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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논문을 대중서로
내 논문을 대중서로
  • 최승우
  • 승인 2022.06.03 14: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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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옥 지음 | 푸른역사 | 264쪽

연구자와 교양인 모두를 위한 ‘선물’
‘왜 이제야 나왔을까’ 싶은 책이다. 지식의 대중화를 위해 긴요한 내용을 다뤄서다. 학술 논문 중에는 그대로 묻히기가 아까운, 흥미롭고 유익한 것이 많다. 한데 책으로 만나면 잘 읽히지 않는다. 자기들만의 용어로, 동료 연구자들이나 읽으라고 낸 듯한 책을 읽노라면 ‘어쩜 이렇게 재미있는 내용을 논문처럼 재미없고 딱딱하게 서술했을까’ 하는 안타까움을 느낄 때가 적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은 학술 논문의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보다 널리, 끝까지 읽히도록 하는 노하우를 담았기에, 논문 저자와 독자 모두를 위한 ‘선물’이랄 수 있다.

경험과 ‘취재’가 어우러진 실전용
이 책의 뼈대는 지은이의 체험이다. 지은이는 아동서에서 교양서까지 여러 책을 낸 경험이 있다. 여기에 실제 학위논문을 탈바꿈시킨 《미술시장의 탄생》으로 2021년 세종도서 교양부문 도서에 선정된 성과가 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베테랑 기자인 지은이는 ‘취재’로 살을 보탰다. 목차를 윤색해 가독성을 높인 《일상의 공간과 미디어》의 최효찬, 스토리텔링을 더해 대중의 구미를 당긴 《초상화, 그려진 선비정신》의 이성낙 등과의 대화를 통해 완성도를 높였다. 덕분에 연구자들을 위한, 살아있는 조언이 탄생했다.

문장론을 뛰어넘는 책 쓰기 ‘모범 답안’
부제는 ‘친절한 글쓰기를 위한 꿀팁 18가지’이지만 책은 단순한 문장론을 넘어선다. 물론 책의 고갱이는 ‘가분수 문장을 없애라’, ‘첫 문장으로 승부하라’ 같은 글쓰기 요령이나 ‘서론과 결론은 과감하게 들어내라’, ‘각주의 송이밭을 캐라’처럼 매력적인 팁이 담긴 2부이다. 지은이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갔다. 1부에서 논문과 단행본은 무엇이 다른지, 자기 책에 맞는 출판사는 어떻게 찾는지 등 책 쓰기 전에 고려해야 할 요점을 짚어준다. 또 3부에선 편집자와 어떻게 소통할지, 저자로서 최종 책임을 진다는 자세 등 원고 작성 후 유념해야 할 사항을 일러준다. 한마디로 학술서의 ‘변신’에 필요한 모든 것을 제시하는 책이다.

생생한 사례 친절한 설명으로 쏙쏙
이 책은 으뜸 미덕은 잘 읽힌다는 점이다. 사례가 구체적이고 설명이 상세해서다. 이를테면 학술적 교양서 《서울 탄생기》의 목차와 모태인 논문의 그것을 직접 비교해 제목과 목차 잡기의 실례를 보여주는 식이다. “출판인 머리를 못 따라간다”며 자신의 전작 《미술시장의 탄생》 초고를 넘긴 뒤 편집자에게서 받은 피드백을 어떻게 반영했는지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한다. 이런 알짜 팁을, 입말 형식으로 담아내 연구실에 틀어박힌 잠재 저자들에게 면 대 면으로 차근차근 속삭여주는 듯하다.

지은이는 서문에서 “연구서를 책으로 내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는 맞춤한 출판사를 찾고, 저자 기근에 시달리는 출판사에게는 새로운 저자를 발굴하는 데 가교 역할을 하고, 인문학 출판시장을 풍요롭게 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책을 썼다고 밝혔다. 책을 덮을 때쯤이면 “(학술서가) 많이 팔리진 않더라도 끝까지 읽게는 해야지요”라는 그의 소망이 상당히 성취됐음을 느낄 수 있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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