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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문화자산 ‘공공재’ 인식이 먼저다
책, 문화자산 ‘공공재’ 인식이 먼저다
  • 김재호
  • 승인 2020.09.25 1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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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중소서점들
도서정가제 덕분에
문화 큐레이터로 자리매김

지난 18일, ‘도서정가제 공동대책위원회 간담회’가 국립민속박물관 대회의실에서 긴급하게 열렸다. 이날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과 관련 국장과 과장, 출판사 관계자들이 모여 도서정가제 개선방안(안)을 논의했다. 이에 한국출판인회의 김학원 회장(휴머니스트 출판그룹 대표)을 전격 인터뷰해보았다. 


김 회장은 이날 논의에 대해 “기존의 브리핑하고 큰 차이가 없다”면서 “현재의 개선안은 역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도서정가제가 정착 중에 있으며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중소서점들의 숫자가 늘어나거나 문화 큐레이터로서의 자리매김 등이 그런 예이다.  


김 회장은 “간담회를 열었다는 건 아직 논의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라며 “그동안 작가, 서점, 출판사 등 다양한 의견들을 균형감 있게 듣지 못한 건 안타깝다”고 밝혔다. 도서정가제 개선안은 늦었지만 졸속으로 하면 안 된다는 게 김 회장의 입장이다. 문체부는 앞으로 2주 안에 도서정가제 개선안에 대한 입장을 내놓을 예정이다. 

 

도서정가제는 2003년 2월 처음 도입돼 우리나라 출판 시장의 안정적 발전을 도모해왔다. 실제로 한국출판인회의가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도서정가제가 중소 서점들에 대부분 도움이 되는 것(67.3%)으로 나타났다. 8월 19일부터 4일간, 총 4천600개 출판사와 서점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경쟁 완화, 공급률 안정 등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많았다. 또한 최근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교보문고 애독자 6천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 결과, 도서정가제의 기본 취지에 59.2%가 찬성해 반대 의견(24.8%)보다 2.4배 많았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실시한 ‘도서정가제에 대한 인식 조사’를 보면, 현행 도서정가제에 대해 긍정이 36.9%로 부정 23.9%보다 많았다. 향후 도서정가제에 대해 일부 개선 보완이 62.1%로 가장 높았고, 현행 유지가 23.0%, 폐지가 15.0%였다. 도서정가제가 긍정적이라는 의견이 더 많은 것이다. 


민관협의체에서 도출한 합의안을 보면, 어떻게든 의견조율을 하려고 했던 흔적이 보인다. 소비자 후생을 고려해 재정가 허용 기준을 12개월 이상으로 확대했다. 이 지점이 실질적인 할인 효과가 있어서 도서 구매자들에게 도움이 된다. 또한 지역서점 지원 및 도서관의 경제상 이익 관리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공공기관에는 가격 할인을 10%까지만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소비자에게 판매된 적이 없어 중고가 아닌 새 책을 중고로 유통하는 행위도 방지하기로 했다. 웹콘텐츠에 대한 정가 표시 의무를 완화해 웹툰·웹소설 등 신산업 배려하기로 합의했다. 더욱이,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판매에 준하는 일정 기간 이상의 장기 대여는 제한함으로써 편법 할인 판매를 규율하기로 했다. 


하지만 문체부와 진행한 공동대책위 검토안을 보면, 도서전 도서, 장기 재고도서와 연재 중인 웹콘텐츠는 도서정가제 적용을 유예하며, 도서전과 전자출판물의 할인율을 확대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결국, 도서정가제 적용 예외를 늘리고 할인을 더 많이 하게끔 해 도서정가제의 취지가 무색해진 측면이 있다. 


도서를 단순히 상품으로만 간주한다면 소비자 후생과 경제적 논리가 최우선이다. 하지만 책은 상품을 넘어 인류의 문화자산을 축적하고 알리는 공공재로서 역할을 한다. 도서관에 방문하는 사람들이 적다고 폐쇄할 수 없듯이, 책의 가치 또한 상품논리로만 접근할 수 없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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