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7:50 (금)
기업에 “3개월만 취업시켜 달라” 요청 … 취업률 따라 교수 승진까지 영향
기업에 “3개월만 취업시켜 달라” 요청 … 취업률 따라 교수 승진까지 영향
  • 윤지은 기자
  • 승인 2015.03.16 11: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취업률과의 전쟁 ① 교수들을 옭아매는 취업률 압박

취업률로 교육의 성과를 평가할 수 없지만 여전히 ‘대학 구조개혁 평가’에서는 중요한 지표가 되고 있다. 학과 경쟁력을 평가하는 데도 취업률이 주요 지표로 사용되며 심지어 교수의 재임용이나 승진까지 취업률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교수들이 받는 취업률 압박은 상당하다. 취업률을 잣대로 한 학과 통폐합은 대학교육의 중심을 교육이 아닌 취업으로 변화시켰다. ‘취업률과의 전쟁’은 3회에 걸쳐 취업률을 올리도록 강요받는 교수들의 실태를 짚고 유지취업률이 교수들과 학생들에게 미치는 부작용을 점검하고자 한다.
ⓛ 교수들을 옭아매는 취업률 압박
② 유지취업률의 허와 실
③ 취업률 지표 이대로 가야 하나?


지방 사립대 A교수는 방학동안 기업 인사담당자를 찾아다니며 학생을 취업시켜달라고 요청했다. 재정의 이유를 들어 난색을 표하는 기업에겐 “학생을 3개월만 취업시켜주면 4대보험은 대학에서 내주겠다”라고 사정했다. 또다른 지방 사립대 B교수는 공무원이나 언론사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일단 취업하라고 말했다. 대기업을 목표로 한 학생에게는 “취업하기 쉬운 중소기업 위주로 지원해보라”고 지도하기도 했다. 학과평가에 취업률이 적용되면서 살아남기 위한 선택이었다.

대학에서 학생 취업률을 교수 개인의 업적을 평가하거나, 승진을 결정하는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 취업 편법을 쓰거나 학생의 장래를 고려하지 않은 취업종용이 교수들 사이에서 이뤄지고 있다. 대다수의 교수들은 잘못된 방법이란 걸 알지만 “교수업적평가에 취업률이 포함되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행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교수의 재임용을 담보로 취업을 알선해야 하는 것이다.

박순준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이사장(동의대)은 “취업률이나 재학생 충원률을 교원인사규정에 포함하는 대학이 점점 늘고 있다. 취업률이 저조한 걸 문제삼아 재임용거부를 하는 경우도 있다”라고 말했다. 취업률이 교수 개인의 능력을 평가하는 잣대가 되고 있는 형편이다.

교수업적에 취업률도 포함
교수가 취업을 성사시키면 학생 1인당 30만원 가량의 인센티브가 주어지는 때도 있었다. 그러나 대학의 재정이 열악해지면서 인센티브 대신 교원인사규정에 취업률을 반영하고 있는 추세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 6일 발표한 ⌜4년제 대학교수 학생 진로지도 실태⌟ 설문조사에서 ‘대학이 교수에게 학생의 취업과 진로지도에 더 많은 역량과 시간을 할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라는 결과가 나왔다. 교수들은 “대학 취업률과 진로지도 상담 실적 등을 교수평가 등에 반영하고 있다”라고 대답했다. 설문조사에서 대학이 취업률을 평가에 반영한다고 답한 교수들은 82%에 달했다.


실제로 지방 사립대의 교원인사규정을 확인한 결과 교수업적평가에 취업률이 포함돼 있었다. 동의대는 교수의 교육업적 평가기준에 ‘취업지도’를 반영한다. 학생지도라는 항목에 ‘학과평균취업률×60점’과 ‘취업학생수×6점’을 더해 평가점수를 낸다. 영남대도 학부 졸업생의 취업률 제고 활동을 평가하는 ‘취업업적평가’를 지난해 1월 신설했다.

제주한라대학은 ‘산학협력 연계실적’에서 해외취업을 교수업적으로 평가한다. 정민 제주한라대학 교수협의회 공동의장은 “간호학과는 취업률이 높은 편인데도 해외취업이 거의 없어 마이너스 점수를 받는다. 일부 학과는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은 학생도 해외취업으로 인정한다. 1년 간 해외에서 아르바이트를 해도 정식취업으로 인정한다”라고 말했다. 해외취업에 목메는 이유는 홍보효과다. 정 의장은 “전문대학은 취업률이 중요한 홍보수단이다”라고 말했다. 제주한라대학은 대학 홈페이지에 ‘3년 연속 해외취업자 전국 1위 달성’이란 문구를 내세우고 있다.

취업률에 연구년이 달렸다
취업률이 낮은 인문ㆍ예체능 계열의 교수들은 연구년이 제한되기도 한다. 경성대는 교원인사관리규정에‘연구업적과 산학협력업적을 모두 충족시켜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특히 학생취업을 의미하는 산학협력업적에서 최저업적 점수기준을 충족하지 않는 교원에게 연구년 신청을 제한하고 있다. 박순준 이사장은 “교수 개인의 생존을 위해 학생들을 취업시켜야 한다. 교수들의 역량이 나빠서 취업률이 낮은 것도 아닌데 취업의 압박이 교수에게 쏠리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홍승권 동아대 전 교협회장은 “취업률을 교수업적에 포함하는 건 연구를 골자로 한 업적평가 취지와도 맞지않다. 취업은 학생교육의 일환으로 이뤄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수도권 대학은 상대적으로 교수들이 받는 취업률 압박이 덜한 편이다. 정유성 서강대 교수(교육학)는 “몇몇 지방의 사립대처럼 업적평가에 취업률이 포함돼 있진 않다. 다만 취업률에 대한 교수들의 심리적인 압박은 있다”라고 말했다. 김남효 숭실대 교수(건축학부)는 “학내 학과평가에는 취업률이 적용되지만 교수 개인의 업적을 평가하는데 취업률이 반영되진 않는다. 수도권 대학의 학생들은 대학원 진학 등을 이유로 취업을 하지 않는 학생들이 많아서 취업을 시켜야 한다는 압박이 상대적으로 덜하다”라고 말했다.

눈앞의 취업률을 쫓다보면 취업의 질이 낮아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부산의 한 대학 교수는 “교수들이 업적을 채우기 위해 밀어넣기 식으로 취업을 시키다보면 당장의 취업률은 오르더라도 양질의 취업은 기대할 수 없다. 교수들은 다음 평가를 위해서라도 업적평가에 들어가는 최소한의 학생만 취업시키게 될 것이다”라며 “취업률에 시간을 뺏긴 교수들은 결국 연구와 교육까지 부실해져 전반적으로 대학교육의 하락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지은 기자 jieun@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