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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항해하는 島嶼문화연구원, 지방대 연구소의 롤 모델 제시
세계를 항해하는 島嶼문화연구원, 지방대 연구소의 롤 모델 제시
  • 윤용택 제주대 탐라문화연구소장
  • 승인 2011.12.26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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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유산, 한국의 미래다 (6) 목포대 島嶼문화연구원

‘한국사회의 발전을 이끌 저력’을 조명하기 위해 교수신문이 기획한 ‘대학의 유산, 한국의 미래다’는 대학 내부의 집합적 노력, 유산의 역사성과 사회적 기여 가능성, 잠재성, 세계적 가능성 등을 평가해 최종 선정했다. 13편의 유산 가운데, 여섯 번째로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을 조명한다. 도서문화연구원은 지난 1983년 3월 문을 열었다. 전국의 섬 가운데 62%가 있는 서남해 지역에 자리한 목포대가 ‘섬과 바다’를 연구 대상으로 삼은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 한국해양도서문화의 메카로 자리를 잡았다. 후원 : 교육과학기술부, 대통령직속 국가브랜드위원회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은 '섬과 바다'를 가장 잘 안다. 한국의 유인도와 무인도, 해양문화 전반을 섭렵했다. 이제 기초 연구를 넘어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새로운 연구소 모델을 만들고 있다. 완도 웃봉여에서 무인도서 실태조사를 하고 있다.
목포대 島嶼문화연구원(이하 도연)은 이미 도서해양문화 분야에서 명실 공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연구소가 됐고, 동아시아를 넘어 세계적 연구소로 도약을 서두르고 있다. 재학생 9천 명, 전임교원 300명 남짓한 지방대의 연구소가 설립된 지 30년도 안 돼 이처럼 큰 연구소로 비약적 발전을 한 것은 놀라운 일이다. 목포대는 서남해의 한 모퉁이에 자리 잡은 지방대학으로, 수도권이나 대도시의 큰 대학들에 비해 연구인력과 학교재정이 턱없이 모자란다. ‘도연’은 지방대 연구소의 이러한 한계를 깬 우리나라에 몇 안 되는 사례라는 점에서 학계의 연구대상이다.

‘도연’은 1983년 3월 도서해양문화에 관심 있는 교수들이 목포대의 입지적 특수성을 살려 한반도의 도서해양문화의 기반과 성격을 규명하고, 활용방안을 제시할 목적으로 설립됐고,  2010년 4월 총장 직속의 도서문화연구원으로 격상됐다. 전남 신안군 ‘암태도’ 현지조사에서 출발한 연구는 빠른 속도로 서남해 전역으로 뻗어나갔고, 지금은 그 연구 범위가 우리나라를 넘어 동아시아 도서해양지역으로 확장해가고 있다.

‘도연’의 연구는 두 차례의 중점연구소(1999~2009) 지원 사업을 거치면서 심화됐고, 거기서 얻은 성과들은 학술지 <島嶼文化>에 발표됐으며, 각종 자료총서, 연구총서, 아시아해양문화총서 등으로 결집됐다. 그리고 2009년 11월부터 시작된 인문한국(HK) 지원사업 ‘섬의 인문학’은 인문학을 근간으로 여러 학문이 협력하고 소통하면서 육지중심적 공간인식을 ‘섬을 통해서’ 되돌아보고, 섬과 바다를 포괄하는 새로운 공간인식 패러다임을 창출해 세계화 시대에 적실한 공간인식의 인문학적 정형을 만들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설정해 놓고 있다.

‘도연’은 우리에게 많은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우선 글로컬 시대의 학문연구의 명확한 좌표를 제시하고, 지방대 연구소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개인이든 기관이든 최선의 연구를 하려면,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잘 할 수 있는 것을 연구해야 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도연’이 자신들 앞에 놓인 가장 풍부한 재료인 섬과 바다를 연구대상으로 삼은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고는 하지만, 정작 섬과 바다를 연구하는 기관은 그리 많지 않다. 이는 그동안 우리 국민이 그만큼 섬과 바다를 소홀히 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반도는 대륙의 일부이지만 해양의 일부이기도 하다. 특히 다도해의 무수한 섬들은 육지와 바다를 잇는 징검다리이고, 바다는 세계로 통하는 무한 차선의 도로이다. ‘도연’의 섬과 바다에 대한 연구는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국민들의 육지중심적 사고의 폭을 해양으로까지 넓힘으로써 우리의 활동무대를 그만큼 확장한다는 점에서 국가적 가치가 있다.

