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14:30 (금)
등떠밀려 일단 취업 …‘80만원’받는 열악한 근로조건에 퇴사 결심
등떠밀려 일단 취업 …‘80만원’받는 열악한 근로조건에 퇴사 결심
  • 윤지은 기자
  • 승인 2015.03.24 11: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취업률과의 전쟁 ② 유지취업률의 허와 실

취업률로 교육의 성과를 평가할 수 없지만 여전히 ‘대학 구조개혁 평가’에서는 중요한 지표가 되고 있다. 학과 경쟁력을 평가하는 데도 취업률이 주요 지표로 사용되며 심지어 교수의 재임용이나 승진까지 취업률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교수들이 받는 취업률 압박은 상당하다. 취업률을 잣대로 한 학과 통폐합은 대학교육의 중심을 교육이 아닌 취업으로 변화시켰다. ‘취업률과의 전쟁’은 3회에 걸쳐 취업률을 올리도록 강요받는 교수들의 실태를 짚고 유지취업률이 교수들과 학생들에게 미치는 부작용을 점검하고자 한다.
ⓛ 교수들을 옭아매는 취업률 압박
② 유지취업률의 허와 실
③ 취업률 지표 이대로 가야 하나?

“이 일이 나에게 맞는지, 내가 하고 싶은 분야인지 고민이 많았지만 일단 취업하자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쫓기듯이 취직한 것 같다.”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지난 2013년 대학을 졸업한 ㄱ씨는 곧장 전공과 관련된 자활센터에서 계약직으로 일을 시작했다. 졸업 후 바로 취업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깊게 고민하지 않고 결정한 일이었다. 막상 사회생활을 시작하니 계약직 신분이란 불안감도 높았고, 박봉과 야근수당도 없는 열악한 근로조건에 ㄱ씨는 1년만에 퇴사를 결심했다. 그는 “취업을 결정할 때 하고 싶은 분야도 중요하지만 정규직인지 따져보고 급여나 복지 등 안정성을 염두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경력쌓으라”며 열악한 기업강요
졸업 후 ‘백수’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취업하는 학생들이 있다. ㄴ씨는 졸업을 앞두고 학과교수의 추천으로 취직에 성공했지만 6개월만에 그만뒀다. 낮은 급여와 근로환경이 이유였다. ㄴ씨는 성급하게 취업을 결정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교수가 추천해준 기업은 집과 거리가 멀고,급여가 너무 낮아서 성에 차지 않았다. 취업을 고민하는 ㄴ씨에게 교수는 “경력이라도 쌓아두는 것이 좋다”며 설득했다. 그에게 돌아온 건 ‘실업자’라는 상처였다. 이미 취업한 졸업생은 대학에서도 관심의 대상이 아니라 재취업에 도움을 얻기도 쉽지 않다.

교수 소속의 회사로 취업했으나 터무니없는 대우에 실망하는 학생도 있다. 외국 대학원 진학을 준비했던 ㄷ씨는 대학 졸업 후 교수가 위원장을 맡고 있는 협회로 취업했다. 교수는 “칼퇴근에 간단히 전화만 받으면 되는 일이라 남는 시간에 대학원 준비에도 열중할 수 있다”며 취업을 종용했다. ㄷ씨는 “한달에 80만원을 준다고 했지만 하는 일도 별로 없다고 해 용돈도 벌겸 일을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ㄷ씨는 새벽까지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런 경우 차비나 저녁식사 비용이 나오지 않아 용돈벌이는 커녕 경제적인 박탈감을 느꼈다. 결국 ㄷ씨는 3개월만에 협회를 나왔다.

