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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고고학의 중심 미국에 ‘수양개의 자부심’ 우뚝 세우다
세계 고고학의 중심 미국에 ‘수양개의 자부심’ 우뚝 세우다
  • 이융조 (재)한국선사문화연구원 이사장·충북대 명예&
  • 승인 2016.09.19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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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와이오밍주립대에서 열린 제21회 수양개국제회의를 다녀와서
▲ 미국 와이오밍주립대 고인디언연구소의 콘펠드 교수와 학술교류 협정 조인식을 하고 있는 필자.

국제회의를 통해 우리는 와이오밍주립대와 앞으로의 수양개와 헬갭의 공동연구를 지향하는 학술교류협정을 맺어 좀 더 가까운 수양개 이웃을 만들었다. 우리의 학술교협정에 대해 모든 참석자들은 뜨거운 박수와 격려를 보태주었다. 내년 제22회 수양개국제회의를 사할린에서 개최할 것을 약속하고 다시 만나자는 뜨거운 악수로 미국에서의 국제회의를 마쳤다.

7월 26일부터 8월 3일까지 미국 와이오밍주립대에서 11개국의 학자들이 27개의 주제를 발표한 제21회 수양개국제회의(대주제: 수양개와 헬갭)가 열렸다. 세계 고고학의 중심인 미국에서 그리고 미국문화의 원류인 고인디언 연구의 총본산인 와이오밍 주립대에서 수양개를 주제로 개최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먼저 수양개에 대해 간단하게 살펴보자. 충북 단양에 있는 수양개유적은 충주댐 건설로 수몰되기 전 1980년에 찾고 1983년부터 지금까지 충북대박물관과 한국선사문화연구원이 모두 13차례 발굴한 것으로, 6개 지구의 구석기시대부터 마한시대에 이르는 시기까지의 여러 문화적 성격이 밝혀져 우리나라의 선사와 고대문화 규명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유적이다.

충주댐 건설로 완전히 수몰되는 유적을 다시 찾아 발굴함으로써 세계 구석기연구 조사에도 아주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는 이 유적은 전기 구석기 유물뿐만 아니라 특히 후기 구석기시대의(약 2만 년 전) 유물이 세계적인 평가를 받고 있어서, 국가에서는 이 유적을 사적(제398호)으로 지정하고 다시 이 유적을 높이 평가해 이곳에 큰 박물관을 세워 수양개유적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2006년 개관). 더욱이 여기서 출토된 유물들의 진품 또는 복제품이 세계 3대 박물관인 영국의 대영박물관·미국의 스미소니언박물관 등에 전시돼 있다. 북한의 김일성 역사박물관 에도 남북학술교류의 관점에서 전시돼 있다.
충북 단양에 있는 수양개유적은 충주댐 건설로 수몰되기 전 1980년에 찾고 1983년부터 지금까지 충북대박물관과 한국선사문화연구원이 모두 13차례 발굴한 것으로, 6개 지구의 구석기시대부터 마한시대에 이르는 시기까지의 여러 문화적 성격이 밝혀져 우리나라의 선사와 고대문화 규명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유적이다.

이러한 수양개유적의 의미를 높이고 좀 더 국제적으로 널리 알리고자 필자는 약 50회에 걸치는 외국의 국제회의에 참가해 수양개 문화상을 널리 소개해왔다. 또한 1996년부터 매년 ‘수양개와 그 이웃들’이라는 이름으로 직접 국제회의를 개최해 작년까지 20회(20회 1차는 이스라엘 하이파대에서 2차는 충북대에서 개최)에 이르렀다.
지금까지 이 국제회의는 국내에서 9회, 외국에서 12회나 개최됐다. 국내보다 다른 나라에서 개최된 횟수가 더 많은 것은 오로지 외국학자들도 수양개유적의 중요성과 이 회의를 통해 최신 구석기학의 교류와 연구기관 간의 학술교류를 할 수 있는 큰 이점이 있기 때문이었다. 또한 ‘수양개와 그 이웃들’이란 동일 주제로 열리는 국제회의는 전 세계에서도 유일해서, 이 방면의 학자들에게 큰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지금까지 152개 국가에서 참여한 학자들이 400편의 논문을 발표한 것만으로도 이 회의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 헬갭유적 입구의 환영 아치

