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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굴 40주년, 새로운 ‘수양개 역사’ 과제와 구체적 상상 주문
발굴 40주년, 새로운 ‘수양개 역사’ 과제와 구체적 상상 주문
  • 최익현
  • 승인 2023.12.26 0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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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개유적 발굴 40주년 기념 국제학술회의 열려

수양개 국제학술회의가 5일간의 짧은 일정을 마쳤다. 
그렇지만 남겨진 과제는 만만치 않다. 
수양개유적 발굴 40주년을 기념해 ‘세계문화유산 등재’, 
‘구석기문화의 문화자원활용 방안’ 등의 과제를 도출함으로써 
수양개유적 발굴 40주년 이후의 ‘새로운 역사’에 관한 상상을 
학계와 지역사회에 주문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재)한국선사문화연구원(이융조 이사장)과 단양군(김문근 군수)은 지난 11월 24일부터 닷새간 수양개유적 발굴 40주년을 기념해 ‘단양 수양개유적의 세계사적 위상과 활용’을 주제로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했다. 학술발표는 2023년 11월 25일(토) 수양개선사유물전시관에서 한국·일본·중국·러시아·폴란드 등 5개 국가의 저명한 학자들이 참가해 9개 주제를 발표하며 성황리에 진행됐다. 

‘발굴’ 40주년, 새롭게 수양개 조명

단양 수양개유적은 충청북도 단양군 적성면 애곡리에 있는 선사시대의 거의 전 시대를 망라하는 유물이 출토된 유적이다. 수양개유적은 남한강가의 양지바른 언덕(단구면)을 따라 3.5km 범위에 위치와 유적 성격을 달리하는 6개 유적이 분포하는데, 조사팀은 이들 유적을 1~6지구로 구분해 조사 및 연구해 학계에 보고했다. 2지구만이 삼한시대 마을 유적이고, 나머지 5개 지구는 구석기시대 유적이다.

6개 지구 유적은 모두 행정구역상 적성면에 해당한다. 1983~2015년까지 13차례 발굴조사를 진행했고, 50개소의 석기 제작소와 10만여 점의 방대한 유물을 출토했다. 조사 결과 우리나라 후기 구석기시대의 전 시대에 걸쳐 석기 양상, 제작 기법, 유물 수와 석기 구성의 다양성 등 후기 구석기시대 석기 문화 양상을 대표하는 유적임을 확인했다.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은 바로 수양개유적 1지구 발굴이다. 이융조 당시 충북대 교수팀이 이 1지구 발굴조사에 참여한 게 1983년(1차 7.29~8.21)이니, 2023년은 수양개유적 발굴 40주년이 되는 셈이다. 발굴조사는 충주댐 수몰지역 조사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이 1지구의 발굴조사 결과는 우리나라 후기 구석기시대 문화를 새롭게 정립하는 큰 전환점이 됐으며, 후기 구석기시대의 교과서와 같은 유적으로 세계사적으로도 그 학술적 가치를 높게 평가받고 있다. 

바로 여기에 이번 ‘수양개유적 발굴 40주년 기념 국제학술회의’의 의미가 있다. 구석기시대 연구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발굴조사의 학술적 의미를 재조명하고, 세계적인 구석기 문화자원인 수양개유적을 적극 활용한 관광자원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접근이다. 

지난 11월 25일 열린 수양개유적 발굴 40주년을 기념한 국제학술회의에서 김문근 단양군수, 조성룡 단양군의회 의장, 이융조 (재)한국선사문화연구원 이사장, 주제발표자, 관계자 등이 기념촬영을 했다. 사진 제공=(재)한국선사문화연구원

기조발표는 이융조 (재)한국선사문화연구원 이사장이 「세계의 중심에 있는 수양개 1지구의 40년-세계화를 중심으로」 주제로 발표했다. 충주댐 담수로 영원히 묻힐 처지에 있던 수양개유적 1지구 발굴 당시의 어려웠던 조사 과정과 학술적 성과, 그 이후 2·3·6지구로의 발굴조사 확대로 수양개 유적이 한국과 아시아 그리고 세계의 후기 구석기 기원과 전파에 관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을 밝혔다. 

