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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지는 지성인
책임지는 지성인
  • 이영수 발행인
  • 승인 2006.06.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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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이영수 교수신문 발행인 ©
사회학자 에치오니는 평생을 ‘책임사회’ 구현을 위해 애쓴 사람입니다. ‘황금 같은 중용’으로 표현되는 그의 사상은 ‘자신에 대한 개인적 책임과 타인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란 말로 요약됩니다. 사회가 나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또 보호해주기를 원하는 만큼 사회의 도덕적 질서를 존중하고 보호하라는 의미입니다. 그의 책을 읽으면서 우리 사회에서 요즘처럼 책임이라는 말이 절실할 때가 없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지금 주위를 둘러보면 사회 전체가 월드컵에 빠져 정신을 못 차리고 있으며, 언론은 스포츠 마케팅을 구실삼아 집단 최면에 다름 아닌 대중 조작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양극화란 이름의 갈등, 반미와 자주국방의 갈림길, 친북과 이념의 혼미, 유수 기업 매각에 따른 비리와 불법, 정치 권력의 자리 차지하기 등 우리 사회의 향방을 도저히 전망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혼란이 야기된 것에는 지식인들의 책임도 큽니다. 대학 교수들이 연구비를 타서 연구업적 쌓는 데 정신이 팔리거나, 기말고사가 끝나자마자 해외에 골프 치러 달려가는 것에 여념이 없는데 어찌 사회의 건강성을 가늠할 지식인의 자리에 구멍이 생기지 않겠습니까. 노무현 정권 이후 정계로 진출한 운동권 지식인들이 초심을 잃고 권력화 한 현상을 두고 한 사회학자는 ‘오월권력’이라고 상징화한 바 있습니다. 지식인들이 가장 멀리해야할 도덕적 부패와 해이는 오히려 너무나 가깝게 다가와 있습니다. 이러니 지식인의 공백이 아니라 소멸의 위기감마저 느껴집니다.

촘스키는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 ‘적합한 대중’에게 ‘가능한 범위 내에서’ 진실을 찾아내 알리는 것이 지식인에게 주어진 도덕적 과제라고 정의하였습니다. 대학 사회가 이제는 전문지식과 지성의 산실이고 그 소유자로서 사회의 모든 분야와 인간사에 중대한 의미를 갖는 문제에 대한 진실을 찾아내고, 그 문제를 풀기 위해 무언가를 해낼 수 있는 대중에게 알리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동시에 지식인들은 자신의 말과 글에 대해 책임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특히 교수들은 전문가적 식견을 통해 공공정책이나 사회문제에 있어 발언권이 강한 만큼 그에 상응하는 무거운 책임감을 감당해야 하는 것입니다. 노무현 정권이 들어선 이후 크고 작은 정책 쟁점들이 있었고 그에 대한 논쟁들이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어떤 입장에서 어떤 말과 글을 남겼습니까. 그 말과 글에 어떻게 책임질 수 있을까요. 혹시 잘못된 발언이 우리 사회에 깊은 상처를 남기지는 않았나요. 자신의 말과 글에 책임질 수 없다면, 차라리 침묵해야 합니다. ‘책임지지 않는 지성’이야말로 ‘破廉恥漢’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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