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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속의 황우석
우리들 속의 황우석
  • 강신익 인제대
  • 승인 2006.06.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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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강신익 / 논설위원·인제대, 의철학 ©
반년 이상을 끌어온 소위 황우석 드라마가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로 그 첫 번째 막을 내렸다. 이로써 줄기세포는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고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두 편의 논문은 모두 조작된 것이었으며 따라서 줄기세포허브를 열어 수만 명의 환자를 등록한 행위 자체가 거짓에 근거한 속임수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하지만 이렇게 간단한 사실이 확인되기까지 우리가 겪어야 했던 혼동과 소란의 여파가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는 않다. 결국 한편의 사기극으로 결론이 나기는 했지만, 최고 권력자를 포함한 정치권과 언론 그리고 온 국민이 고비마다 진실을 숨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모두가 공범자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진실을 받아들이지 않는 추종자들은 여전히 음모론으로 무장한 채 얼마든지 더 속고 믿어줄 준비가 되어있으며 주인공 자신도 은근히 연장 공연의 의지를 내비친다.

따라서 우리는 아직도 이 드라마가 끝나지 않았음을 선언해야 한다. 주인공과 추종자, 그리고 직간접으로 사태의 악화에 기여한 사람들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우리들 속의 황우석이 아직 살아있기 때문이다. 우리들 속의 황우석은 비록 거짓이라도 이익이 된다면 용서받을 수 있다고 외친다. 과학적 발견은 검증되는 것이 아니라 언론과 정치권의 인맥으로 포장되는 것이라고 믿는다. 아직도 난자는 머리카락처럼 저절로 빠져나와 버려지는 조직의 일부일 뿐이라고 강변한다.

이 드라마의 2막은 이러한 허위의식과의 싸움이며 그 주제는 연구진실성과 생명윤리의 회복이 될 것이다. 이미 과학자 사회와 정부가 여러 방안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진실성과 생명윤리가 요란한 구호나 복잡한 절차로 완성되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우리들 속의 황우석을 바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책임을 한 사람에게 떠넘겨버리고 여전히 예전의 연구관행을 버리지 못한다면 그 황우석들이 여기저기서 싹을 틔울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우리들 속의 허위의식은 과학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통해 극복되어야 하며, 생명윤리 역시 과학과의 대화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러한 대화는 과학도 본질적으로 가치 적재적(value-laden)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가능하다. 시민사회의 개입을 고유 영역에 대한 침해라고 불쾌해 하는 과학자나 과학에 대한 기본적 이해도 없이 추상적 이론의 잣대를 들이대는 윤리학자의 허위의식이 극복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과학과 윤리가 동전의 양면임을 인정하고 그런 방향의 학제적 연구와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과학과 인문학의 잡종이 전혀 불가능한 기획은 아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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