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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지금, 변화의 현장에 나가 있다.
그는 지금, 변화의 현장에 나가 있다.
  • 정연욱
  • 승인 2022.03.09 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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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시선
정연욱 연세대 경영학과 박사과정

하룻밤 사이에 유명해졌다고 한다. 1955년 6월, 글렌 굴드의 등장이 그러했다. 그가 연주하고 녹음한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그를 일약 스타 피아니스트로 만든다. 당시 화려하고 로맨틱한 선율의 음악이 좋은 클래식으로 평가받던 시절, 그는 오래된 바흐의 음악을 꺼내 들었다. 그의 연주는 다른 연주와 사뭇 달랐다. 빠른 속도가 먼저 귀를 사로잡는다. 조악한 스피커로, 멀리서 들어도 그의 연주인지, 다른 사람의 연주인지 알 수 있다. 이제 세상 사람들은 그를 바흐와 함께 기억한다. 그런데 클래식을 모르는 사람에게도 그의 의미는 여전하다. 그는 새로운 견해의 필요성을 묻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너무나 비슷하고 닮은 내용이 쏟아지는데, 왜 굳이 거기에 유사한 내용을 더할 필요가 있을까? 

학교에서 공부하는 사람도 종종 이러한 문제의식을 마주한다. 다행히 공부하는 사람의 여건은 좀 낫다. 바흐가 수백 년 전에 만든 악보는 하나이고, 그 악보는 일종의 절대 진리가 되어, 그 지침을 준수해야만 한다. 그에 비해 연구자는 자신만의 악보가 있고 그 악보에서 수만 가지의 현상을 접한다. 물론 그 자율성과 독립성에도 지켜야 할 규칙은 있다. 자율성과 독립성을 발휘하면서도 기존 규칙과 균형을 잡을 수 있는 것이 유능한 학문후속세대 아닐까? 

흔히들 세상이 빠르게 변화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정확히 무엇이 빠르게 변화하는지는 좀처럼 말하지는 않는다. 그 빠른 변화의 대상이 사람일 수도 있고, 기술일 수도 있고, 문화일 수도 있다. 이러한 해석은 다양한 맥락과 상황을 함축한다. 그러니 구체적으로 하나씩 헤아리는 것은 어렵고 도전적인 과제다. 유명해지길 원하는 사람들의 등장과 사회적 인기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미 60여 년 전에, “앞으로 사람들은 15분 정도 유명해질 수 있다”라고 말한 현대 미술가가 있었다. 과거에도 유명해지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의 증거다. 유명해진 사람이 부자가 되기 쉽다는 사회적 증거는 차고 넘쳤다. 그런데 지금은 그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는 차이가 있다.

내가 쓴, 『유명해지고 싶은 2030 인류학 보고서, 구독, 좋아요, 알림설정까지』의 한 줄 요약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자신의 욕망을 달성하기 위해서 소셜 미디어를 활용하고, 사람들의 관심과 주목으로 부와 명예에 접근한다. 과거 유명해질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 100명 정도였다면, 이제는 1,000명이다. 그만큼 사회적 믿음과 기대가 커졌다는 뜻이고, 수혜 대상이 더욱 많아졌다. 일종의 상향 평준화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가 반드시 긍정적인 것만은 아닌 것이 내부 경쟁의 상승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제 많은 사람이 경쟁의 최전선에서 인정 투쟁을 시도한다.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 제작하여 사람들의 시선을 낚아챈다. 그렇게 세간의 주목을 얻으면, 시쳇말로 ‘먹히는 전략’이 된다. 부와 명예는 자연스레 따라온다. 

나는 책을 쓰기 위해서 인터넷에서 유명한, 인플루언서 삼백 명 이상을 만났다. 흔히들 말하는, “성공하고 싶다, 부자가 되고 싶다, 유명해지고 싶다.”라는 욕망은 오늘날을 사는 사람의 전유물은 아니다. 근대 이후, 어쩌면 이전부터 성공욕은 인간의 보편적인 욕망이었다. 과거의 사람들과 차이가 있다면, 그것을 실현하는 방식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러한 ‘무대의 변화’는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지금 어디에 있으며, 앞으로 어디로 가는가?”와 같이 철학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러한 철학적 질문에 답변하는 것 역시 학문후속세대의 역할이다. 학계 사람들만이 이야기하는 현학적인 담론으로 얼버무리는 것이 아닌, 실제 사람들의 일상에 미치는 영향과 그것의 의미를 조곤조곤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세상의 변화를 이야기하려는 최소한의 성의이자 심적 노력이다. 그래서 차세대 글렌 굴드는 캠퍼스에만 머무르지 않고, 현장에 나가 있을는지 모른다. 진짜 세상의 변화와 의미를 골몰한 채. 

정연욱 연세대 경영학과 박사과정 
광고회사와 유통회사에서 일했다. 현재는 연세대대 경영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최근 유명해지고 싶은 2030 인류학 보고서인 『 구독, 좋아요, 알림설정까지』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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