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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과 문학적 상상력
프랑켄슈타인과 문학적 상상력
  • 천현순 경상대·독어독문학과
  • 승인 2018.10.29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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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 200주년] 神에 도전한 과학자, 프랑켄슈타인

그리스 신화에서 프로메테우스는 진흙으로 인간의 형상을 만든 후 아테네 여신으로 하여금 입김을 불어넣도록 하여 인간을 창조했다. 고대판 프로메테우스의 계보를 이어 메리 셸리는 그녀의 SF소설 『프랑켄슈타인 혹은 현대판 프로메테우스』(1818)에서 시체조각에 전기충격을 가해 새로운 생명체를 창조한 프랑켄슈타인을 탄생시켰다.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은 이후 과학적 방법으로 새로운 종의 인간을 만들어내는 현대판 프로메테우스, 미친 과학자, 호모 데우스 등을 뜻하는 상징적 인물이 되었으며, 오늘날까지 수많은 작가들의 문학적 상상력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독일의 대문호 괴테의 드라마작품 『파우스트 2부』(1834) 실험실 장면에서 파우스트의 제자이자 학계의 최고의 권위자가 된 바그너 박사는 시험관에 수백 가지 물질을 혼합하여 작은 인간 호문쿨루스를 창조한다. 바그너는 그를 찾아온 메피스토펠레스에게 남녀의 성관계를 통한 생식방식을 동물적인 저급한 방식이라 비꼬면서 미래에는 이성과 과학의 힘을 통해 좀 더 고차원적인 방식으로 인간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바그너에 의해 만들어진 호문쿨루스는 자연적 인간보다 정신적 측면에서 훨씬 더 뛰어난 능력을 가진 초인적 존재로 묘사된다. 하지만 호문쿨루스는 자기 자신을 정신만 있고 육체가 없는 불완전한 존재로 간주하면서 정신과 육체를 모두 지닌 완전한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모든 생명의 근원인 물로 회귀한다.  

프랑스의 소설가 오귀스트 빌리에 드 릴아당의 SF소설 『미래의 이브』(1886)는 미국의 토머스 에디슨을 모델로 한 천재발명가가 만들어낸 안드로이드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발명가 에디슨의 집에 그의 영국 친구인 에왈드 경이 어느 날 찾아온다. 에왈드는 아름다운 외모와 천상의 목소리를 가진 알리시아라는 여인을 사랑하는데, 그녀가 뱉어내는 말은 천박하고 저속해서 그를 고통스럽게 한다고 에디슨에게 고백한다. 친구의 하소연을 들은 에디슨은 그에게 아달리라는 이름의 안드로이드를 만들어준다. 에디슨은 과학의 힘을 이용하여 에왈드를 위해 기계몸을 가진 새로운 이브를 창조한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아달리는 모든 남성들이 갈망하는 이상형의 여인으로 완성된다. 그러나 소설의 결말에서 에왈드는 영국으로 돌아가던 중 그가 탄 배가 침몰하여 상자 안에 넣어둔 아달리를 그만 잃고 만다. 천상의 여인을 잃어버린 에왈드는 끝내 슬픔을 견디지 못하고 아달리와 함께 세상과 작별을 고한다. 

영국의 소설가 허버트 조지 웰스의 SF소설 『모로 박사의 섬』(1896)은 동물을 인간으로 개조하여 새로운 종을 창조하려는 어느 박사의 비극적 이야기를 다룬다. 주인공 에드워드 프렌딕은 어느 외딴 섬에서 외과의사 모로 박사가 동물을 인간으로 바꾸기 위한 생체실험을 진행하는 광경을 목격한다. 모로 박사에 의해 인간으로 개조된 피조물들은 인간의 형상을 하고, 인간처럼 옷을 입고, 인간의 언어를 구사하고 있지만, 이들은 모두 동물적인 속성을 지닌 인간도 아니고 동물도 아닌 반인반수의 새로운 변종들로 묘사된다. 모로 박사는 그의 과학적 실험을 통해 동물을 인간처럼 이성적 존재로 재창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소설의 결말에서 그에 의해 변종된 동물인간들은 끝내 동물적 본능을 버리지 못하고, 모로 박사는 자신이 만들어낸 피조물에 의해 결국 죽고 만다. 

체코의 극작가 카렐 차페크의 드라마작품 『로숨의 유니버설 로봇』(1920)은 천재과학자 로숨과 그의 아들이 고안해낸 인조인간 로봇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로숨은 어느 외딴 섬에 정착한 후 원형질이라는 생명체의 화학적 결합을 이용하여 인간과 완벽히 닮은 생명체를 만들어내지만, 그가 만든 인조인간은 얼마 살지 못하고 죽고 만다. 이후 로숨의 아들은 아버지와 달리 기계를 이용하여 인조인간 로봇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한다. 로봇들은 인간을 대신하여 고된 노동에 시달리고, 이들을 불쌍히 여긴 헬레나에 의해 어떤 로봇은 인간처럼 영혼을 갖게 된다. 그러나 영혼을 갖게 된 로봇은 노동조합을 결성하여 인간들을 모조리 죽이고 새로운 세상의 지배자가 된다. 드라마의 결말에서 남자 로봇과 여자 로봇은 서로 사랑에 빠지고, 이들은 인간들이 사라진 세상에서 새로운 삶을 위해 섬을 떠난다. 

19세기부터 오늘날까지 다양한 문학작품에 재현된 프랑켄슈타인 모티브는 발명가, 외과의사, 천재과학자 등 서로 다른 모습을 띠고 있지만, 이들에게서 나타나는 공통점은 모두 신의 영역을 넘어서서 스스로 신과 같은 창조자가 되어 자신의 피조물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자기창조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표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늘날 최첨단 과학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프랑켄슈타인 모티브는 21세기 현대문학 속에서 인공지능, 생명공학, 합성생물학 등 더욱 진화된 과학기술로 현대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다.  

 

천현순 경상대·독어독문학과
이화여대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쾰른대학에서 현대독일문학에 대한 연구로 문학박사를 받았다. 저서로 『매체, 지각을 흔들다: 매체와 지각 사이』 등이, 역서로는 『물의 요정의 매혹』(공역) 등이 있으며, 그 외 디지털 매체 및 문화예술에 관한 다수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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