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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과 허무의 시대 … 김광석 노래에 주목하다
상실과 허무의 시대 … 김광석 노래에 주목하다
  •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 승인 2013.11.26 1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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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시즌 2


▲ 2013년 김광석의해라고 불러도 좋다. 김광석의 노래들이 끊임없이 불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2013년은 가히 ‘김광석의 해’라 불러도 좋다. 연초부터 연말까지 뮤지컬 세 편이 잇따라 제작되고 관객몰이를 하고 있다. 지난해 겨울 故 김광석의 고향 대구에서 초연한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하 「바람」2)은 현재 시즌 2로 대학로에서 성행 중이다. 뮤지컬 「그날들」은 올해의 창작뮤지컬로 선정되며 관객들의 주목을 끌었다. 다음 달엔 김광석의 미발표 곡을 선보이는 초대형 뮤지컬 「디셈버」가 우리를 찾아온다.

본질적이고 근본적인 노래
8월엔 한 방송사에서는 김광석의 삶과 노래 이야기를 다룬 ‘나는 지금 김광석을 부른다’가 방영돼 화제를 모았다. 이 시대, 왜 우리는 김광석에 다시 주목하는 것일까. 김광석의 노래들이 끊임없이 불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상희 씨는 故 김광석의 음악을 좋아하고 아끼는 사람들의 모임 ‘둥근소리(www.oneum.net)’ 소리지기다. 그는 기자와 인터뷰(이하 인터뷰들은 모임의 공식 의견이 아니라 인터뷰이들의 개인적 소견임)에서 김광석의 노래들이 계속 불리는 이유에 대해 “노래에 진심을 담았기 때문”이라고 간결하게 말했다. 아울러, 이상희 씨는 “빠름과 가벼움이 각광받는 시대에 때론 무거워지고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면서 “모두가 공감하는 이야기를 진심으로 담아냈고 김광석의 목소리 또한 꾸밈이 없고 진실 되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답했다. 진심과 진실이 상실된 시대에 김광석의 노래들은 큰 울림이 있다는 뜻이다.


김광석의 목소리를 빼어 닮아 관객들을 사로잡은 뮤지컬 ‘바람’의 가수 박창근 씨. 그는 “노래는 그 가수의 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김광석의 노래는 부르는 이의 마음과 심정을 전달해 진정성을 자아낸다”라고 말했다. 특히 어렵지 않은 멜로디와 노랫말 역시 큰 장점이라고 박창근 씨는 덧붙였다.
가객 김광석 사이트(www.kimkwangseok.co.kr)를 운영하고 있는 허충영 씨는 “김광석의 음악은 음악의 본질을 넘어서 인생의 본질까지 꿰뚫고 있다”라며 “복잡하면 복잡하다, 좋으면 좋다, 슬프면 슬프다고 표현한다”라고 답했다. 사람은 누구나 본질적이고 근본적인 것을 찾게 된다. 김광석의 음악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가감 없이 그대로 내뱉고 있다”는 게 허충영 씨의 설명이다.