또한 이융조 이사장은 수양개유적의 국제화 노력, 수양개 국제학술회의 개최(1996~2022년, 25회 개최), 국가사적 지정(제398호)과 박물관 건립 등 수양개 구석기문화의 세계사적 위상 정립을 위해 세계학회에 31회나 참가, 33편의 논문을 발표하는 한편, 유적보존(국가사적)과 활용(박물관)과 관련해 40년간 노력한 결과를 기조발표문에 담아냈다.

이어진 주제발표 1은 배기동 한양대 명예교수가 「수양개유적이 던지는 동아시아 후기 구석기문화 진화와 확산 이해에 있어서의 문제」를 발표했다. 배 교수는 수양개유적이 전기·후기 구석기 유적(EUP)으로 슴베찌르개의 출현, 돌날석기 제작기술, 풍부한 석기문화자료 등은 동아시아지역에서 현생인류의 문화와 확산, 환경적응 등을 이해하는 데 핵심적 위치에 있는 유적임을 거듭 강조했다. 

세계 구석기문화 속의 수양개유적

해외 학자들의 발표도 이어졌다. 특히 해외 학자들의 발표는 구석기문화와 수양개유적과의 비교 접근이 주를 이뤘다. 리콜라이 드로즈도프(N.I.DROZDOV) 러시아 시베리아혁신대 총장은 「시베리아 예니세이의 구석기문화와 수양개 구석기유적의 기원」을 발표했는데, 그는 수양개유적이 층서적(層序的)으로 석기제작기술의 발전과 예술품의 존재 등 북아시아에서 학술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음을 설명했다.            

L.도만스카(L.Domanska) 폴란드 우치대 종신교수는 「한국 수양개와 폴란드 리드노유적: 슴베찌르개 기술체계로 본 유적의 비교분석」에서 수양개유적이 약 3만 년쯤 연대가 앞선다고 지적하면서, 유라시아의 멀리 떨어진 양 끝 지역에서 출토된 슴베찌르개는 구석기시대 수렵채집민의 생계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도구임을 증명한다고 진단했다. 

「중국의 수이동구는 수양개의 이웃」을 발표한 싱가오(Xing Gao) 중국 고척추동물여고인류연구소 교수는 중국 수이동구(水洞沟)와 수양개유적은 각각 초기, 후기 구석기를 대표하는 유적이라고 지적하면서, 수이동구유적에서는 슴베찌르개가 출토되지 않았으나, 수양개유적에서는 슴베찌르개가 집중적으로 출토돼 차이를 보이는데, 이는 슴베찌르개가 수양개유적에서 기원함을 간접적으로 인정하는 대목이어서 주목된다고 설명했다.

슴베찌르개는 돌날을 이용해 밑부분의 한쪽 또는 양쪽을 잔손질해 자루에 착장할 수 있도록 슴베를 만든 것으로, 후기 구석기시대의 대표적인 사냥용 도구다. 사진=충북대박물관

이헌종 목포대 교수는 발표문 「후기 구석기시대 동북아시아 사냥도구와 수양개 Ⅵ지구 슴베찌르개 비교연구」에서 구석기시대의 대표적인 사냥도구인 슴베찌르개를 중국, 러시아 및 수양개와 비교한 연구결과를 보고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슴베찌르개는 중국에서 1점, 러시아에서 3점만이 출토됐지만, 수양개유적에서는 131점이 출토됐고, 출토 연대도 42,000년 전으로 가장 빨라서 슴베찌르개는 한반도 후기 구석기인의 중요한 사냥용 도구로 그 기원이 수양개유적임을 주장했다. 또한 슴베찌르개는 형태, 대칭성, 날 손질수법 등에 따라 찌르개, 긁개, 자르개, 톱니날의 기능을 지닌다고 설명했다.

카오루 오타니(Kaoru Otani) 일본 도쿄도립대 교수·마사오 암비루(Masao Ambiru) 일본 메이지대 명예교수·이융조 (재)한국선사문화연구원 이사장은 공동 발표문인 「단양 수양개유적과 한·일 문화교류」에서 수양개유적은 일본과의 공통되는 문화요소가 다수 확인된다고 지적하면서, 이를 (구석기) 문화교류의 결과로 설명했다.

