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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을 통해 바다를 보고, 바다를 통해 세계를 본다
섬을 통해 바다를 보고, 바다를 통해 세계를 본다
  • 김봉억 기자
  • 승인 2011.12.26 0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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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유산, 한국의 미래다 (6) 목포대 島嶼문화연구원

전남 신안군 장산면 장산도 본섬 전경이다. 전남에는 우리나라 섬의 62%가 있다. 목포대는 이 섬과 바다를 연구할 수 있는 최적의 입지에 위치해 있다. 해마다 7월이면 하나의 섬을 선택해 50여명이 함께 조사,연구하는 '하계공동학술조사'를 한다. 섬 이라는 공간을 통해 학제 간 연구를 자연스럽게 구현하고 있다.
“전라남도는 우리나라 섬의 62%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도서의 대부분을 가지고 있는 겁니다. 이 섬을 누가 찾아가야 합니까. 결국은 목포대뿐입니다. 사실 1960년대부터 개발 이야기가 나왔고, 1970년대와 80년대는 개발 아니면 아예 말이 안 통할 때, 어느 땐가 국민소득이 만 불이 되면 문화의 시대가 온다고 이런 이야기를 자주 했었습니다. 아마 이런 것들이 모여서 도서문화연구소를 만들어야겠다 하는 방향으로 나갔던 겁니다.” 목포대 島嶼문화연구연 제2대ㆍ4대 소장을 지냈던 김웅배 전 목포대 총장이 ‘도서문화연구소 4반세기 회고와 전망’ 강연 자리에서 했던 말이다.

전라남도에는 1천954개의 섬(전국대비 62%)과 6천32㎞의 해안선(전국대비 47.6%), 1천17㎢의 갯벌(전국대비 40%)이 있다. 이런 입지적 특수성을 고려해 민속, 역사, 건축, 사회 등 다양한 전공의 교수들이 서남해 도서해양문화 연구에 뜻을 모아 1983년 3월, 도서문화연구소를 열었다.

한국해양도서문화의 메카, 목포대(총장 고석규). 저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강봉룡 도서문화연구원장(사학과)은 “참여하는 연구진의 결집된 힘을 만들어 내고 유지해 온 것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결집된 힘’은 도서문화연구원이 매년 서남해의 섬을 하나씩 선정해 학제적 조사ㆍ연구를 하는 ‘하계공동학술조사’에서 비롯됐다. 구비, 방언, 민속, 건축, 자연생태 등 다양한 전공의 연구자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섬을 둘러보고 조사한 뒤 저녁마다 둘러 앉아 세미나를 열었다. 도서문화연구원의 오랜 전통인 ‘현장론적 인문학’은 이 과정에서 탄생했다.

강봉룡 원장은 “섬으로 들어가 현장에서 접하고 보고 느끼는 것에 과학적 직관을 더해 주제를 찾았고 주제에 대한 자유로운 상상력을 바탕으로 섬을 그려 나갔다”며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도서문화연구원 식의 ‘현장론적 인문학’이다. 학제 간 연구라는 접근법을 섬이라는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구현했고 이를 통해 학문 간의 벽을 조금씩 허물어 갔다”라고 설명했다.

얼마 전 연구원 소속의 송기태 목포대 HK연구교수(민속학)가 월산민속학술상 학위논문상을 받았다. 수상 논문은 목포대 대학원 박사학위 논문인 「남해안 마을 풍물굿 연구」로, 기존에 연구되지 않았던 남해안 마을 굿을 현장론적으로 연구해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도서해양문화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은 해마다 한차례씩 '전국해양문화학자대회'를 열고 있다. 학술대회를 마치고 지난 8월6일부터 이틀간 울릉도와 독도 답사를 다녀왔다.

도서문화연구원은 한국의 섬과 바다를 가장 잘 안다. 해양수산부 지원으로 한국의 해양문화 전반을 조사해 『한국의 해양문화』(전 8권)를 펴냈고, 행정안전부 지원으로 유인도 현황을 조사해 『한국 도서백서』도 냈다. 국토해양부가 지원하는 ‘무인도서 실태조사’도 5년째 하고 있다. 한국의 유인도와 무인도, 해양문화 전반을 섭렵하고 있는 것이다.

연구원은 30년 조사ㆍ연구 성과물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새로운 연구소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 연구원은 섬과 바다를 재료로 기초연구를 충실히 하고, 정책 대안을 제시한다. 도서해양 문화콘텐츠 확보, 지역개발 참여, 지역축제 활성화, 생태관광 개발 등에 나선다. 도서해양문화의 조사연구기관에 안주하지 않고 이를 산업화하고 해양문화를 활용, 활성화할 수 있는 새로운 분야에 실천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내년 1월 이 역할을 맡게 될 ‘도서해양정책연구센터’를 개소한다. 신안군 과장이 연구원에 파견돼 실질적인 정책개발에 참여할 예정이다.

섬과 바다는 미래의 대안공간으로 인식되면서 그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기후변화와 자원고갈 등 인류가 처한 심각한 문제를 섬과 바다에서 해결방안을 찾고 있다. 강 원장은 “섬과 바다는 인간의 삶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기후 문제와도 연결된다. 인류와 미래의 문제를 포함하는 바다. 연구원은 인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 대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미래 구상을 전했다.

연구원은 섬과 바다를 통해 ‘열린 연구’를 하고 싶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에도 열린 마음과 과감한 모험, 개방의 정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강 원장은 “조선산업은 세계 1위, 해운산업은 세계 6위를 차지하는 등 해양산업은 최전성기를 맞고 있다”며 “그런데 바다에 대한 관심은 낮다. 바다는 교류의 공간이다. 기존의 폐쇄적 틀을 깨고 인식의 폭을 확대시키고 싶다”라고 말했다.

연구원은 또 한 번의 질적 도약을 예고하고 있다. 내년 6월에 영문국제학술지 <Journal of Marine and Island Cultures>를 창간한다. 도서문화연구원은 주로 문화의 관점에서 한국의 도서해양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 왔다. 이제 전지구적 네트워크와 다학문적 연구 시스템을 구축해 도서해양을 통해 인류의 문제를 성찰하는 ‘도서해양학’의 건설을 주창할 예정이다. 섬을 연구하는 세계적인 종합연구소를 꿈꾼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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