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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논평: 바람직한 임시이사 선임과 운영
교수논평: 바람직한 임시이사 선임과 운영
  • 최병두 대구대
  • 승인 2006.03.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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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두 / 대구대·교수협의회의장 ©
임시이사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사립대학의 구성원들은 첩첩히 쌓여 있는 산을 넘는 기분을 가진다. 각고의 노력으로 비리재단을 물리치고 임시이사를 맞게 되면, 일단 기쁨과 안도의 숨을 내쉬며 대학의 정상화와 민주적 발전에 대한 희망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임시이사의 파견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은 결코 아니다. 임시이사의 선임 및 운영을 둘러싸고 심각한 문제들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임시이사의 선임은 대체로 관할청인 교육부가 지명하는 자, 학내구성원 및 교육·법조·언론·시민단체 등에서 추천한 자 등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그동안 임시이사의 선임은 대학의 정상화라는 교육적 목적 외에도 정치적 고려를 전제로 했다. 그러다 보니 최근 지적처럼, 임시이사가 친여권의 정치 인물이나 지역의 기득권과 연고를 가진 인물, 심지어 구재단 관련자까지 포함하기도 한다.

이러한 임시이사의 선임은 임시이사체제의 운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각기 다른 집단에 의해 추천된 임시이사들은 이사장의 선출에서부터 갈등을 보이거나, 대학 운영을 위한 주요 안건들의 의결에서 흔히 충돌하기도 한다. 또한 임시이사를 추천한 학내외 집단들 간에도 이해관계의 대립이 표출되면서, 임시이사체제를 흔들기 위한 시도들이 나타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임시이사 개인이나 제도 자체가 가지는 한계도 있다. 임시이사들 가운데 일부는 대학 분규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여 역할을 다하지 못하거나, 대학 발전을 위한 교육적 전망 없이 대학구성원 위에 군림하려는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또한 구재단의 비리와 부정으로 재정이 매우 취약한 상황에서, 교비에 의존하지 않고서는 대학 재정의 정상화는 커녕 법인 운영조차 어렵기 때문에 문제가 초래되기도 한다.

또한 임시이사체제로 대학이 정상화되었다고 해도, 정이사로의 전환을 둘러싸고 문제가 노정된다. 최근 정이사체제로 전환한 상지학원을 비리와 부정을 일삼은 구재단에게 다시 넘겨주라는 서울고법의 판결은 심각한 우려를 가지도록 한다. 이런 극단적 경우가 아니라도, 임시이사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어떤 계기로 정이사로 전환할지, 그리고 정이사는 어떻게 선임될지에 대해 대학구성원들은 노심초사하게 된다. 

요컨대 임시이사체제는 분규 사학의 정상화를 위한 주요한 방안이며, 실제 대구대학교를 포함하여 임시이사 파견 대학의 대부분은 괄목할 발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현 임시이사 제도는 분명 한계를 가진다. 이러한 한계를 넘어서기 위하여 개정 사립학교법의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임시이사 선임 및 운영과 관련된 사항들에 대해서도 철저한 논의와 대안적 방안들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우선 사학 재단의 비리나 불법이 명확하면, 임시이사가 즉각 파견되어야 한다. 임시이사 선임은 학내구성원이 추천한 자, 관할청이 지명한 자, 그리고 시민사회(교육·법조·언론·시민단체 등, 종교계 설립 법인의 경우 설립종단 포함)에서 추천한 자 등 3 유형으로 구분하고, 학내구성원이 추천한 자를 3분의 1이상 되도록 하며, 정치권 인사는 원칙적으로 배제되어야 한다. 또한 추천된 자들을 검증할 수 있도록 임시이사선정위원회를 둘 필요가 있다.

선임된 임시이사에 대해서는 파견 전에 대학의 분규 사태와 대학 운영 전반에 대한 자세한 자료와 철저한 교육이 제공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법인 운영을 위한 교비 전용을 막고, 임시이사가 맡은 임무를 책임지고 수행할 수 있도록, 필요한 최소 재정은 국가가 공적자금으로 지원해 주어야 한다. 임시이사에 대한 이러한 자료 및 정보 제공과 재정 지원에도 불구하고 대학 정상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임시이사도 책임을 져야한다.

또한 임시이사체제의 지속과 정이사체제로의 전환에 대한 법 규정을 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임시이사의 지속 여부 및 정이사로의 전환 과정에서 대학구성원들의 입장이 최우선으로 반영되고, 구재단은 완전히 배제되어야 한다. 끝으로 임시이사 파견 대학을 포함하여 모든 사학들의 이사회 권한을 줄여나가면서, 대학평의원회와 같이 대학구성원의 대표기구가 실질적 권한을 가질 수 있도록 법제도를 개정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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