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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슬픈 괴물들의 구멍 뚫린 텍스트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슬픈 괴물들의 구멍 뚫린 텍스트
  • 최승연 청강문화산업대·공연예술스쿨/뮤지컬 평론가
  • 승인 2018.10.29 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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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 200주년] 神에 도전한 과학자, 프랑켄슈타인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상연 모습.

뮤지컬에서 선과 악의 싸움은 단골 소재로 활용된다. 특히 한 인물 안에 공존하는 선악의 심성을 대비시켜 인간의 이중성을 드러내는 방식은 공포 및 스릴러물 뮤지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소재다. 국내 뮤지컬 씬에서 스릴러물의 대중적 소구력을 증명한 「지킬 앤 하이드」, 그 뒤를 잇는 「잭 더 리퍼」와 「프랑켄슈타인」이 그 대표적인 예다. 

그런데 이 중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수입 라이선스 뮤지컬인 두 작품과 달리 극작과 연출을 겸하는 왕용범에 의한 ‘창작뮤지컬’이라는 점, 그리고 엄청난 성공을 거두며 국내 창작뮤지컬 씬의 지형도를 바꿨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2014년 초연 누적 관객 수 8만 명 이상, 평균 객석점유율 95%, 재연 개막 10주 만에 100억 매출 달성, 2017년 일본 토호에게 수출되어 대극장 라이선스 버전으로 공연된 후 삼연 당시 중국의 투자사로부터 10억 원의 제작비를 투자받았다는 사실과 함께, 다수의 반복관람을 즐기는 뮤덕들의 존재와 그들에 의한 전문적, 자발적인 팬아트 창출 등 「프랑켄슈타인」에는 쉽게 깨지기 힘든 기록들로 가득하다. 또한 창작뮤지컬의 소재가 국제적 호환성이 있는 소재로 승부했다는 점에서, 로컬 뮤지컬의 확장성이 시대적 요구로 대두된 지금/여기의 좋은 모델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성공을 이끌었을까. 역설적이지만, 이는 텍스트의 불완전함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서사의 개연성과 논리적인 구성력이 약한 ‘구멍 뚫린 텍스트’로 탄생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다. 소설 프랑켄슈타인은 맑시즘, 페미니즘, 동성애, 정신분석학, SF 등 다양한 관점에서 독해된다. 「프랑켄슈타인」은 빅터 프랑켄슈타인과 괴물의 관계를 창조자와 피조물로만 국한하지 않고 새로운 해석을 내놓았다. 괴물을 빅터의 친한 친구였던 ‘앙리’로 만든다는 설정에서부터 출발함으로써 기존의 관점에 또 하나를 더한다. 괴물은 몸들이 접합되면서 존재의 고유성을 상실한, 근원적인 슬픔을 지닌 존재라는 해석이 이러한 변화를 견인했다.

소설에서 앙리는 빅터의 막역한 친구로 등장한다. 빅터가 괴물 창조 이후 심신이 쇠약해졌을 때 함께 걱정해주고, 괴물의 요청으로 영국에 건너가 여자 괴물을 만들 때 동행함으로써 결국 괴물에게 희생당하는 인물이다. 왕용범은 앙리가 빅터의 친구라는 설정은 동일하게 유지하되, 그들의 우정을 ‘생명창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싹트게 만들어 원작 소설에서부터 인물을 분리했다. 뮤지컬의 앙리는 신체 접합술의 대가로서 빅터에게 픽업된 의사다. 앙리는 빅터에게 설득당해 실험에 동참하고, 이후 빅터와 동성애에 가까운 우정을 쌓다가 대신 단두대에서 사형을 당하게 된다. 그러자 빅터는 죽은 앙리를 그동안 진행해오던 실험의 대상으로 삼아 괴력을 지닌 괴물로 되살리는 데 성공한다. 이로 인해 빅터와 괴물의 관계는 이들의 브로맨스가 철저히 파괴되는 후반부의 서사로 돌입함으로써 특유의 ‘비애’ 정서를 만들어 낸다. 

사실 뮤지컬은 호소력 짙은 드라마틱한 넘버들과 비애의 정서, 그리고 인물들의 ‘결여’를 드러내는 자기 고백의 서사들이 중첩되어 원작에서부터 탈주한 텍스트의 균열을 가리는 데 성공한다. 앙리는 왜 빅터의 실험에 초스피드로 동참하게 되었는지, 빅터는 자신을 대신한 앙리의 죽음을 왜 적극적으로 말리지 않았는지, 앙리/괴물은 어떻게 갑자기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는지, 앙리/괴물이 죽이는 아이는 앙리의 어린 자아인지 등에 대해 텍스트는 정보를 제대로 주지 않는다. 

흥미로운 것은, 「프랑켄슈타인」의 팬덤이 바로 이 텍스트의 구멍을 스스로 채우면서 나만의 ‘외전’을 만드는 관객들의 자발적 활동에 의해 강력하게 구축되었다는 점이다. 이 활동의 근원에는 빅터의 트라우마와 앙리의 근원적인 슬픔을 깊이 이해한 팬들의 심리적인 동질감이 놓여 있다. 자신의 해석을 덧붙여 비로소 (스스로에게) 완전한 텍스트로 재탄생시키고, 나아가 팬 커뮤니티 내에서 공유함으로써 그들의 ‘진지한 놀이’를 견인한 뮤지컬의 미덕을 환기하는 것. 현재 국내 공연예술 분야에서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는 무대미술/기술의 수준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 정서적인 흡입력이 강한 넘버들, 특히 연기와 노래에 강점을 보이는 배우들의 지속적인 출연 등 일반 관객들에게도 매력적일 수 있는 요인들을 넘어선 지점에서 텍스트를 전유한 팬들의 활동에 힘입어, 「프랑켄슈타인」은 대표적인 창작뮤지컬로 생명을 더해 가고 있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텍스트의 수용과 생산을 동시에 추구하는 프로슈머-관객들에 의해 완전해지는 우리 시대의 산물인 것이다. 

 

최승연 청강문화산업대·공연예술스쿨/뮤지컬 평론가
런던대(로열 할러웨이)에서 연극학석사, 고려대 국어국문학과에서 문학박사를 했다. 주요 논저로는 「한국 창작뮤지컬에서 재현된 서울의 양상」, 「여성국극의 혼종적 특징에 대한 연구」, 「‘한국적인 것’의 구상과 재현의 방식」, 『제국의 수도, 모더니티를 만나다』(공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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