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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지금도 늦지 않았다
대학정론: 지금도 늦지 않았다
  • 박영근 편집인
  • 승인 2006.05.3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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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근 / 편집인·중앙대 ©
요즈음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끌벅적하다. 저마다 목청을 돋우며 다툼의 날을 세우고 있다. 내년 3월말에 협상을 마무리하고, 이어서 양국의 의회로부터 비준을 받아낸다는 것이다. 국익에 대한 차가운 평가와 국민적 공감을 이루어 내기에는 턱없이 짧은 시간이다. 게다가 협상을 시작하기도 전에 미국이 요구한 네가지 핵심쟁점, 즉 약값 재평가제도 개정안을 취소하고, 스크린쿼터를 1백46일에서 73일로 축소하며, 쇠고기의 수입을 재개할 것이며, 자동차배출가스의 기준강화방침을 취소해 달라는 요구를 정부가 깡그리 수용했다.

얼마 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과 국민경제자문회의 등 정부 측 기관들이 정부가 통상협상을 추진하는 방식에 문제가 많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이 기관들은  정부가 개방정책에 대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사전에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체제를 구축할 필요성과 협상과정에서 이해관계자의 참여와 의견수렴을 확대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국회 및 지방자치단체와의 대화와 타협을 위한 창구를 만들 것을 주문했다. 특히 정부 부처간 의견 조정의 강화 등 개방을 위한 국내 협상력을 강화하는 게 우선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미 FTA를 잡도리해야 할 노대통령은 “지금까지 개방한 나라가 성공도 하고 실패한 경우도 있었지만 쇄국하면서 성공한 경우는 한번도 없었다”면서 한-미FTA를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일종의 쇼크요법”이라는 묘한 자리매김을 내었다. 그런데 재미 있는 것은 노 대통령에게 내내 막말하고 연거푸 발목을 잡아왔던 일부 언론들이 한-미FTA에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다는 점이다. 처음으로 노 대통령과 ‘적과의 동침’을 하고 있는 셈. 또한 잘 나가는 지식인(?)들은 FTA가 모두에게 ‘복음’이며, 일본의 견제와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고, 국민소득 ‘3만달러’의 선진 통상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촉진제라고 대갈한다.

미국식 FTA는 기업의 과다한 이윤추구를 규제하는 공공제도를 사유-영리화시켜 파괴-제거하려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교육-의료 공공성 강화, 핵심국영기업의 보호,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금융제도의 필요성, 극심한 피해가 예상되는 농업의 구조조정 지원책 등 양극화를 해소하려는 조치는 물 건너간다. 이렇게 되면 사회적 혼란이 극심해질 터이고, 치루어야 할 사회적 비용은 천문학적 액수일 게 불 보듯 뻔하다.

KORUS FTA! 최근 결정된 한미FTA의 영문 공식 명칭이다. 두 나라의 이름(KOR+US)을 섞어서 기발하게 작명한 것인데, 코러스가 합창(chorus)이라는 냄새도 풍긴다. 따라서 제대로 된 코러스FTA가 되기 위해선 지금이라도 여론을 폭 넓게 모아서 우리의 입장을 제대로 찬찬히 톺아 볼 일이다. 만일 우리의 요구가 제대로 관철되지 않는다면 시간적 여유를 두고 협상에 임해야 하는 법. 여우볕에 콩 볶아 먹듯이 나랏일을 섣빠르게 처리해서는 안된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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