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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학저널리스트 꿈꿨던 수학자, 최고의 영예를 얻다
시인·과학저널리스트 꿈꿨던 수학자, 최고의 영예를 얻다
  • 김재호
  • 승인 2022.07.0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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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이 교수, 2022 필즈상 수상

혼자 연구보다 동료들과 협업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
삶·연구도 꿈을 좇아 우연에 우연을 거듭하며 귀결돼

허준이 고등과학원 수학부 교수(프린스턴대 수학과 교수·사진)는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한국에서 초등학교부터 대학원(석사)을 마쳤다. 허 교수는 시인을 꿈꾸며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통해 서울대 물리학부에 입학했다. 과학저널리스트를 직업으로 삼겠다는 생각을 했던 허 교수는 서울대 물리천문학부(물리전공)로 학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 수리학부에서 석사를 마쳤다. 이후 허 교수는 미국 미시간대 수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허준이 고등과학원 수학부 교수는 한국계 수학자로서 최초로 필즈상을 수상했다. 허 교수는 서울대에서 학·석사를 마치고, 미국 미시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프린스턴대 수학과 교수이기도 하다. 사진=서울대

6일 2022 필즈상 수상기념 기자브리핑에서 이번에 해결한 난제를 쉽게 설명해달라고 하자 허 교수는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수학은 역사적으로 보면 여러 줄기가 독립적으로 발전해왔다. 크게 나누면 공간을 연구하는 기하학, 변화를 다루는 해석학 그리고 이산수학(연속적이지 않은 수적 개념을 연구하는 분야)이 있다. 이에 대한 인간의 직관이 다르기에 각각 발전했다. 그런데 이 세 분야를 깊게 연구하면 동일한 패턴이 확인된다. 왜 그런지 이유를 밝혀내는데 약간이나마 공헌한 것이 내 연구의 대부분이다.”

이번 필즈상 수상에 대해 최재경 고등과학원 원장은 기자브리핑에서 “허준이 교수에게는 영광, 고등과학원에게는 경사, 대한민국에는 축복”이라고 의미를 말했다. 최 원장은 “올해 3월 초에 허 교수의 수상 소식을 알게 됐다”라며 “허 교수는 (보안 유지를 위해) 그 당시 부모님한테도 수상 소식을 알리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허 교수의 아버지는 허명회 고려대 명예교수(통계학)이고, 어머니는 이인영 서울대 명예교수(러시아어학)이다. 밤에 필즈상 수상 소식을 접했던 허 교수는 자고 있는 아내를 깨웠는데, “응, 그럴 줄 알았어”라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김영훈 서울대 교수(수리과학부)는 제자였던 허 교수에 대해 “겸손하고 진실한 학생이면서 뛰어났다”라며 “차분하고 내면의 힘이 강한 학생이었다”라고 회상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석사학위과정 중에 만나게 된 1970년 필즈상 수상자인 히로나카 교수의 강의를 통해 본인의 연구주제를 설정하였고 이것이 이후 업적으로 이어진 것으로, 허준이 교수는 서울대학교와 한국시스템을 발판으로 성장한 수학자이다”라고 밝혔다.

 

6일 열린 2022 필즈상 수상기념 기자브리핑. 이날 허준이 고등과학원 석학교수(왼쪽)는 수학의 매력은 공동연구를 통해 즐거움을 발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금종해 대한수학회 회장(고등과학원 교수)가 허 교수와 함께 일문일답을 하고 있다. 사진=대한수학회

수학의 매력이 무엇인지 묻자 허 교수는 “현대수학은 공동연구가 활발한데,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혼자 연구하는 것보다 동료들과 함께 생각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고 멀리 깊이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라며 “그 과정을 거치는 경험이 수학을 연구하는 이에게는 큰 줄거움”이라고 말했다. 허 교수는 “한 사람이 갖고 있는 생각의 그릇은 물을 주거니 받거나 하면서 줄어들지 않고 주고 받을 때마다 불어난다”라며 “일정 수준을 넘기면 그동안 어려웠던 원리를 이해할 수 있는 준비가 된다”라고 답했다. 이게 바로 수학의 즐거움이자 허 교수가 말하는 중독성이다.   

“우연에 우연을 거듭하며 정답으로 귀결되는 과정이 기억에 남는다.” 허 교수가 수학분야에 뛰어든 것도, 그의 연구가 깊어지는 것도 우연에 우연이 거듭된 결과다. 시인을 꿈꿨다가, 호구지책으로 과학저널리스트가 되고자 했고, 다시 우연히 히로나카 교수의 강의를 들으며 수학에 빠져든 허 교수. 그는 여전히 사람들 사이에서 소통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편, 노벨상은 매년 시상하며 공동 수상이 많은 반면, 필즈상은 4년마다 최대 4명까지만 시상하고 공동 수상이 불가하여 노벨상보다 수상하기가 더 어려운 상이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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