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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연합 전문대학, 쿼바디스 도미네?
글로컬 연합 전문대학, 쿼바디스 도미네?
  • 김경화
  • 승인 2024.03.11 0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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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_ 김경화 편집기획위원 / 동의과학대 경찰경호행정과 교수·기획처장

 

김경화 편집기획위원

한국의 대학 그 중에서도 특히 전문대학은 어느 때보다 심각한 위기에 빠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문대학의 구성원들인 교수·직원·재학생·졸업생들은 ‘각자도생’과 ‘수도권 일극주의’가 만연한 사회, 능력보다는 학벌 중심의 전근대적인 특성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그들의 삶을 시작하고 영위하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처절하게 몸부림치고 있다. 

전문대학도 2024년도 대학 신입생 충원이 완료돼 3월 새 학기가 시작됐다. 지금 당장 눈앞에 보이는 3월의 대학가는 밝아 보인다. 그러나 향후 10년, 20년후의 입학 충원과 닥칠 현실을 예측해보면 참으로 암울한 것이 사실이다. 

지긋지긋한 ‘전근대성’과 ‘각자도생’의 패러다임

현재 2024학년도 정원은 일반대학 34만 9천124명(한국대학교육협의회 추계), 전문대학은 17만 3천978명(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추계)에 달한다. 그런데 20년 후 대학의 현실은 어떠할까? 현재 정원이 파격적인 감축 없이 지속된다면 입학 충원시에 수도권 소재 대학이 학생을 충원하고 나면 비수도권으로 향할 입학자원은 이미 전국적으로 완전히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전망은 이제 곧 다가올 ‘현실’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게다가 참으로 아이러니컬한 것은 “저출생 심화·고령화에 따른 대학의 위기는 모든 대학에 평등하게 다가오는 게 아니라 비수도권·전문대학·사립대학에 차별적으로 다가오는 것”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인구감소와 지역소멸의 충격은 수도권보다 비수도권, 일반대학보다 전문대학, 국립보다 사립대학에 집중적으로 가해지게 되고, 산업현장의 인력양성시스템과 취업·정주시스템도 소위 지방부터 무너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사실이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계속 방관하여 공멸할 것인가? 아니면 우리 국가와 사회가 힘을 합쳐 이 지긋지긋한 ‘전근대성’과 ‘각자도생’의 패러다임을 전복하고 ‘연대와 협력’으로 ‘고등직업교육의 근대화’를 이룩할 것인가? 교육이 개인과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라면 어떤 길이 시대정신에 부합할 것인지는 명백하다. 

현재 지역 산업현장의 중소기업은 한국인 인재를 구하지 못해 ‘외국인 유학생’ 중 국내 취업을 할 수 있는 인재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반면에 우리 청년들은 자신의 지역에 정착하지 못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의도하지 않은 ‘노마드(nomad)’로서 삶을 살아내야 하는 ‘필연적 악순환’에 빠져 있다. 이들을 보면 너무나 안타깝다.

국가는 이들에게 근본적인 해법은 제시하지 못하면서 “결혼을 하지 않는다”, “결혼해도 아이를 낳지 않는다” 등의 결과에만 치중한 판단을 너무 쉽게 내린다. 더불어 합계출산율 또는 출생률이 세계 최저인 책임까지 그들에게 밀고 있으니 참으로 분노가 치밀 지경이다. 그야말로 ‘쿼바디스 도미네?’(Quo Vadis Domine?)다.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합니까?

글로컬대학, 전문대학·지방 중소규모 사립대의 기회
     
교육부는 올해도 ‘글로컬대학’으로 10개 대학을 선정할 계획이다. 글로컬 사업은 교육부가 2026년까지 비수도권의 지방대 30곳을 지정해 1개교당 5년간 1천억여 원을 지원하는 파격적 정책이다. 올해는 사업선정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가 있다. 곧바로 통합하기 어려운 2개 이상의 대학이 공동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하나의 의사결정 구조를 만드는 ‘연합대학’도 신청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또 전문대학이나 지방의 중소규모 사립대학을 배려하는 개선도 어느 정도 이뤄졌다. 구체적으로 글로컬대학 평가위원을 교육부나 글로컬추진위가 일방적으로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설립종별에 따라 구성한다는 점, 외부 패널단 구성 허용, 연합대학과 같이 낮은 수준의 대학통합도 실질적인 대학통합과 동등하게 평가, 설립유형이나 규모 등 대학의 특성에 따른 별도 혁신 계획안 신설 등의 조치가 취해졌다. 이 때문에 이번 사업공모에 전문대학의 지원도 많아질 것으로 판단된다.