도서문화연구원은 사회실천활동의 하나로 '찾아가는 마을포럼'도 시작했다. 어촌마을 주민들과 마을의 활성화 방안을 논의한다. 지난 7월 제1회 마을포럼을 열고 해남군 송지면 어란 마을 일대를 찾아갔다. 도서문화연구원 교수들과 어란 마을 사람들이 합동답사에 나섰다.

연구대상이 정해져도 그것을 수행할 연구인력이 있어야 한다. 섬은 또 하나의 세계이기 때문에, 섬과 바다를 제대로 연구하기 위해서는 문학예술, 역사고고, 종교철학, 사회문화, 생태지리 등 거의 전 분야의 학문을 동원해야 한다. 그리고 그 연구 성과들이 산업에 적용되고 정책으로 반영되기 위해서는 여러 응용 사회과학이 함께 해야 한다. 목포대에는 이미 국문학, 역사, 고고학, 문화인류학 등에서 훌륭한 학자들이 포진돼 있고, 특히 섬의 현실을 잘 아는 다도해 출신 연구자들이 많다. ‘도연’의 연구자들은 인근 섬들뿐만 아니라, 추자도, 울릉도 등 국내 다른 해역의 섬들과 대마도, 가고시마, 오키나와 등 일본의 섬들, 그리고 중국 발해만과 주산군도의 섬들을 섭렵하면서 세계를 보는 눈을 키워가고 있다. 그리고 크고 작은 전국학술대회 및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고 국내외 다른 연구기관과 소통하고 연대하면서 연구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연구 인력이 있더라도 재정적 뒷받침이 없다면 연구를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도연’ 초창기에 관심 있는 교수들이 주머니 쌈짓돈을 털어 학생들과 손수 밥을 지어먹으며 섬 조사를 하고 책자를 발간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도연’이 양적 팽창과 질적 도약을 하게 된 것은 두 차례 중점연구소(1999~2009)로 선정되고, 인문한국 연구지원사업(2009~2018)에 선정되면서부터였다. 국내대학 수천 개 연구소 가운데 그처럼 연이어 국가 지원사업에 선정되는 일은 거의 보기 드물어서 ‘도연’은 행운을 타고났다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도연’이 1999년부터 현재까지 연구재단의 연구사업을 포함해 자치단체와 중앙기관으로부터 수주한 사업이 거의 100건, 총 사업비는 109억여 원에 이르는 것을 볼 때, 역대 연구소장과 연구원들이 얼마나 분발했는지를 알 수 있다. ‘도연’은 연구소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좋은 전임연구원을 많이 확보하고, 연구소장은 그들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사업을 많이 따와야 한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롤 모델이다.

역으로 ‘도연’은 지방에서도 충분한 행정적, 재정적 뒷받침만 된다면, 얼마든지 세계적 연구가 가능하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도연’은 우리나라의 수만 명의 박사급 이상 연구자들이 적재적소에서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다면, 앞으로 지역과 국가가 나아가야 할 훌륭한 대안들을 내놓을 수 있다는 좋은 사례이기도 하다.

‘도연’은 철저하게 자신이 속한 지역에 근거를 두고, 자치단체와 중앙정부의 지원과 산업체의 협력에 힘입어 세계를 향해 거침없는 항해를 계속하고 있다. ‘도연’은 지방대에서도 연구소장의 노력, 총장의 행정적 지원, 자치단체의 협력, 중앙정부의 재정적 지원 등이 어우러진다면, 얼마든지 세계적 연구소가 될 수 있다는 전범을 보여주고 있다.

윤용택 제주대 탐라문화연구소장ㆍ철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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