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석 / 편집기획위원·국민대 © |
그러나 이걸로 그냥 잊어버리자는 건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 이 사태는 우발적인 사건이 아니라 한국의 사회구조와 학계가 지닌 고질적인 질병의 일부를 드러낸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가 뼈저린 교훈을 얻고 문제점을 고치지 못한다면 앞으로 제2, 제3의 비슷한 사태가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망각이 아니라 좀더 깊은 성찰이다. 황우석 사태의 성격은 매우 복합적이지만, 그 중에서 특히 우리 교수들이 주목해야 할 측면은 이 사태가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교수의 역할과 책임을 되돌아보게 만든 사건이었다는 점이다.
황우석 사태에서 교수들은 어떤 역할을 하였으며 대중에게 어떤 모습을 보였을까? 우선 사건의 주인공인 황우석 교수와 그의 동료였던 서울대 수의대, 서울대 의대, 그리고 한양대 교수들이 있다. 이들은 한 때 한국과학계의 스타로 각광받았으나 지금은 그 수치로 전락한 인물들이다. 반면에 논문조작에 대한 조사 필요성을 제기했던 서울대의 소장파 교수들, 그리고 이를 받아들여 진상조사와 처벌이 이루어지게 했던 정운찬 총장, 노정혜 연구처장,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교수들은 연구진실성의 가치를 수호하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외에도 황우석 교수의 인기에 기대어 생명공학계와 과학계 전체의 ‘떡’을 키우려 했던 교수들, 반면 이에 줄곧 비판적 견해를 표명해온 생명윤리학계의 교수들도 있다.
황우석 교수에 대해 일반 대중이 지지파와 비판파로 나뉘어 혼란 상태일 때 ‘황우석 연구재개 교수모임’을 만들거나 언론의 칼럼 등을 통해 황 교수를 감싸려는 교수들도 있었지만, 민교협 등 비판적 입장의 교수들은 황 교수에 대한 맹목적 지지가 지닌 위험성을 경고하였다. 한마디로 일반 대중이 혼란을 경험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교수사회도 혼란스런 모습을 보여준 셈이다.
교수라는 혜택받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은 진실에 기반하여 대중의 여론을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해야 할 책임이 있는 지식인들이다. 황우석 사태에서 보듯이 연구진실성보다 정부와 언론을 이용해 ‘떡’을 키우는 데만 골몰하거나 대중의 잘못된 여론에 편승하는 것은, 지식인의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며 이해관계에 물든 교수사회의 심각한 위기를 보여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