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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연구자에서 연구공동체로 
개인 연구자에서 연구공동체로 
  • 조명아
  • 승인 2022.06.28 0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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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시선
조명아 충남대 사회학과 박사과정

대학원에 진학했을 당시 나는 동기 없이 홀로 입학하게 되었다. 그래서 초반에는 대학원의 어려움을 토로할 사람은 물론이며, 학교시설 이용, 발제 방식, 교수님 정보, 연구자료 찾는 팁, 졸업정보 등 물어볼 사람이 없었다. 풀타임 학생은 연구실을 쓸 수 있다는 말에 대학원 연구실에서 공부할 수 있게 되었다. 대학원 연구실을 사용하는 학생 수는 적었고, 내 또래보다는 비교적 연령대가 높아서 당황한 부분도 있었으나, 곧 적응했고 무사히 석사를 졸업했다. 하지만, 연구실을 다니는 내내 의문이 들었는데, 왜 우리 연구실은 함께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거나 각 학생의 관심 분야 등을 확인할 수 있는 프로필이나 정보를 공유하는 플랫폼이 없을까 궁금했다. 원래 사회과학 대학원은 이런 것일까. 

지방대의 사회과학 대학원은 랩실이 부재하다. 랩실은 이공계에서 자주 쓰는 말일 텐데, 다른 대학은 어떨지 몰라도 내 학과는 ‘랩실’은 없고 ‘연구실’은 있다. 동일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나의 개념 속에서 랩실은 이공계열의 학과 교수님이 프로젝트 혹은 사업을 따오고, 연구비를 받아 자신의 대학생, 대학원생들을 꾸려서 실험을 진행하는 집단을 의미한다. 반면 앞서 내가 경험한 바와 같이 연구실은 말 그대로 대학원생 개인의 공부를 할 수 있는 독서실 정도의 개념으로 보면 될 것 같다. 

그러나 이를 전공 특성이라 보긴 어렵다. 서울 또는 수도권의 사회과학 전공의 경우 대학이 밀집되어 있어 그 안에서 같은 전공, 유사한 관심 분야의 학생들은 더 많다. 학생들은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연구공동체를 꾸려서 프로젝트나 사업을 진행하기에 충분히 함께 공부하고 일하는 등 정보 공유의 경험은 잘 훈련되어 있을 것이다. 실제로 서울권 대학원의 학생 프로필만 보더라도 연구공동체에 소속되어 있으면서 동시에 다양한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반면, 내가 있는 지역은 밀집 대학도 적고 동일한 전공이 있는 대학은 더욱 드물다. 각자가 일자리, 강연, 학회나 학술대회 등 정보를 알고 있더라도 서로 어디에, 어떻게 공유를 해야 할지 우왕좌왕하게 된다. 게다가 연구 협업의 기회나 경험도 없고 공유 플랫폼이나 커뮤니티도 없어 활성화하려고 노력해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난감하다. 때문에 관심분야의 정보를 얻고 싶어 연구공동체에 가입하거나 프로젝트에 참여하려는 내가 선택할 수밖에 없는 방법은 결국 서울로 상경하거나 서울에서 날 불러줘야 갈 수 있었다. 굳이 서울 상경해서 그들의 ‘우리’에 나는 ‘낯선 이방인’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대학원생들의 연구공동체 활성화는 연구실적, 연대감 형성, 정보수집 이상의 목적이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대학의 경우 학생들끼리 모여서 스터디나 연구 활동 등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나보다 앞서 나갈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도 들었다. 그러나 연구공동체의 존재 여부는 개인의 연구역량 강화나 연구실적 이상으로 연구공동체의 존재는 대학원생의 수입, 즉 돈벌이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학생 개인보다 연구공동체라는 집단의 이름이 있어야 연구 프로젝트 수주가 상대적으로 잘 들어오기 때문이다.

이번 학기, 우리 학과는 이러한 문제점을 직시하여 ‘CGSN(CNU Graduate student Sociologists Network)’이라는 대학원생 연구공동체를 창설했다. 학기마다 학생 수가 늘기 시작했고, 동시에 내 또래의 풀타임 학생들도 생겼기에 연구공동체의 필요성이 더 간절해졌기 때문이다. 정기적인 모임을 하고 각자 소개한 뒤, 이를 바탕으로 프로필을 작성하고 공유 드라이브를 만들었다. 우리가 공부하고 있는 연구실의 동료들이 어떤 관심분야를 공부하고 어떤 실적을 갖고 있는지 알아야 동일한 관심분야를 하는 동료들끼리 스터디를 꾸리기도 하고, 학회, 강연 등을 공유하고 일자리를 추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대 대학원생에게 연구실이라는 물리적 공간을 넘어 ‘우리’라는 탄탄한 연구공동체가 필요하다. 동료 한 명이라도 괜찮은 일을 잡고, 본인의 관심분야에 맞는 연구를 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된 이 연구공동체가 규모가 커져서 언젠간 함께 공동연구를 하는 것이 우선의 목표로 삼고 있다. 곧 방학이기에 풀타임 학생뿐만 아니라 직장을 다니는 파트타임 학생들과의 연대를 위해서도 모임을 확장할 계획이다. 그리고 학과 내에서 입지가 굳혀지면 타 지방도시에 있는 사회학과와도 교류하고 싶다. 지방대, 사회과학 대학원에서도 충분히 ‘우리’를 만들 수 있다는 긍정적인 사례가 되고 싶다.

 

조명아 충남대 사회학과 박사과정
사회학을 공부하면서 젠더, 가족, 돌봄에 관심을 갖게 되어, 석사논문 『남성 돌봄자의 노부모 돌봄과정과 돌봄의식: 싱글 아들을 중심으로』를 썼다. 최근에는 청소년·청년의 돌봄에 관심을 두어 ‘영 케어러(young carer)’와 관련된 글을 투고하거나 인터뷰를 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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