고인디언 연구의 총본산에서 6개 분과 회의
미국에서 개최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지만, ‘수양개’만으로 국제회의를 개최한 것은 처음이다. 와이오밍주립대에서 구석기 연구자로 30여 년간 고인디언 연구를 집중적으로 진행한 M. 콘펠드 교수는 미국 내에서도 가장 주목받고 있는 학자로 저명하다. 그는 올해가 와이오밍주 아가테 유적에서 석기와 뼈화석을 처음 발견한 데서 시작된 ‘와이오밍 고고학’ 100주년이 되는 해이며, 와이오밍주립대에서 역점적으로 발굴해온 헬갭(Hell Gap) 유적 발굴 50주년도 같이 겸한다는 두 가지 의미에서 수양개 국제회의를 5년 전에 제안했다. 이런 배경에서 미국 와이오밍주립대 고인디언연구소와 (재)한국선사문화연구원이 이번 학술대회를 공동주최·주관했다.

이번 국제회의는 크게 6개 분과로 진행됐다. 1분과의 주제는 기조강연으로 ‘비스케이만부터 오호츠크해의 고고학과 과제’라는 제목으로 다섯 명의 대표학자들이 발표했다. 이 가운데 가장 큰 관심은 앞서 소개한 프리슨 교수의 「파와스 Ⅱ 유적 : 북미주 고지대(High Plains)에 있는  인디언들의 준비행위로 본 붉은 흙과 석기」라는 주제발표였다. 그는 30분 간 발굴과정과 연구로 밝혀진 문화사적 의미를 열강해, 참가한 모든 학자들로부터 열렬한 박수를 받았다.
아시아를 대표해 기조강연을 맡은 배기동 한양대 교수는 발제문 「한국 구석기유적에 나타난 인류행위 해석과 재퇴적 과정」을 통해 단지 한국에 있는 유적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많은 지역의 유적에 대한 문화해석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럽의 중심에 있는 폴란드의 중진 선사고고학자인 L. 도만스카 우치대 교수는 발표문 「폴란드 쿠야비야 지역의 부싯돌 사용의 변화와 연속」에서 중석기와 신석기시대까지의 문화상을 비교 검토하며 독특한 특징인 슴베찌르개와 수양개 형식을 비교했다.

제2분과는 ‘희망봉에서부터 코카서스 산맥까지의 이웃들’을 분과주제로 잡았는데, 여기에서는 R.K. 히치콕 교수(미국 뉴멕시코대)의 남아프리카에 대한 연구와 L. 토드 교수(텍사스대, 오스틴)의 에티오피아 연구가 소개돼, 오래간만에 아프리카의 구석기연구의 연구결과를 알게 됐다. 제3분과는 ‘북해에서 남중국해의 이웃들’의 주제 아래 네 명의 학자들이 발표했는데, 마지막 발표자인 황위민 교수는 벨기에의 마르셀 오뜨 리메즈대 교수와 함께 대동동굴의 르발르와 수법을 집중조명해 르발루와 문화의 존재를 크게 부각시키고자 했다. 종전까지 르발루와 문화가 아시아쪽에는 없다는 서구학자들의 이론과는 다른 새로운 것이어서 앞으로 후기 구석기시대의 돌날문화에 중요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외 제4분과에서는 ‘남중국해에서 베링해역의 이웃들’ 이라는 제목으로 한국(3), 일본(1), 대만과 사할린(각 1) 학자들이 발표자로 참여했다. 제5분과는 ‘베링해협에서 티에라 델 피에고의 이웃들’이라는 주제로 4명의 와이오밍 주립대의 박사학위 취득 직전의 대학원생들이 발표해 크게 주목받았다.
가장 주목되는 논의는 이 국제회의 주인공인 콘펠드 교수가 30년간 연구를 계속해오고 수양개와 비교되는 「헬갭유적의 동물고고학 시간상의 재고찰」이라는 발표였다. 헬갭에서 발굴된 많은 고동물과 당시 고인디언(첫 미주인)들의 생활상을 시간상의 비교검토를 통해 제시해주는 중요한 발표였다. 다른 박사생들은 고고학과 생태학 또는 모형제시를 발표해 고인디언들의 생활적응 과정에 관한 과학적 분석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렇게 하여 27개의 주제를 발표한 뒤, 제6분과로 종합토론을 진행했다. 특히 여기에서는 남아프리카에서부터 남미까지의 인류 이동에 관한 중요한 문제를 종합적으로 고찰하려 했다는 점이 크게 부각됐다. 앞으로 이런 큰 주제를 수양개 국제회의에서 다뤄줬으면 하는 제안도 있었다.

