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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 自律 가이드라인 … ‘소급여부’ 최대 쟁점 되기도
학계 自律 가이드라인 … ‘소급여부’ 최대 쟁점 되기도
  • 박수선 기자
  • 승인 2009.11.23 11: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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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술단체총연합회 연구윤리지침, 어떻게 만들었나

중복게재를 판단하는 연구윤리지침이 나오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중복게재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나선 것은 지난해 초부터다. 고위공직자 도덕성검증에서 논문 중복게재 의혹이 제기되자 어디까지 중복게재인지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중복게재를 포함한 논문표절 가이드라인 모형 연구는 교과부 자문기구로 지난해 8월 발족한 연구윤리위원회가 맡았다. 3개월 뒤 연구윤리위원회는 모형 연구를 마치고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공교롭게 안병만 교과부 장관을 비롯한 고위공직자의 중복게재 의혹이 다시 제기됐다. 결국 해를 넘기면서 연구관리 주체는 교과부에서 학계로 넘어갔다. 학계에서 자율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정하자는 취지였다. 방식은 한국학술단체총연합회에서 위탁 과제를 수행하는 것으로 했다. 위탁과제의 결과물이 이번에 나온 연구윤리지침이다.


중복게재 정의와 중복게재 판단 기준 등 주요 내용은 윤리위원회가 마련한 가이드라인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한국학술단체총연합회는 “이미 국제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기준을 토대로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교과부 연구윤리위원회가 마련했던 안과 가장 큰 차이는 소급 규정이 빠진 것이다. 교과부가 지난해 초안을 논의할 때만해도 소급 기간을 명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제정된 전 과학기술부 ‘연구윤리 ·진실성 확보를 위한 지침’은 연구진실성 검증 시효를 5년으로 명시한 바 있다. 

소급 여부는 중복게재 논의에서도 최대 쟁점이었다. 특히 중복게재의 특성상 연구자 스스로 양심선언을 하거나 폭로하는 방식이 아니면 외부에 알려지기 어렵다. 최근 전북대  ㄱ 교수 사건도 그렇다. 이번 달 초 ㄱ 교수가 한국조직공학·재생의학회 학회에서 발행하는 <조직공학과 재생의학>지에 논문 8편을 철회해 달라는 요청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문제가 된 논문은 해외 유명 저널에 게재된 논문을 그대로 번역하거나 본인의 논문을 중복게재 한 것으로,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에서 의혹이 제기돼 결국 논문 철회까지 갔다. 뒤늦게 학회와 전북대도 조사위원회와 연구진실성위원회를 가동해 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중복게재문제는 이런 전철을 밟고 드러날 수밖에 없다.

이전 논문의 중복게재 문제가 불거졌을 경우에 언제까지 소급적용을 해야하는 지는 다시 논의를 해야 한다. 학계의 과제로 남은 셈이다.  
한 학회 편집위원장은 “예전엔 연구윤리도 없었고 잘 몰라서 논문을 다른 논문에 번역해 실은 경우가 있었다면서 “소급적용 할 수도 있지만 노골적으로 중복 게재한 것이 아니면 문제 삼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진호 서울대 연구처장(농생명공학)도 “기준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관행적으로 해왔던 부분, 과거에 이루어진 것은 선을 긋고 적용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중복게재는 연구 업적을 부풀리는 연구자와 논문 편수를 채우려는 학회의 이해가 맞아떨어져 알면서도 넘어가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또 지침이 법적 강제성이 없다보니 학회나 대학에서 지침보다 엄격한 규정을 만들 가능성은 낮다. 학계에서는 연구자들에게 충분히 공지하면 점차 연구자들의 연구윤리의식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창식 한국고분자학회 편집위원장은 “표절이나 중복게재 논문은 심사위원들선에서 걸러지고 있고 혹시 게재가 되더라도 2년 동안 투고를 금지하는 제재를 하고 있다”면서 “규정보다는 본인이 양심적으로 표절과 중복게재를 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수선 기자 susu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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