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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격한 중복게재 기준, 국내 학술지 더 어려워질까 걱정”
“엄격한 중복게재 기준, 국내 학술지 더 어려워질까 걱정”
  • 박수선 기자
  • 승인 2009.11.23 11: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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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민구 한국학술단체총연합회장(서울대·전기공학)

이번 연구윤리지침은 한국학술단체총연합회가 지난 7월부터 3개월간 집중적으로 연구한 결과물이다. 한민구 한국학술단체총연합회 회장이 이번 연구윤리지침이 나오기까지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 연구지침이 나오기까지 어떤 부분이 쟁점이었나.
“이사회에서 여러차례 회의를 했는데, 어디까지 중복게재로 볼 것인지를 놓고 이견이 많았다. 우려되는 점도 많지만 중복게재 판정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했다. 국제적인 수준에 맞추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 이번 연구윤리 지침의 의미는 무엇인가. 
“과학기술부 훈령이 나온 이후 학계에서 스스로 연구윤리지침을 만든 것이다. 중복게재는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다. 그 기준을 처음 제시했다 데 의미가 있다.”

》 어떤 경우가 중복게재인가.
“학술적인 저작물 4가지 가운데 2개 이상에 출처 표시 없이 그대로 게재하면 중복 게재로 봤다. △국내 학술회의 발표 논문 △국내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 △해외 학술회의 발표 논문 △해외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이 해당한다. 특히 우려하는 부분은 국내에서 발표된 논문을 해외 학술지에 발표하는 경우도 중복게재라고 본 것이다. 같은 논문을 다른 언어로 번역해서 발표하는 것은 지금까지 관행으로 봤었다. 한 교수가 이 경우에 해당돼 WCU사업에 신청했다가 취소되는 일도 있었다. 정치적인 인사들의 검증 잣대도 중요하지만 많은 학자들에게 이런 경우도 중복이라는 점을 알려줘야 한다.”

》 살라미 논문도 중복게재로 판정했다.
“살라미 논문이 중복게재인지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 쪼개서 낸 고의성이 짙고 데이터와 내용이 90%정도 중복된다면 중복게재로 봐야 한다. 전문적인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에 학회에서 논의해서 결정해야 될 문제다.”

》 중복게재를 피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내용이 중복되더라도 양해를 얻어 출처를 밝히면 괜찮다. 또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신문이나 책에 자신의 논문 내용을 싣더라도 중복게재에 해당하지 않는다.”

》 이번 연구윤리지침에 담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데이터 조작은 빠졌는데, 데이터 조작 문제는 법의 논리로 해결할 수 있다. 우리는 애매하고 윤리적인 문제를 다뤘다. 학문분야별로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최소한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지침을 만든 것이다.”

 
》 지침은 원칙적으로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학회나 기관에서 구성원들의 합의로 소급 적용을 정할 수 있다. 이전에는 관행적으로 해왔던 부분이다.”

 
》 연구윤리 지침 확정으로 학회나 연구자들의 연구활동에 어떤 변화가 생기게 될지.
“일단 가이드라인이 나온 만큼 이를 각 학회나 기관 처지에 맞게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회에서 중복게재 문제가 불거졌을 때 어떻게 할 것인지는 자율에 맡겨진 상태다. 교통신호 위반했는데, 벌금을 얼마나 부과할 것인지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 중복정도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이번 지침은 파급효과보다는 선의의 피해를 줄이자는 목적이 크다. 중복게재 논문이 실린 학회나 학술지가 피해자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중복게재로 피해를 본 학회나 학술지가 항의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또 국내 학회지에 논문을 내는 교수들이 줄어들 수 있다. 많은 대학들이 해외 유명 저널에 논문을 내야 승진 할 수 있도록 기준을 높이고 있다. 우수한 연구자들이 좋은 논문은 국내 학술지에 내지 않고 해외 논문에 발표하는 경우가 더 늘지 않을지 걱정이다.”

박수선 기자 susu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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