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8 15:00 (일)
“인간의 노동 없으면 아무것도 생성 못한다”
“인간의 노동 없으면 아무것도 생성 못한다”
  • 김재호
  • 승인 2023.07.04 09: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AI 특집으로 다룬 ‘문화/과학’과 ‘문학인’
AI 위해 주변화된 ‘그림자·미세노동’ 우려

생성형 AI는 스스로 가치를 만들어낼 수 없다. 신현우 서울과기대 강사(<문화/과학> 편집위원)는 「인공지능 자본주의 프런티어 비판: 인지 자동화 시대 제3섹터 비인간 노동과 ‘탈중앙화 커먼즈’의 재구성」에서 이같이 비판했다. “인공지능 활동이 가치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인간의 노동력과 결합해야만 한다.” 

생성형 AI는 무언가를 쏟아내긴 한다. 신 강사는 “인공지능은 노동력의 탈상품화를 가속해 사회적 생산력을 증대시키고 있다”라며 “인공지능은 탈상품화된 노동력을 끊임없이 접속시키는데, 이는 광섬유와 뉴런 간의 신경망 분업과 헤테로메이션(그림자 노동이 포함된 새로운 형식의 자동화)으로 발전한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출현하는 제3섹터인 비인간 노동은 자본가-노동자 간의 적대 자체를 비가시화하고 노동자들이 스스로 연대할 수도, 자본가들과 협상할 수도 없도록 만든다”라고 지적했다.  

AI를 구동하기 위한 인간의 노동은 가혹하다. 이광석 교수는 “지식 데이터 사출과 포획에 동원되는 뭇 인간들의 위태로운 정보 인권, 기계학습을 위해 저임금에 시달리는 대도시 청년과 남반구 빈민의 노동 인권 등에 대한 정밀 실사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면, △남반구 광물 채굴 노동 △반도체 부품 노동 △휴대전화 조립 노동 △성적·폭력적 영상 필터링 등 콘텐츠 조정 노동 △가상화폐 채굴 노동 △정보통신기술 지원 노동 △IT 실험실 청소 노동 △AI 사물 식별과 강화학습을 돕는 유령·미세 노동 등이 있다. 이 교수는 “가상자본을 떠받치는 이들 하류 노동의 구체적인 AI 노동 지형학을 그려내야 한다”라고 밝혔다.

하승우 한예종 교수(영상이론과) 역시 「AI 머신 비전과 새로운 사회 권력」을 통해 그림자·미세노동을 우려했다. 하 교수는 “현대의 자동화된 삶을 이끄는 것은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아니라 주변화된 그림자 노동”이라며 “우리가 우선적으로 염려해야 할 것은 임노동의 소멸이 아니라 자동화 시대에 주변화된 미세노동의 증가”라고 비판했다.

실제 수업 현장에서는 어떨까? 정은귀 한국외대 교수(영미문학 문화학과)는 「AI 시대, 번역가 종말론과 번역가의 과제」에서 AI 번역기로 수업한 경험을 털어놨다. 정 교수는 “번역 종말론은 완연한 대세가 되었다”라며 “글쓰기와 번역에 관한 한, 강단에 서는 이들의 실제적인 불안은 상상보다 더 크다”라고 했다. 하지만 학생들과 함께 AI 번역기를 활용해 미국 시인 에밀리 디킨슨(1830-1886)의 시 한 편을 직접 번역해보니 예상과 달랐다. AI 번역 결과가 좋지 않았던 것이다. 

정 교수는 “문학 번역은 기계의 영역이 되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조건부 답인 “아직은 그렇지 않다”가 결론이라고 밝혔다. 언젠가 정말 혁신적인 AI 번역기가 나올지 모른다. 그래서 정 교수는 “단, 무엇보다 신속하게 변환해 내는 그 속도에서 다른 언어가 갖는 낯선 층위를 매우 빠른 속도로 해제하여 낯익은 언어로 바꾸어 폭넓게 보여주는 민주적인 확장 가능성은 혁신임이 분명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재연 유니스트 교수(인문학부)는 「챗지피티시대 대학교육에 관한 짧은 생각」을 통해 ‘AI와 스토리텔링’ 수업 경험을 들려줬다. 학생들은 가수 신해철(1968∼2014)이 기존에 쓴 가사와 인터뷰를 통해 「초연」이라는 새로운 가사를 만들어냈다. 또한 랩에 담겨 있는 라임 어휘를 분류하고 점수를 매기는 방법을 만들었다. 특히 그 점수에 따라 컴퓨터가 기존의 랩을 분석해 라임 있는 가사로 대체하는 ‘가사 추천기’를 개발했다. 이 교수는 다음의 주장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챗지피티를 이용한 표절은 막을 수 없으니 이에 대한 사안은 엄격히 하되 챗지피티는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인간의 창의적 능력을 높이자고 한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