개선돼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 이사장은 헌법에도 명시된 민족문화의 창달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반문했다. “헌법 제69조에는 대통령이 취임할 때 반드시 ‘민족문화의 창달(暢達)에 노력’할 것임을 선서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헌법 제9조에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해야 한다’라고 했다. 이렇게 엄중하게 민족문화와 전통문화 계승과 창달에 관해 명문화돼 있는데도 불구하고 한자교육과 그것이 우리 문화의 일부임을 부정하고 단절함으로써 전통문화를 누릴 권한을 빼앗고 있다. 이는 명백한 기본권 침해라고 할 수 있다.”

기억에 남는 필자가 있는지 물었다. 이 이사장은 “학계의 원로인 정태현 선생이 『현토완역 논어집주』(오서오경독본)를 장장 7년여의 시간을 들여 간행했다”라며 “물론 초고는 1~2년 만에 완성했지만 번역한 컴퓨터 파일에 문제가 되어 다시 복원하는 우여곡절도 있었으며, 책의 정밀성을 높이기 위해 수차례 퇴고(推敲)를 했는데 마지막 단계에서는 호흡이 불편해 몸소 산소통을 끌고 다니면서 원고를 마감했다”라고 답했다. 그는 “요즘 젊은 학자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열정”이라고 강조했다.

 

실용에만 매몰돼 결국 팬데믹 발생

코로나19로 인해 의학 정보나 자기계발서 혹은 실용서 등이 주목 받고 있다. 인문서나 동양서 등 책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해 문화적 차원에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 이사장은 “자기 계발서같이 취업이나 승진, 이직, 연봉협상 등 실용적인 목적에서 쓰인 책이 유행하는 등, 개인이나 자신이 속한 조직의 이익 추구로 사회가 피폐해지고 자연이 훼손되고, 결국엔 코로나19 팬데믹 같은 현상이 초래했다고 본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와는 달리 동양고전은 대체로 인간과 자연에 대한 넓은 포용을 담은 책”이라며 “이런 때일수록 고전을 통한 자기성찰, 인간사랑, 자연보호 등으로 시각을 확장시켜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대학사회 혹은 교수사회에 바라는 것이 있는지 물었다. 이 이사장은 “지성의 요람이라고 하는 대학이 정부 재정에 의존하고 있는 구조적 모순으로 정부의 교육정책에 수동적”이라며 “게다가 일부는 정교수가 되면 월급쟁이 교수로 변모하기도 하고, 또는 자녀를 교수로 만들기 위한 행동 등으로 소인화되기까지 한다”라고 우려했다. 그는 “‘자신의 분야에서 학술적 발전을 위해 헌신하여 국가와 인류발전에 기여하겠다’는 각오와 헌신으로 한 몸 아끼지 않는 교수들이 적어서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다시 주목하는 책책책

1. 「현토완역 사서삼경」 시리즈
「현토완역 사서삼경」은 국내 최초로 주자의 집주까지 번역한 책으로 국내 동양고전 번역사의 큰 획을 그어 동양고전 번역을 이끈 책이다. 『대학·중용집주』, 『논어집주』(상·하), 『맹자집주』(상·하), 『시경집전』(상·중·하), 『서경집전』(상·하), 『주역전의』(정·원·형·이)가 있다.

 

 

 

 

 

 

2. 「역주 십삼경주소」 시리즈
「역주 십삼경주소」는 주자학 일색의 우리나라 학계를 고주(古注)의 연구로 넓혀서 학술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책이다. 『논어주소』(1~3), 『맹자주소』(1, 2), 『주역정의』(1~4), 『효경주소』(1~7), 『상서주소』, 『예기정의』 등이 있으며 총 130여 책이 간행될 예정이다.

 

 

 

 

3. 「역주 설문해자주-출토문헌보주」 시리즈
「역주 설문해자주 - 출토문헌보주」는 전문 번역자와 학술연구가 그룹이 함께 참여해 번역사를 뒤바꿔 놓았다. 갑골문, 백서, 죽간, 금문의 연구성과를 담아 단옥재 『설문해자주』의 오류를 바로 잡았다. 매년 2책씩 20여 책이 간행될 예정이다. 

 

올해 34주년 맞은 전통문화연구회

1988년 4월 30일, 창립총회를 열고 초대회장으로 안병주 박사가 취임했다. 같은 해 7월 1일, 고전연수원이 설치됐고 제1회 고전교양강좌가 열렸다. 다음 해 7월 3일, 출판사 등록(제1-936호)을 마쳤다.

1990년 5월 25일에는 「동양고전국역총서」 발간작업을 착수했고, 『현토완역 논어집주』를 발행했다. 1992년 9월 5일부터 현재까지 「기초한문교재」 간행을 착수해 7종 5책을 선보였다. 1995년 7월 1일엔 관련 단체와 공동으로 한자한문교육에 관한 우리의 견해 대정부 건의를 했다. 같은 해 8월 7일엔 광복 50주년 민족문화창조선언을 했다.1996년 초대이사장으로 안병주 박사, 제3대 회장으로 이계황 현 이사장이 취임했다. 1998년, 창립 10주년 기념식 겸 『현토완역 사서집주』 완역 출판기념회가 개최됐다.

2000년 사이버서당을 개설했다. 2001년 12월 30일, 동양고전역주총서 3종 3책을 간행하고 『고문진보전집』을 완간했다. 2003년 3월 2일부터 수년간 서울디지털대 등 원격대학에 교양한문 콘텐츠를 제공했다. 2010년 1월 2일, 동양고전 정보화사업에 착수했고 동양고전종합DB에 8책 역주를 개시하며 서비스를 시작했다. 2015년 12월 11일, 동양고전역주사업 평가 결과 매년 최우수(A등급)를 받아 오고 있다. 2018년 11월 21일, 창립 30주년 기념식 및 학술발표회를 개최했다. 2020년 11월 19일, 제1회 국제학술대회 「동아시아 동양고전 번역 현황과 미래 전망- 십삼경주소의 번역을 중심으로」를 개최했다. 2022년 10월 12일 위 공로를 인정받아 이계황 이사장은 ‘책의 날’ 장관표창을 수상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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