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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과 비타음료의 차이
흡연과 비타음료의 차이
  • 김기현 세종대
  • 승인 2006.04.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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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

▲김기현 편집기획위원, 세종대 대기환경학 ©
미국에서 흔히 쓰는 표현 중에 “잘못된 시간에 잘못된 장소(the wrong place at the wrong time)”라는 것이 있다.  이 말의 원의미는 “장소도 부적절한데 시간마저 따라주지 않는다”라는 점을 강조한다. 결과적으로 어떤 일이 심하게 뒤틀리거나 꼬였다는 것을 적절하게 지적하는데 사용하는 표현이기도 하다.

실제 비근한 사례를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는데, 실생활에서도 이 표현의 의미를 조금 다른 각도에서 새겨 봄직하다.

웰빙기조의 부상과 함께, 사람들은 어떤 유형의 것을 적극적으로 취하고, 또 반대로 어떤 것이 유해하므로 피해야 한다는 식의 이해나 경각심을 지속적으로 확장 시키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후자의 경우, 그런 유해한 물질이 어디에 함유되었느냐에 따라 판단의 기준이 반대로 작용하는 상황도 드물지 않게 존재한다. 실제로 선택한 어떤 장소나 시간이 아주 나쁜 데도 불구하고, 그와는 정반대로 더 나쁘지 않은 것을 더 나쁘다는 식으로 판단을 내리기도 한다. 가설과 검증 식의 통계적인 판단을 취할 때, 오류의 유형으로 분류하는 상황과 유사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까.

최근 비타음료에 벤젠이란 발암물질이 허용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일부 음료는 음용수에 대한 벤젠의 허용기준치인 10ppb를 60~70% 정도를 초과하는 수준이라고 한다. 이런 보도의 효과로 인해, 일단 뉴스를 접한 사람들은 당장 이런 음료에 대해 상당한 수준의 반감을 갖게 된다. 아마 이런 음료를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래도 어느 회사의 제품은 괜찮은가, 라고 따져 볼 것이다. 반면 대개의 사람들은 일단 그런 것 절대 먹으면 안돼, 식으로 마음을 추스릴 듯하다. 최소한 당분간은 음료시장에서 이들 기능성 음료의 매출 실적이 떨어질 것이란 점을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이렇게 상황이 진전되는 것을 들여다보면서, ‘잘못된 장소’에 대한 판단의 오류와 같은 아이러니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실상 이런 기준치는 상당히 많은 물을 마실 때 사용하는 허용치이므로 아주 작은 양의 음료를 마시는 데 적용하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논란도 있다. 그 논란은 일단 차치하고, 위에 언급한 기준치를 아주 엄격하게 적용하면, 다음과 같이 음료에 함유된 벤젠의 함량을 계산해 볼 수 있다.  허용기준 10ppb란, 일반적인 비타음료의 용량 100mL를 감안할 때, 한 병에 1 마이크로그램 수준의 벤젠이 함유된 것을 의미한다. 보도내용에 따르면, 벤젠의 오염이 가장 심각한 회사제품이 1.6 또는 1.7 마이크로그램 수준이라고 한다. 그런데 필자가 실험해 본 바에 의하면, 보통 담배 한 개비를 피우면 체내에 남는 벤젠의 양이 240 마이크로그램에 달한다.

그 동안 사회 각계에서 금연을 위한 노력을 벌여온 결과, 흡연 성인들에 대비한 비흡연 성인들의 숫자가 상회하기 시작하였다는 통계 보고가 반갑게 다가온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금연의 필요성은 느끼지만, 막상 이를 실천에 옮기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경험하곤 한다. 혹시 흡연을 하면서, 몸을 생각해서 이런 비타음료를 자주 드시는 분들도 있지 않았을까. 이번 뉴스를 보고, 비타음료를 끊은 분들이 있다면, 정말 끊어야 할 대상이 무엇인지를 곰곰 생각해 보시기 바란다.  자라와 솥두껑을 구분할 수 있는 혜안을 가진 분들에게 이 기회에 금연실천을 적극적으로 권해드리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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