뮤지컬 「바람」2의 홍보를 담당한 권미강 대전문학관 운영팀장은 상실감과 상대적 박탈감에 주목했다. 예전엔 절대 권력에 대한 두려움의 해방구가 노래였다. 지금은 다르다. 이 시대 김광석을 조명하는 이유에 대해 권미강 팀장은 “그나마 잠시 누렸던 자유를 잃었다는 상실감 때문”이라면서 “뭔가 세상이 고도의 문명 속에 있어도 개인들은 허무하고 허전하다는 느낌을 갖고 있다”라고 답했다. 김광석의 목소리에는 한국인의 한이 담겨 있다. 또한 목소리 역시 색깔이 좋아 귀에 쏙쏙 잘 들린다. 권미강 팀장은 이러한 측면 역시 우리가 지금 김광석 노래들이 부활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한편 김광석의 노래들이 문화적 소비코드로 읽히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김광석 다시부르기’ 카페지기 박용수 씨는 “김광석의 노래가 이제는 지성인의 노래인 것처럼 돼 가고 있는 것 같다”면서 “김광석의 노래와 삶이 문화소비코드로 흘러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들 때가 있다”라고 우려했다. 김광석은 사회적 의식과 더불어 보편적 서민 정서를 담아내는 감성까지 지녔다. 「나의 노래」가 무엇인지에 대한 성찰을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과연 노래란 무엇이고, 무엇이어야 하고,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이상희 씨는 “우리가 노래를 부르는 것과 듣는 것 모두는 결국은 자신이 화자의 입장이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노래는 이야기고 그 이야기는 누군가를 위한 것보다는 화자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래로써 기쁨과 슬픔에 대해 다른 사람들과 공감하고 동류의식을 느끼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박창근 씨는 “노래는 자신의 이야기인데 여기서 자신의 이야기는 다른 이의 이야기와 때론 함께 된다”면서 “스스로 진실 되지 못하면 쉽게 지친다”고 말했다. 노래는 그 사람 자신이기 때문에 사람을 만나고 얘기하고 공감하다가 때론 상처를 받아도 계속 깨닫고 반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박용수 씨는 “노래 역시 하나의 세계관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노래는 단순한 그 일순간의 감정이 아닌 과거의 삶과 지금의 삶, 그리고 앞으로의 삶을 이어주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사회적 의식부터 보편적 감성까지 노래로 공감
故 김광석을 이야기 하면서 그를 나무라거나 비판하기는 쉽지 않다. 그의 목소리는 너무나 슬프고, 나의 얘기를 대신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우리 모두는 그에 대한 ‘부채 의식’을 갖고 있다. 지켜주지 못한 김광석을 혹은 그 시대에 떠나간 모든 이들을 말이다.


말은 발화되고 나면 침묵이다. 글은 읽히는 순간 더 이상 독백이 아니다. 노래는 누구나 부를 수 있으나 김광석은 다르다. 김광석 노래들은 떠나가는 것들에 대한 회환이며, 붙잡을 수 없는 그대, 그대를 향한 애수다. 그는 진심과 공감으로 자신과 시공간을 초월하고 노래의 한계를 넘어섰다. 박제된 김광석이 아니라 현재의 그인 것이다. 김광석의 노래가 끊임없이 불리는 이유다.

“‘시원하면서도 따뜻한 바람’ 선물하고 싶었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시즌 2 극본 쓴 이금구 총괄 PD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 시즌 2의 총괄 PD겸 제작을 맡은 이금구 씨는 극 이야기를 직접 썼다. 이금구 PD는 인터뷰에서 “이번 시즌 2는 김광석의 그림자를 조금은 덜어냈다”고 설명했다. 극중 등장인물들의 꿈과 사랑 등 세상살이의 모습에 좀 더 초점을 맞춰 극적 요소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또한 관객들이 노래를 편안하게 들을 수 있도록 극 구조를 변경하기도 했다.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 시즌 2의 총괄 PD겸 제작을 맡은 이금구 씨는 극 이야기를 직접 썼다. 이금구 PD는 인터뷰에서 “이번 시즌 2는 김광석의 그림자를 조금은 덜어냈다”고 설명했다. 극중 등장인물들의 꿈과 사랑 등 세상살이의 모습에 좀 더 초점을 맞춰 극적 요소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또한 관객들이 노래를 편안하게 들을 수 있도록 극 구조를 변경하기도 했다.


김광석에게, 그리고 관람객들에게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란 곡은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다. 여러 노래들 중에서, 특히 이 노래에 주목하고 제목으로 고른 이유는 무엇일까.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이금구 씨는 “김광석은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라는 노래를 여행 노래로 만들었다고 한다”면서 “개인적으로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라는 노래는 유토피아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특히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답답한 현실과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잊힌 기억과 추억, 그리고 가슴이 따뜻해지는 이야기와 노래가 가득한 소극장”이라는 게 그의 대답이다. 이금구 씨는 “소극장에서 공연을 본 사람들에게 ‘시원하면서도 따뜻한 바람’을 선물해주고 싶었다”라고 그 의미를 설명했다. (티켓 예매_ 인터파크: 1544-1555, yes24: 1544-6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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