▲ 선물한 하회탈목걸이를 하고 있는 원로 고고학자 프리슨 교수와 함께한 필자.

이번 국제회의는 회의와 답사 두 가지로 진행됐다. 1부에서는 발표와 근린답사, 헬갭유적 답사(사진 3)가 계획됐고, 2부 일정으로는 회의 후 3일간의 일정을 캬라반식으로 2대의 차로 장거리 답사를 계획했다. 이것은 하루에 500km 이상을 움직이는 먼 답사였는데, 그만큼 미국에서의 유적들이 넓게 분포됐을 뿐만 아니라 맘모스의 출토지와 발굴 그리고 박물관을 실제로 답사해볼 수 있는 좋은 계획이어서, 참가한 학자들도 학문적 희열 때문인지 전햐 피곤해하지 않는 기색이었다.
인상적인 방문은 라빈슨 요새지역 답사였다. 1870년대 레드 클라우드를 추장으로 하는 인디언들과 금을 채취하기 위한 미군 부대들과의 전쟁과 협약 문제는 미국 전쟁사에서도 중요하게 평가되고 있다. 결국 레드 클라우드를 따르는 인디언들에게 보호구역을 남겨주는 좋은 협약으로 잘 정리됐으며, 이들이 같이 전시돼 있어서 원주민과 정복자와의 위치를 슬기롭게 넘어간 역사의 사실을 조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슴 벅찼다.

3일간의 일정으로 진행된 갸라반식 장거리 답사
이번 9일간 개최된 국제회의를 통해 B.C. 17,000년부터 B.C. 11,000년까지의 시간에 살았던 고인디언들, 이들과 함께 생존했던 많은 고동물들, 그리고 자연의 변화로 생긴 함정에 빠진 맘모스와 들소들의 발굴을 통한 연구·전시 등은 특히 우리의 중원지역에 있는 많은 동굴에서 출토된 동물상들을 다뤄온 필자에게는 깊은 감명을 줬다. 미국은 역시 세계고고학의 중심에 서 있는 나라였다.

국제회의를 통해 우리는 와이오밍주립대와 앞으로의 수양개와 헬갭의 공동연구를 지향하는 학술교류협정을 맺어 좀 더 가까운 수양개 이웃을 만들었다. 우리의 학술교협정에 대해 모든 참석자들은 뜨거운 박수와 격려를 보태주었다. 내년 제22회 수양개국제회의를 사할린에서 개최할 것을 약속하고 다시 만나자는 뜨거운 악수로 미국에서의 국제회의를 마쳤다. 여기에서 다른 수확이 있다고 한다면 수양개 국제회의를 26회(2020년)까지 결정했다는 것이다. 앞으로 북쪽으로는 알라스카(2018), 남쪽으로는 호주 멜버른(2017)에서 국제회의를 통해 수양개의 이름아래 세계 구석기고고학연구의 발표와 미래를 열어나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융조 (재)한국선사문화연구원 이사장·충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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