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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비평: 스타의 애국심
문화비평: 스타의 애국심
  • 박유하 세종대
  • 승인 2006.01.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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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은 10년 후에나 가능한 것이었다는 연구를 앞당기기 위해 두어진 황우석 교수의 무리수는 지금 우리가 몸담고 있는 사회가 여전히 시간이 성패를 가름하는 사회임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근대화’라는 것이 ‘공간의 시간화’임은 이미 지적된 지 오래지만 그렇게 우리는 아직 우리의 공간을 시간적으로 보다 앞선 위치에 두려는 근대화를 시도 중이다. 그러나 그러한 시간게임에서 보조를 맞추지 않는 타자를 ‘잔여’(스튜어트 홀)로 규정하고 지배에 나선 것이 다름 아닌 근대였다. ‘월화수목금금금’ 태세라고 황우석 교수가 강조하고 매스컴이 칭송했던 연구태세는 그런 의미에서 최첨단을 가면서도 근대적이라는 아이러니를 내포한다.


그러한 근대주의가 외부와 차단된 실험실이라는 공간에서 권력화된 것은 오히려 당연한 일이라 해야 하리라. 연구원들이 개인의 것이어야 할 휴일과 자신의 난자를 제공하기에 이른 이유가, 언젠가 공동연구자로 논문에 이름이 오르는 날을 위한 것이었건 혹은 단순히 ‘난자가 담긴 접시를 엎지른’ 죄 때문이었건, '선생님께 대적하지 못했던 나’에 대한 난자제공 연구원의 후회는 난치병환자를 위한 박애주의가 - 내부인에게조차 결코 박애적이지 않았을 뿐 아니라 지배적인 권력의 장이었음을 보여주고 있어 처연하기조차 하다.


그런 지배구조가 드러날 수 없었던 것은 그/그녀들이 어디까지 ‘무명의 희생자여야 했기 때문이다. 무명성은 '희생'의 존재를 부풀리면서 동시에 결코 공공의 장으로 끌어내지는 않는다. 그/그녀들의 ‘희생적’ 행위가 한편으로는 칭송되면서도 결코 개인의 목소리를 내서는 안되었던 이유도, 따라서 결코 표창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근대국민국가는 그러한 ’무명’인들을 무수히 필요로 하지만, 동시에 그와는 대조적으로 단 하나의 영웅적인 고유명 역시 필요로 한다. 분명 황우석 ‘팀’이라는 다수가 있었음에도 그리고 가끔은 그들의 존재가 부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매스컴과 사회가 황우석이라는 단 하나의 고유명을 필요로 했던 것은 그 때문이다.


그 ‘고유명’은 그가 보다 좋은 조건으로 타국에서 연구할 것을 제의하는 ‘타국의 유혹’을 거부하는 이임을 강조해 동시대의 ‘애국자이야기’를 완성한다. 듣는 이로 하여금 눈물을 흘리지 않고는 견딜수 없게 만들었다는 황우석 교수의 강연에 수퍼맨의 슬라이드가 사용되었다는 사실은 황교수가 민족주의의 속성을 숙지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리하여 과학은 그곳에서 종교의 양상을 띤다. '내가 너를 걷게 해 주리라.’


민족주의적 열망은 늘 패권주의적이지만 그것이 드러나서는 안되기에 수난의 역사를 강조함으로써 자신을 정당화한다. ‘세계생명공학의 고지에 태극기를 꽂고 온 기분’이라거나 ‘과학에는 조국이 없어도 과학자에게는 조국이 있다’거나 하는 황우석 교수의 말은 이미 최대급의 민족주의적 수사이지만 그보다도 더 듣는 이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켰을 말은 ‘식민지화와 동족상잔이라는 고난’을 겪은 나라 한국에 하느님이 이제 ‘어깨 펴고 살아보라고 이런 천운을 주었다’는 말이리라.


황우석 교수에 대한 그동안의 열광현상은 단순히 그가 세계를 상대로 쾌거를 올렸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 사실과 함께, 혹은 그 사실보다 더 중요했던 것은 그가 우리에게 늘 자신의 능력과 함께 애국심을 확인시켜 국민들에게 ‘우리는 하나’라는 동질성을 확인시켜 주었기 때문이다. 그가 대중적 스타가 될 수 있었던 이유도 거기에 있다.


마치 금모으기 운동처럼,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난자를 채취할 수 있는 나라’가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분명 민족주의가 존재하지만, 더 큰 문제는 ‘난치병 환자 치료’라는 정의담론이 장애자에 대한 무관심/차별과 동시적으로 존재한다는 데에 있다. 그것은 민족주의가 강하면서도 국민의 70퍼센트가 이 나라를 떠나고 싶어 하는 현상과 닮은 꼴이기도 하다. 한국적 민족주의의 문제는 오히려 그런 관념성에 있다.

박유하 / 세종대·일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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