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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 날라리들의 빨간 마후라
선생 날라리들의 빨간 마후라
  • 김용희 평택대
  • 승인 2006.05.31 00:00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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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

▲김용희 / 편집기획위원, 평택대 국문학과 교수 ©
사실 영화의 촉발은 여기서 시작된 것이었다. 1998년 중학생들이 유희적 자작극처럼 만든 비디오<빨간 마후라>. 여중생의 실제 성관계를 찍은 <빨간 마후라>의 주인공들은 그 이후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었다. 그런데 오, 갓! 놀랍게도 이들은 대학교수가 되어있더란 말이지. 아니ㅡ 그럼, 중학교 때 양아치였던 이들이 개과천선이라도 했단 말인가. 그럴리가. 한국의 영화관객은 ‘대한늬우스’가 나오던 과거 계몽의 훈계에 이미 넌더리가 난지 오래다. 그러니까 영화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은 교수의 숨겨진 과거, 은밀한 사생활에 대한 훔쳐보기, 대중의 관음증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방 전문대학의 염색과 교수 조은숙과 만화과 교수 박석규. 이들은 중학교 때 최고의 양아치, 양아치의 ‘깔대기’였던 과거를 자신의 비밀로 묻어두고 있다 우연히 대학에서 교수로 만나게 된다.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갖은 교양과 품위 있는 말투로 자신을 치장하고 숨기며 살던 가면이 순식간에 벗겨지는 순간이다.

조은숙(문소리 분)은 스스로의 품위와 지적 풍모에 취하여 높은 비음으로 자작시를 낭송한다. 함께 회식을 하던 남자교수들은 거의 실신할 듯이 감탄을 하며 여교수를 바라본다. 여교수는 광택나고 몸에 붙는 브라우스와 스커트를 입고 있다. 남성들의 숱한 관능적 시선을 스스로 즐기면서 자기도취적으로 몸을 꼬며 걸어간다. 여교수는 자신의 관능미를 마음껏 펼치며 지적 내숭으로 남성을 유혹한다. 그러니까, 영화는 완벽한 코메디다. 영화는 관객들로 하여금 지식인들의 내숭과 위선을 포복절도하며 비웃어보라 한다.

아무렴, 세상에 이런 여교수는 없다. 실제 대학현장에서 대개 여교수는 중성적이어서 여성인지 남성인지 구분이 가지 않아야 한다(여성은 중성화내지 남성화됨으로써 비로소 남성중심 사회에 끼어들 수 있으므로). 여성 학자는 중성적일 때 좀더 지적인 풍모와 안정감을 보장받는다. 사실 여성 학자에게서 아름다움 특히 관능적 미모란 그들의 지성의 수준을 의심하게 하는 잣대일 뿐이다. (“어떻게 저렇게 화장을 하고 스커트를 입고 공부란 것을 할 수 있겠어? 말도 안돼!”) 그렇다. 여교수는 쇼트커트나 단발머리에 거의 원불교 전도사나 수도승처럼 검정, 회색, 곤색 슈트를 번갈아 입고 검정색 단화를 신어야 한다. 만약 영화에 나오는 여교수와 같은 여성 학자가 있다면 그들은 남성 교수에게서 ‘애인’의 그룹에 속하게 되지 ‘동료’의 반열에 놓이지 않는다.  

그래, 교수들은 얼마나 불쌍한가. 용감하게 맞장 뜨고 서로 통쾌하게 웃어버릴 담대한 호기조차도 없다. 치밀어 오르는 욕설을 숨긴 채 내숭을 떨고 체면을 차리면서 “적어도 공인이니까” 자위하면서. 제도권 하에서, 당위적 삶의 표본 아래서, 점잖은 목소리와 성숙한 교양으로 욕망을 저당 잡힌 채. 서로를 “선생님, 선생님”이라 부르면서, 지성인으로서 서로를 존중하면서 우리는 어떤 비밀과 공모를 안전하게 숨기고 있는 것인가.

하여 영화에서 대학 교수는 말한다. “교수생활? 편하거든, 아무렴...... 교수야 입으로 먹고 사는 거지. 그래도, 겁도 나지, 얘들한테 구라쳐서..... 그렇다고, 함부로 못하지. 얘들이 보니까.....” 그리하여 우리는 ‘빨간 마후라’의 날라리 같은 끼를 반납한 채 어느 정도 내숭을 떨면서 시대의 지성인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러시아에 가서 한국문학 박사학위를 받아오고 양아치였던 과거를 숨긴 채. 그러니 영화<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은 우리 시대 교수 상에 대한 우스꽝스러운 블랙유머가 아니고 무엇인가. 흥미로운 陰畵가 아니고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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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한교수 2006-06-03 11:12:28
글 쓴 김용희 교수님은 남성 교수에 대해 이상한 편견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교수신문이 교수를 비하하는 이러한 글을 싣는 의도가 뭔지 알 수 없습니다.

허허.. 2006-06-02 20:50:17
교수신문도 한낮 연예신문이 되는구나...
그래서 그 중학생들이 교수란 말이야 뭐야...?

강정희 2006-06-02 19:25:37
김용희교수는 이 난을 영화평론으로 착각하고 있지는 않으신지.
선생 날라리들의 빨간 마후라라니.
정말 어처구니 없군요.

여교수 2006-06-02 13:02:34
삼류 저질 영화를 소재로 이렇게 여교수를 비하하는 글을 써도 되나요? 이 난이 딸깍발이 아닙니까? 그렇다면 냉엄하고 청렴한 비판정신이 앞서야 할 텐데. 무슨 바지 걷어내리고 힘찬 오줌줄기라니. 교수들은 다 위선자라서 불쌍하다 이런 말인데 그런 당사자는 어떤가요?

허참 2006-06-01 13:10:27
이런식으로 종교를 비하해도 되는겁니까??
어떤 종교를 그렇게 대놓고 이야기 하는 것은
아무리 표현의 자유가 있다하더라도
............
내용 고쳤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