국가는 ‘글로컬대학30’의 기대효과로 지역인재 양성, 취업과 창업을 통한 지역정주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궁극적으로 지역소멸 방지, 지역경쟁력 제고, 나아가 지역균형발전을 이루겠다고 한다. 따라서 연구 중심의 글로벌 대학만을 선정하는 것은 그 취지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필자는 ‘글로벌’과 ‘로컬’ 중 로컬의 비중이 크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전문대학들도 ‘연합대학’으로 이 사업의 목적과 기대효과에 부응하는 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고 본다. 그것을 혁신기획서에 잘 담으면 ‘글로컬대학30’에 충분히 선정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더불어 대통령과 교육부를 포함한 정부·국회 등 정치권과 지역사회가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고등직업교육’의 최일선에서 산업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전문기술인재를 양성해 국가와 산업발전에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전문대학을 살리고 미래 직업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글로컬대학30’ 선정시에 고등직업교육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는 ‘한국형 연합 전문대학 모델’이 나올 수 있도록 기존의 편견과 선입견을 버리고 과감한 ‘평가상의 관점 전환’을 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새롭게 선정되는 ‘글로컬대학’ 나머지 20개 대학 중에 전문대학이 주체가 된 새로운 모델이 2~3개는 반드시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한다.

국가는 지역산업과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제조업, 서비스업 등의 현장산업인력, 전문기술인력이 원활하게 양성·배출될 수 있도록 ‘국가인력양성 시스템의 재구축’이라는 관점에서 전문대학을 평가·육성할 책무가 있다. 그것을 성실히 이행하는 것은 결국 국가발전을 위한 길이기도 하다.  

‘한국형 연합 전문대학 모델’에 거는 기대

헤밍웨이가 즐겨찾던 서점이자 세계적으로 유명한 독립서점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벽에는 다음 같은 문구가 오래전부터 새겨져 있다고 한다. “Be not inhospitable to strangers lest they be angels in disguise(낯선 이에게 친절하라. 그들은 변장한 천사일지도 모르니).” 이 서점에서는 인종·성별·나이·국적에 상관없이 서점을 찾는 낯선 이들에게 간단한 규칙을 지키기만 하면 이곳에 머물 수 있도록 ‘무료숙박’을 제공한다. 이러한 환대로 인해 많은 작가들이 여기서 서로 교유하고 책을 읽고 영감을 얻고 문학적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전문대학은 이와 같은 역할을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서 하고자 한다. 전문대학이 ‘연합’하여 ‘한국형 연합전문대학 모델’을 구축해 지역사회의 상대적 소득수준 하위계층이나 소수집단, 외국인 유학생, 산업현장 유입 해외인력을 대상으로 고품질의 직업교육을 실시하게 될 것이다. 국가가 전문대학의 우수한 교육인프라와 그간 축적된 교육역량으로 직업교육의 미래를 밝히고, 지역소멸·저출생의 엄혹한 터널을 빠져나가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할 수 있게 힘을 실어주면 좋겠다.

필자가 전문대학이라고 특정해 이야기했지만 그 대상을 비수도권 대학, 사립대학으로 치환하더라도 그 함의는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글로컬대학에 뜻이 있는 광역지자체나 대학을 운영하는 사학법인도 ‘염일방일(拈一放一)’ 즉 “하나를 얻으려면 하나를 놓아야 한다”는 금언을 가슴에 새기고 담대한 혁신의 각오를 가다듬어야 한다. 담대한 혁신은 ‘이미 존재하는 장벽’을 과감하게 허물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에 손에 쥔 것들을 과감하게 내려놓고 혁신의 담대한 장정을 시작한다면 그 미래는 밝을 것이라 확신한다. 

김경화 편집기획위원
동의과학대 경찰경호행정과 교수·기획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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