이처럼 낮은 급여와 처음 기대와 다른 현실에 실망하는 것이 퇴사의 주된 이유였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깊이 생각하고 진지하게 고민하고 취업하길’후배들에게 조언했다. 취업률을 올리려는 대학의 꼼수에 학생들은 열악한 근로조건에도 일단 취업을 강요받는 것이 현실이다. 근무조건이 비록 눈높이에 맞지 않아도 경력을 쌓겠다는 생각에 대학졸업후 바로 취업을 선택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 지난 2월 대학을 졸업한 한 남학생은 “요즘엔 고용시장이 얼어붙어 일자리를 구하는 게 하늘의 별따기다. 경력이라도 쌓기 위해 교수님이 추천해 준 기업에 우선 취업하는 친구들이 많다”라고 말했다.

대학알리미에서 확인한 결과, 2014년 대학전체 평균 취업률은 54.8%다. 서울·경기·인천을 포함한 수도권 대학의 평균은 54.1%, 비수도권은 55.2%를 차지한다. 3년 간 취업률 추이를 살펴보면 2012년 56.1%에서 2013년55.6%로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신학대를 제외하고 2014년 취업률이 가장 높은 4년제 일반 대학은 한밭대 93.1%, 초당대 91.9%, 목포해양대 90.3%, 서울과기대 88.6%, 한국기술교육대 85.9%, 한국항공대 81.2% 등이다. 전체 평균보다 훨씬 웃도는 80~90%를 차지한다. 부산의 한 대학 교수는 “대학알리미 공시대로라면 우리나라 청년실업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체감 취업률은 평균의 절반도 못 미친다. 취업률을 뻥튀기하기 위해 학생들을 부실한 기업에 취업시키는 경우도 많다”라고 귀띔했다.

전남의 한 대학 A교수는 “수도권에 비해 일자리의 질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취업처도 부족하고 운영이 어려운 기업이 많다보니 어쩔 수 없이 열악한 조건의 회사를 추천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학생들이 근무조건에 불만이 많아도 “참아라”라고 말한다. 취업률을 위해선 당장 조건이 안 좋아도 경력쌓는 기회로 삼으라고 설득하는 것이다. 취업시킨 후에도 유지취업률을 올리기 위해 따로 졸업생 관리에 들어간다. 이러한 영향으로 이 대학의 유지취업률은 상위권에 속한다. A교수는 “취업한 학생이 회사생활은 잘하고 있는지, 불만족하는 것은 무엇인지 수시로 체크해 충실히 근무할 수 있도록 조언한다”라고 말했다.

부산의 한 대학 취업지원센터 B팀장은 학생들과 정기적인 상담을 통해 “취업 후 1년은 버텨라”고 말한다. 학생의 직업세계 이해도를 높이기 위함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대학의 유지취업률을 올리기 위해서다. 충남의 한 대학 인적자원개발센터 C팀장도 졸업생들과 정기적으로 통화하며 취업준비를 돕는 것이 주 업무다. 이 대학은 유지취업률이 낮은 편이지만, 졸업생이 원하는 양질의 취업처를 발굴하고 취업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 취업률과 유지취업률을 함께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유지취업률 위해 졸업생 집중관리
결과만 중시하다보니 부작용도 나온다. B팀장은 “취업률 지표관리에 모든 행정력이 투입된다. 학생의 진로교육을 어떻게 시행하는지 고민하기보단 취업률을 올리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유지취업률 등 눈에 보이는 결과만 중시하다보니 학생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예산도 학생 교육을 위해 투자해야 하는데 취업을 위해 기업을 접대하는 데 투입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대학의 교수는 “취업로비를 위해 교비를 횡령한 교직원이 면직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편법도 일종의 취업 전략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교내취업이 3%로 제한되자 조교 채용시 대학 간 거래를 통해 각 학교의 졸업생을 채용하는 것이 횡행하기도 한다. C팀장은 “취업률 평가에 올인하다보니 학교 간 경쟁이 치열하고 취업 편법이 성행한다. 취업률을 올리기 위한 꼼수가 아닌 학생이 희망하는 근로환경 조성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A교수도 “수치가 아닌 양질의 취업처를 발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윤지은 기자 jieun@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