또한 이들은 수양개유적이 한반도와 일본, 그리고 유라시아를 연결하는 구석기시대 문화교류사의 흔적을 선명하게 보여준다고 주장하면서, 후기 구석기시대 문화변동 과정에서 수양개유적이 그 중심적 역할을 했음을 밝혔다. 

수양개유적의 문화자원활용 방안은?

김권구 계명대 교수는 「단양 수양개유적의 활용과 지역발전」에서 수양개유적의 학술적 가치를 재인식할 필요가 있음을 전제하고, 수양개유적의 세계사적 가치를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김 교수가 분류한 다섯 가지는 ➀현생 인류의 인지능력 발전 과정을 보여주는 인류 문화사적 가치를 지닌 유적 ➁유라시아 최고(最古)의 예술품이 출토된 유적으로서 탁월하고 보편적 세계 문화사적 가치를 지닌 유적 ➂눈금돌이 확인된 세계적인 유적으로서의 가치 ➃구석기시대 돌그릇의 존재를 보여주는 세계문화사적 학술적 중요성을 가진 유적 ➄양호한 구석기시대 경관이 잔존한 유적으로서의 가치 등이다. 

무엇보다 김 교수의 논의에서 주목할 대목은 유적의 문화자원화 방안이다. 그는 선사시대 특별시인 대구광역시 달서구의 ‘선사시대로’를 문화자원활용의 사례로 들면서, 수양개유적의 문화자원활용 사업을 주문하기도 했다. 세계적으로 뛰어난 가치를 지닌 수양개유적이라는 문화자원을 가지고 잇는 단양과 지역사회, 중앙정부가 그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고 후대를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구석기시대 조각물 배치와 교총표지판 보완, 수양개선사유물전시관의 자원과 활성화 모색, 수양개유적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 단양군청의 적극적인 지원과 주민의 참여 등을 구체적인 방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긴 논의를 마치고 총평에 나선 이형우 전북대 교수는 “이번 학술회의는 특별히 수양개유적 발굴 40주년을 기념해 개최한 국제학술회의로, 수양개유적과 그 문화에 대한 학술적인 의미를 되짚어 보고, 국내외에서 학술적으로 수양개유적을 비교 평가하는 주제를 집약해 발표함으로써 수양개유적의 가치를 종합적이고 객관적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수양개유적을 국제화하기 위한 넓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달라”라고 주문했다. 

수양개유적 발굴 40주년 기념 국제학술회의 주제발표에 참가한 연구자들은 수양개유적이 한반도를 넘어 유라시아에서 중요한 유적임을 확인했으며, 동아시아 현생인류의 문화기원과 확산과정에서 핵심적 위치에 있음을 재확인했다. 이들은 구석기시대 대표적인 사냥도구인 슴베찌르개가 수양개에서 기원했다는 것, 눈금돌과 돌그릇은 세계문화사적 가치를 지니며 수양개 구석기인의 뛰어난 인지능력을 보여주는 고고학적 증거라는 것에 동의했다.

나아가 수양개 구석기문화의 문화자원으로서 적극적인 활용방안 모색과 함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것을 적극 추진하는 데 공통된 의견을 보이면서, 앞으로 단양과 수양개박물관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과 전략을 요구했다. 

이융조 이사장은 “수양개유적은 후기 구석기시대인들의 뛰어난 석기제작기술과 인지능력이 집약된 하이테크의 요람으로 세계 고고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학술회의는 한·중·일·러·폴란드의 중진 학자들이 참여해 수양개유적의 세계사적 위상을 재정립하고 향후 단양 역사문화연구·관광자원 활용방안을 모색한 의미있는 자리였다”라고 평가했다.

수양개 국제학술회의는 11월 25일 학술발표, 11월 26일 단양의 수려한 경관 답사, 11월 27일 청주 일원 답사, 11월 28일 출국으로 5일간의 일정을 마쳤다. 그렇지만 남겨진 과제는 만만치 않다. 수양개유적 발굴 40주년을 기념해 ‘세계문화유산 등재’, ‘구석기문화의 문화자원활용 방안’ 등의 과제를 도출함으로써 수양개유적 발굴 40주년 이후의 ‘새로운 역사’에 관한 상상을 학계와 지역사회에 주문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최익현 편집기획위원 editor@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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