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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 연구, 어디까지 왔나] “친일 행적보다 사상의 근대성 검토할 때”
[이광수 연구, 어디까지 왔나] “친일 행적보다 사상의 근대성 검토할 때”
  • 우주영 기자
  • 승인 2010.06.21 1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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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지면 만질수록 덧나는 상처’ 평론가 김현은 이광수를 가리켜 이렇게 평했다. 그의 친일은 단순히 한 개인의 과오를 넘어 우리 근대사의 질곡을 설명한다. 때문에 학계를 망라해 이광수에 대한 연구는 그의 친일행적을 규명하는 것과 어떤 식으로든 맥이 닿아있다.

친일 행적에도 불구하고 근대문학의 선구자로서 이광수의 문학적 위상은 높게 평가 된다. 최초의 연구는 김동인의 『춘원연구』(1934~1939)다. 김윤식 서울대 명예교수(국문학)의 『이광수와 그의 시대』(한길사, 1986)는 기념비적 성과로 이광수 연구에 하나의 분기점이 됐다. 이광수의 삶을 면밀히 추적함으로써 작품을 넘어 이광수란 한 인간의 사상사적 지평을 밝혔다는 평가다.

1990년 이후 문학계에서 이광수에 대한 연구는 조금씩 변모한다. 이전 연구가 한국 근대 문학의 선구자로서 이광수를 평가하는 작업이었다면 이후는 이광수 문학에 담긴 근대적 성격을 면밀히 규명하는 것으로 구체화됐다. 친일에 대한 연구도 변화를 보인다. 1980년 이전까지 이광수의 친일은 갑작스러운 변절로 평가됐다. 그러나 19990년 이후에는 친일로 귀결된 그의 논리가 이미 처음부터 그의 작품과 사상에 내재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다. 

식민지 시대 이광수의 개화민족주의는 논란의 여지에도 불구하고 당대 사회에 폭넓은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곁가지 수준으로 언급되는 것에 그칠 뿐 문학계 외에서 이광수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는 많지 않다. 김원모 단국대 명예교수(역사학)가 쓴 『영마루의 구름』(단국대출판부, 2009)은 실증사학적 입장에서 이광수의 친일활동을 재조명했다.

정치학계는 이광수의 민족주의에 주목했다. 김홍우 서울대 명예교수(정치학)는 친일로 이어지는 이광수의 민족주의를 통해 한국현대정치사상의 특색을 규명하고자 했다. 교육학계에서는 근대초기 이광수의 「개척자」를 두고 일어난 계몽교육 논의를 통해 문학교육의 방향을 탐구한 배수찬 울산대 교수의 연구가 눈에 띈다.

최근 이광수에 대한 연구는 친일의 굴레를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 김현주 연세대 교수(국문학)의 「식민지 시대의 ‘문명’, ‘문화’의 이념」(2002) 등 문화사적 접근이나 탈식민주의 관점에서 이광수를 읽고 있다. 류보선 군산대 교수(국문학)는 “이제는 친일행적보다 그의 사상에 담긴 근대성의 요소를 상세히 밝혀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비단 이광수뿐 아니라 식민지 시대 많은 지식인들이 친일과 협력, 저항 그 엇갈리는 경계에 서 있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논쟁에 학계는 여전히 뜨겁다.

우주영 기자 realcosmo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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