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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에 나타난 과학과 생명윤리
프랑켄슈타인에 나타난 과학과 생명윤리
  • 추재욱 중앙대·영어영문학과
  • 승인 2018.10.29 1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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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 200주년] 神에 도전한 과학자, 프랑켄슈타인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영화 광고 표지에 자주 등장했던 기형의 거인을 프랑켄슈타인으로 알고 있는 사람도 종종 접하게 된다. 그 거인을 만든 젊은 의학도가 프랑켄슈타인이며 보통 18~19세기 유럽의 ‘미친’ 과학자의 한 전형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는 과학자의 순수 열정을 가지고 인간의 생명을 복원해내려는 도전을 감행한다. 시체보관소, 도살장, 무덤 등에서 채집한 여러 신체와 기관을 이용해 혐오스러운 기형의 괴물을 탄생시킨다. 그렇지만 그는 자신이 탄생시킨 그 거인이 눈을 뜨며, 사지를 움직이는 순간, 소스라치게 놀라며 실험실 밖으로 뛰쳐나가 버리고 만다. 그가 그렇게 지극 정성을 다해 만든 그 생명체를 방치하고 도망 나가면서부터 모든 일이 뒤틀리기 시작한다.

그 괴물은 인간세계에 큰 소동을 일으키고, 프랑켄슈타인의 가족, 애인, 친구들이 죽어나간다. 그 과학자는 북극에 이르기까지 괴물을 쫓다가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비록 소설이지만 이 한 젊은 과학자의 이야기는 두 세기가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과학, 의학, 생의학 연구와 생명공학 연구에서 제기되는 여러 생명윤리 문제들을 되짚어볼 수 있는 좋은 소재가 되고 있다.    

첫째, 프랑켄슈타인은 의사로서, 과학자로서, 자신이 지켜야 할 생명윤리에 반하는 그 무책임한 행위에 대해 충분히 비난받을만하다. 그는 자신이 실행한 실험의 결과를 본인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데에만 이용할 것이 아니라 그 결과와 관련하여 필요한 사후처리까지도 책임을 다해야 했다. 하지만 그는 개인의 순간적 감정에 사로잡혀 생명체를 방기하는 치명적인 직무유기를 범하였다. 그 결과 사회에 예상치 못했던 혼란과 혼돈이 초래되었다. 분명 그는 의과학 연구자의 일원으로서 요구되는 책임의식이 결여되어 있었다.  

둘째, 삶의 마지막 순간에 이르러 프랑켄슈타인은 일시적인 열정 혹은 욕망이 결코 연구에 있어서의 평정심을 뒤흔들게 해서는 안 되며, 어떠한 지식 추구도 이 법칙에 예외가 아님을 고백한다. 그는 또한 어떠한 연구라도 가족, 친구와 연인의 사랑을 약화하고, 삶의 순수한 기쁨을 파괴한다면 그 역시 문제가 있다고 단정한다. 그러한 지적은 지나친 열정과 욕망에 기반한 과학실험이 인류에게 불행을 가져올 수 있으며, 연구자의 윤리의식과 도덕적 판단을 해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오늘날 과학자들의 연구에서도 같이 적용될 수 있다.  

셋째, 모든 실험은 밟아야 할 절차와 단계가 있다. 프랑켄슈타인은 최종적인 실험 결과에만 집착하고 실험에서 요구되는 단계들을 건너뛰는 바람에 그와 같은 불행이 초래되었음을 스스로 고백한다. 우선 그가 하고자 한 실험은 이미 그에게 내적 갈등을 일으키기에 충분할 만큼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는 실험이었다. 또한 생명체 탄생의 실험을 위해 남몰래 무덤과 시체저장소에서 인간 신체의 부위들을 채집한 행위는 법적, 윤리적으로도 크게 어긋난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가치의 문제이다. 프랑켄슈타인이 창조한 생명체는 모든 인간 조건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괴물, 짐승, 생명체 등으로 불리며 인간으로 인정받지 못하며, 오히려 증오, 혐오, 그리고 죽임의 대상이 된다. 그는 자신을 만든 프랑켄슈타인에게 “당신이 나를 죽이려 한다. 어떻게 생명을 가지고 그렇게 장난을 칠 수 있는가? 나에 대한 당신의 책임을 다하라”라고 강력히 항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그 생명체가 열등한 비인간적 존재로 간주된 것이 모든 불행과 문제의 원인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제 곧 인공지능이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특이점의 시대가 온다.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프랑켄슈타인의 삶과 고백으로부터 얻게 된 생명윤리의 교훈은 여전히 유효하다. 연구자의 책임의식, 법과 이성에 근거한 연구절차, 생명의 존엄성, 연구의 공익성, 그리고 엄정한 연구 중립성 같은 연구윤리 지침 등은 소중한 생명윤리의 준수를 위해 지켜야 할 중요한 덕목일 것이다. 프랑켄슈타인은 인류에 기여코자 생명 창조의 실험을 행했지만, 실제 그는 자신의 작업이 인류와 그 후세대에 파멸을 초래할 수 있는 작업이었음을 고백한다. 이를 고려할 때 언급한 생명윤리 덕목들을 엄수하는 연구 자세가 인류의 파멸과 자연 생태의 파괴를 사전 예방할 수 있는 첫 단추이다.

최첨단 생명공학 기술과 인공지능의 끝없는 발전은 찰스 다윈이 『종의 기원』을 통해 전 세계에 불러온 존재론적 갈등을 넘어서는 또 다른 차원의 존재론적 혼돈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많은 소설과 영화에서 볼 수 있듯이 인간, 사이보그, 로봇 그리고 인공지능이 일상의 삶 속에 뒤섞이며 전통적 의미의 생명에 대한 정의가 달라질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다. 따라서 그러한 암울한 전망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오늘날 더욱더 과학 연구에 있어서 생명윤리 의식이 생명의 가치와 존엄성에 더 천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추재욱 중앙대·영어영문학과
중앙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펜실베니아인디애나대학에서 박사를 했다. 저서로는 『들뢰즈 철학과 예술을 말하다: 횡단과 탈주의 스토리텔링』(공저), 『Book Bearers: A Novel』(공저)이 있으며, 그 외 <문학과 과학> 분야에 관한 다수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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