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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삶, ‘의미적 자유’를 바라보면서
문학과 삶, ‘의미적 자유’를 바라보면서
  • 우자한
  • 승인 2021.11.26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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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시선
우자한(연세대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중국인 사이에서 한국 근현대소설에 대한 공감의 밀도는 상당히 희박하다. 일본에 비추어 보면 더욱 흐려져 보인다. 나쓰메 소세키,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기본이고 『라쇼몬』, 『금각사』 또한 회자된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언제 노벨 문학상을 받을지 담소의 화두로 부각되며 이사카 코타로의 작품은 널리 명성을 떨친다. 기대를 품고 지인에게 이광수의 『무정』을 소개해 보자. 결국 광수가 언제 소설까지 쓰느냐 하는 질문에 ‘런닝맨’의 세계성을 경탄하면서 문학상 한·일에 대한 우리의 인식론적 편차를 깨닫게 되었다. 가끔 문학을 두루 섭렵한 사람의 입에서 박완서, 김애란이 파편적으로 등장하나 그것은 아름다운 무지개처럼 천재일우에 불과하다.

나는 문학을 전공하면서 소설의 폴리포니를 온몸으로 감수(感受)한다. 소설은 말의 미학이다. 불경과 파괴의 전복성에 잇닿아 소설의 토대 위에는 체계화된 언어와 르네상스식 인간군상이 “모래사장에 그려진 얼굴”과 함께 부지중에 산산조각으로 부서진다. 해체적 시선의 교차 운동 가운데 나라, 민족 등 붙잡을 수 없는 모상(模像)보다 낱낱의 개인과 혼성체적인 통일에 반사된 소수의 가능성이 우선 응시된다.

황석영의 『객지』와 『삼포 가는 길』, 김인숙의 『바다와 나비』, 정세랑의 『보건교사 안은영』과 『피프티 피플+』. 괴기하고 우스꽝스러운 진실, 즉 예술화된 그로테스크한 세계감각과 마주칠 때마다 나는 한국의 기쁨과 슬픔, 그 저변에 깔린 개체의 낭만성과 ‘차이생성’이란 존재양식에 던져진다. 

‘한류’에 의해 조형된 생경한 나라의 이미지 앞에서 한국소설의 지평을 조망해 온 나는 무언하곤 한다. ‘광장’으로서의 한국에 대해선 우린 접할 기회도 그 겨를조차도 없다. 이 지점에서 소설은 물론 김윤식 교수가 지은 ‘5대 작가 연구’에서 흘러넘친 지성의 아우라, 전봉관 교수가 환원해 준 일제강점기 너머의 풍경 등도 좋은 경로일 텐데. 그러나 우리는 결국 자본의 증식과 폐쇄적 국제화에 포위되어 부득이 편협한 시야를 가진 채 “머리가 논리적이지만 마음의 힘을 잃어버린” ‘우리’가 되어 버린다.

신역사주의의 동시대성을 맛보나 현실이란 테제를 들여다보는 데 나는 여전히 문학이란 1차원적인 시공간에 잠기고 있다고 직감한다. 지난 1년 간 인류학에 잠깐 머물렀는데, 그 와중에 문학과 삶의 접점과 맞닿게 되었다. 라투르와 바흐친의 어법으로 표현하자면 정화보다 번역을 추적하며 세계를 대칭적으로 응답하여 책임 있게 재구(再構)해야 한다. 그래서 사소한 일상에서 경이로운 순간을 발견하고 편견과 몰이해를 ‘헤테로글로시아’를 통해 불식하도록 노력하기 시작했다. 아르바이트로 한국어를 가르칠 때 언어지식을 소설을 비롯해 한국의 이면을 대표할 만한 저서와 더불어 알려주었다. 다행스럽게도 효과는 나쁘지 않았다.

“연약한 의지를 갖지 않는다면 인간은 천사에게도, 죽음에게도 굴종하지 않을 것이다”고 앨런 포가 말했다. 한국에서 문학을 공부하며 나는 그 ‘연약한 의지’에 직면해 부단히 극복하러 나선다. “너희 세대는 신앙 따위가 없다.” 아버지 세대로부터 여러 번 들어온 ‘경고’이다. 서재(書齋)를 벗어나 나는 “지행합일”(知行合一)과 “선험적 상상력”을 통과하면서 에스노그래피가 보여준 색다른 사실성을 동경하고 삶의 믿음을 포착하려 한다. “사람들은 시시각각으로 자기에게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살아갈 수밖에 없어요.” 날카롭지만 다소 비관적인 우인(友人)의 생각이었다.

확실히 사람들은 실존의 측면에서 여러 속박을 탈출하기 어렵다. 하지만 의미적 차원에서는 우리가 모두 자유를 즐겨 감싸 안을 수 있고, ‘지금-여기’에 감싸 안고 있다. 최근에 미래에 열려 있는 소설에서 작가를 ‘오독하는’ 동시, 나는 잡다한 의미와 연결되어 그 합류점에서 흘러나온 자유의 절경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더 빠르게, 더 힘있게.” 나는 마음을 먹었다. 

 

우자한(牛紫韩) 연세대 국어국문학 박사과정
연세대 국문과 현대문학 전공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김동인, 주요섭, 이상 등 주로 일제강점기에 활발하게 문필활동을 전개한 작가들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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