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근 / 편집인·중앙대 © |
얼마 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과 국민경제자문회의 등 정부 측 기관들이 정부가 통상협상을 추진하는 방식에 문제가 많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이 기관들은 정부가 개방정책에 대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사전에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체제를 구축할 필요성과 협상과정에서 이해관계자의 참여와 의견수렴을 확대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국회 및 지방자치단체와의 대화와 타협을 위한 창구를 만들 것을 주문했다. 특히 정부 부처간 의견 조정의 강화 등 개방을 위한 국내 협상력을 강화하는 게 우선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미 FTA를 잡도리해야 할 노대통령은 “지금까지 개방한 나라가 성공도 하고 실패한 경우도 있었지만 쇄국하면서 성공한 경우는 한번도 없었다”면서 한-미FTA를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일종의 쇼크요법”이라는 묘한 자리매김을 내었다. 그런데 재미 있는 것은 노 대통령에게 내내 막말하고 연거푸 발목을 잡아왔던 일부 언론들이 한-미FTA에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다는 점이다. 처음으로 노 대통령과 ‘적과의 동침’을 하고 있는 셈. 또한 잘 나가는 지식인(?)들은 FTA가 모두에게 ‘복음’이며, 일본의 견제와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고, 국민소득 ‘3만달러’의 선진 통상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촉진제라고 대갈한다.
미국식 FTA는 기업의 과다한 이윤추구를 규제하는 공공제도를 사유-영리화시켜 파괴-제거하려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교육-의료 공공성 강화, 핵심국영기업의 보호,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금융제도의 필요성, 극심한 피해가 예상되는 농업의 구조조정 지원책 등 양극화를 해소하려는 조치는 물 건너간다. 이렇게 되면 사회적 혼란이 극심해질 터이고, 치루어야 할 사회적 비용은 천문학적 액수일 게 불 보듯 뻔하다.
KORUS FTA! 최근 결정된 한미FTA의 영문 공식 명칭이다. 두 나라의 이름(KOR+US)을 섞어서 기발하게 작명한 것인데, 코러스가 합창(chorus)이라는 냄새도 풍긴다. 따라서 제대로 된 코러스FTA가 되기 위해선 지금이라도 여론을 폭 넓게 모아서 우리의 입장을 제대로 찬찬히 톺아 볼 일이다. 만일 우리의 요구가 제대로 관철되지 않는다면 시간적 여유를 두고 협상에 임해야 하는 법. 여우볕에 콩 볶아 먹듯이 나랏일을 섣빠르게 처리해서는 안된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