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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이사: 사회학의 매력
학이사: 사회학의 매력
  • 송재룡 경희대
  • 승인 2006.03.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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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룡/경희대·사회학 ©

나는 제도적 의미의 사회학 공부를 아주 늦게 시작했다. 학부에서는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사회학에의 열망에 이끌려 학부 졸업 후 5년간 근무했던 직장을 사직하고 곧바로 대학원 사회학 석사과정에 입학한 것이 33세가 되던 1990년 이었다.

애초 사회학에 대한 관심은 70년대 후반과 80년대 초에 걸쳐 읽었던 정신분석학자 에리히 프롬(E. Fromm)의 저작을 대하면서 촉발되었다. 20대 중반 즈음에 나는 인간과 사회 현상의 배후에 작용하는 비합리적 열정에 대한 프롬의 예리한 분석과 비판에 완전히 사로 잡혀 그의 신봉자가 되었다.

내 스스로도 프롬을 따라 합리적 이성주의자처럼 살아야 한다고 다짐했다. 인간과 사회는 반드시 이성의 세례를 받아 합리적 존재 - 개체적 및 사회적 존재 - 로 거듭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믿었다. 그것이야 말로 계몽주의 등장 이래 인류가 갈망해왔던 진정한 자유의 존재 상태를 확보하기 위한 유일한 전제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믿었다. 사회학은 이러한 나의 신념을 담보해 줄 유일한 학문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꿈에 그리던 사회학 석사 과정을 공부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정말 가슴 벅찬 것이었다. 하지만 정작 대학원 과정을 더해가면서 프롬주의자로서의 나의 신념은 자꾸만 쇠락해져 갔다. 점점 더 인간의 이성적 의지와 합리적 삶이라는 계몽주의적 야망이 인간 존재의 문화적 및 공동체적 차원이 가지는 침투적이고 누적적인 강력한 힘에 의해 좌절되고 변형된다는 통찰이 크게 다가왔던 것이다.

석사과정 이후 곧바로 이어진 5년간의 유학을 통해 나의 사회학적 이해의 틀은 더욱 더 문화 및 공동체의 차원을 주목하게 되었다. 이는 지금까지 나의 사회학적 전망과 상상력을 관통하는 기본축이기도 하다.

사회학이 태동된 이후 지금까지 전개된 사회학적 가정, 개념, 정의 및 방법론 등을 조망해 볼 때, 사회학은 기초 인문학적 및 사회과학적 성격 모두를 포함하며 그 연구 대상이나 영역의 스펙트럼도 아주 넓다. 때문에 가끔씩 그 분과적 정체가 불분명하다는 뼈있는 말도 듣기도 한다.

하지만 사회학이 생래적으로 끊임없이 현실 사회의 주류 인식틀에 대한 통찰과 비판을 주도해 왔으며, 이를 통해 현실 이면의 ‘자유’와 ‘비자유’에 관한 이해를 풍성하게 하여 보다 낳은 사회에 대한 우리의 전망을 자극하고 유도해 왔다는 점에서 사회학은 결코 평가절하 될 수 없는 학문적 가치와 위상을 지닌다.

하지만 오늘의 한국적 상황에서 사회학 - 보다 정확히는 사회학과 - 은 고달프다. 특히 이미 오래전에 실패로 평결 난 학부제하에서 사회학과는 수행적 속성이 강한 타 학과들과 맘에도 없는 경쟁(?)을 하면서 구겨지고 있는 자존심을 지켜가느라 애먹고 있다.

그럼에도 사회학원론 강의 시간 내내 두 눈을 반짝이며 예리한 질문을 던지는 새내기 학부생들을 보면서 사회학(과)의 미래가 밝음을 본다. 최근 들어 점점 더 요구되는 통합분과적 접근과 이를 통한 방법적 및 문화적 지식의 생산과 분배의 과정에서도 사회학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젊은 날 나를 사로잡았던 사회학의 매력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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