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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적 교양 교육 기대 … 교육목표 맞춘 프로그램 개발에 성패 달렸다
통합적 교양 교육 기대 … 교육목표 맞춘 프로그램 개발에 성패 달렸다
  • 김유정 기자
  • 승인 2008.06.16 12: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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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_ 기초교양교육 운영체제 살펴보니

기초교양교육은 이제 걸음마 단계를 지났다. 융복합학, 학제 연구 등 기존 학문체제가 재편되는 한편 학부교육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기초교양교육을 ‘제대로’ 하기 위한 고민을 시작했다는 뜻이다. 본부에서 교양과목을 정하거나 신입생의 학교생활 지도를 단과대학에 맡기는 방식에서 벗어나 대학별로 차별화한 교양교육 시스템을 갖추기 시작한 것은 변화의 일면이다. 반면 교양교육을 담당하는 교수 대부분이 비전임 교원이거나 비정년트랙이기 때문에 커리큘럼을 개발하고 질 좋은 교육을 제공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은 개선해야할 부분이다. 기초교양교육 운영체제를 살펴봤다.

학부대학-단과대학 위상·행정업무 본부와 독립

연세대는 지난 1999년 국내 대학에서 처음으로 학부대학을 설립했다. 교양과목을 개설하고 신입생 학사관리를 실시한다는 점은 다른 대학 교양학부와 유사하지만 행정업무가 본부와 독립돼 있고 단과대학 차원에서 교양교육 분야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차이가 있다. 1학년 신입생 전원은 학부대학 소속이다. 학부대학은 학장을 중심으로 기초교양교육 영역별 책임교수, 특별초빙교수, 학부대학 전임교수, 학사지도교수, 실용영어를 담당하는 외국인전임강사 등 50여명으로 구성돼 있다. 책임교수는 각 단과대학 소속인 반면 학부대학 전임교수, 학사지도 교수는 학부대학 소속 비정년트랙이다. 커리큘럼은 학부대학 교육연구위원회, 단과대 부학장으로 구성된 학부대학 교과영역별운영위원회가 설계한다.

같은 학부대학이지만 연세대와 성균관대는 운영방식에서 다소 차이를 보인다. 성균관대 학부대학은 ‘총합적 지식에 따른 안목 함양’에 초점을 맞춰 100여개의 새 과목을 도입하고 기초학문분야를 전공과 교양과정에 중복 편성하는 등 과목 개발에 집중했다. 연세대 학부대학은 ‘신입생 대학생활 관리’에 중심을 두고 △학부대학-단과대학 공동학사제도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강화 △특성화 학사지도 등을 시행하고 있다.
학부대학은 연구중심대학이 지향하는 모델 가운데 하나다. 변화하는 대학교육 방향을 수용·조정할 수 있는 새로운 연구·교육 기관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학부대학 설립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학부대학이 새로운 가능성을 꾸준히 탐색하지 않는 이상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손동현 성균관대 학부대학장(철학과)은 “융합교육·연구에 학부대학이 선두주자가 될 수 있지만, 학부대학이란 명칭이 대학 현실에 비춰볼 때 버거운 측면도 있다. 무엇보다 학과 중심주의의 통념을 깨지 않는 한 대학교육 정상화는 요원하다”고 진단했다. 

신의순 연세대 학부대학장(경제학부)은 “학부대학 설립 이후 문과대학, 자연과학대학, 사회과학대학에서 교육 내용을, 교무처에서 행정을 나누어 담당하던 과거에 비해 통합적 교양교육이 가능해졌고 효율성이 향상됐다”며 “반면 기초교양교육에 대한 본부의 관심은 오히려 줄어들어 교양교육에 대해 신경쓰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기초교육원-학과 교수 참여비중 높아

서울대 기초교육원은 학부대학과 교양학부의 ‘중간 성격’을 띠고 있다. 지난 2002년 기초교육 전담부서로 설치된 기초교육원은 수강신청, 학사지도 등 교양교육과 관련한 행정업무를 총괄하고 학제간 교양강좌 개발, 핵심교양교과목 2년 주기 평가 등 교양교육 분야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교육과정은 학문기초, 핵심교양, 일반교양을 담당하는 ‘기초교양교육 과정’과 신입생 세미나, 자아개발 프로그램, 관악초청 강좌 등의 ‘특별프로그램’, 수시모집 정원 외 특별전형 합격자 특별시험 등을 시행하는 ‘입학 전 교육’으로 구성돼 있다.

기초교육원에는 원장, 부원장이 각 1명씩 있고 주임교수, 초빙·연구교수, 강의교수 등 50여명이 속해 있다. 주임교수는 연세대 학부대학 책임교수와 성격이 비슷하다. 이들은 각 단과대학 교수로 대학영어, 인문학, 응용학문분야 교양과목을 가르치거나 연구를 담당한다. 초빙·연구교수, 강의교수는 기초교육원 소속으로 계약직이다. 교육과정 개발은 기초교육원 주임교수회의, 기초교육운영위원회에서 담당하고 기초교육위원회에서 커리큘럼을 정하는데, 여기에는 단과대학 교무부학장들이 참여한다.

홍종인 기초교육원 부원장(화학과)은 기초교육원 성격에 대해 “기초교양과목 전반에 대한 업무를 수행, 연구한다고 볼 수 있다. 학부대학은 단과대학 형태지만 우리는 아직 교양교육을 지원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홍 부원장은 “장기적으로 학부대학 형태로 발전해 나간다는 계획이 있지만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현재 기초교육을 담당하는 강의교수가 계약직이기 때문에 전임교수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양학부-‘형식’보다 ‘내용’에 주력

대부분 대학이 경희대처럼 교양학부를 설치해 교양프로그램을 개발한다. 경희대는 2002년 기초교양교육 전담부서로 교양연계학부를 신설했다. 교육과정은 기초교양과 통합교양, 전공교양으로 구분된다. 각 분과별로 지도교수가 있고 교양학부에 소속된 교수는 21명이다. 21명 중 10명은 외국인 교수이고 나머지 11명 중 2명은 정년트랙이다.

김상준 교양학부장(사회학과)은 “전공과정에 들어가기 전 지식과 학문의 내용, 체계의 흐름을 읽는 교육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따라 기존 교양과정을 조금씩 바꾸기 위해 노력 중이다”고 전했다. 김 학부장은 그 예로 통합영역에서 융합학 관련 강의를 개발하기 위해 교수를 대상으로 강좌를 응모하거나 고전 강좌를 인문, 사회, 자연과학 영역까지 확대한 점을 들었다. 학부대학과 기초교육원, 학부대학 가운데 제대로 된 교양교육을 위해선 어떤 시스템이 적합할까. 김 학부장은 “교양교육 제도는 학교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거기에 맞추면 된다. 형식이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많은 교수들이 “교육목표에 맞게 기초교양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일이 급선무”라고 입을 모은다. 교양교육보다 전공교육을 중시하는 분위기부터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은 2006년 <교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재임 시절 꼭 하고 싶었는데 못 했던 일로 학부대학 설립을 꼽으며 “교수들은 자기 과에 학생 몇 명을 확보해야 그 과와 세력이 일정하게 유지된다고 생각한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양왕용 대학교양교육협의회장(부산대 교양교육원장)도 “교양교육 체계가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교수들이 자신의 학과 안에서만 머무르려는 경향을 탈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유정 기자 je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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