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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받은 댓글 그리고 혐중
'검증'받은 댓글 그리고 혐중
  • 조대호
  • 승인 2022.02.18 1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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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학은 지금
조대호(중국인민대학 역사학원 박사과정)

나는 중국인민대외우호협회로부터 베이징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여 초청을 받았다. 일개 학생인 내게 단독으로 연락하여 초청한 것은 꽤 이례적인 일이었다. 설렘도 잠시, 주최 측에서는 관중에 대한 엄격한 방역을 요구했다. 먼저 백신은 3차까지 접종 완료한 자에 한했고 행사 참여마다 해당 날짜를 전후로 1주일씩 총 2주일 동안 오전·오후 체온검사표를 협회에게 보고해야 했다. 또한, 관람 전 48시간과 24시간 전에 했던 핵산검사에서는 음성이 나와야만 참여할 수 있었다. 물론, 관람 후 두 차례 또 해야 한다. 개막식과 아이스하키 참관, 폐막식 등 총 세 행사를 모두 참여하는 내게는 검사가 여간 귀찮은 일임은 틀림없다. 

당일 개막식은 너무나 성공적이었다. 생중계 현장을 지켜본 나로서는 중국다운 스케일에 한 번 압도당했고 잘 짜여진 각본의 세밀함에 놀랐다. ‘중국하면 규모만 크다’라는 중국에 대한 나의 편견은 깨졌고 이제는 내실도 점차 채워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공산진영 특유의 대규모 인력 동원의 분위기가 물씬 났던 것도 사실이지만 현대적인 감각과 예술성이 서로 적절히 배합되어 그 모습이 장관이었다.

그런데 개막식 방송이 전 세계로 송출된 몇 시간 뒤 한국에서는 영상 속 중국 소수민족 조선족이 한복을 입고 나온 것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이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공분했다. 게다가 며칠 후 스케이팅 대회에서 1, 2위로 들어온 한국 선수들이 심판의 오판으로 실격처리 되면서 공교롭게 후 순위로 들어온 중국 선수가 금메달을 차지했다. 여기에 전 국민은 또 한 차례 분노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때다 싶어 중국 때리기에 나섰다. 나는 여야 대통령 후보가 얼마 전 인터뷰에서 “올해 한중수교 3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라는 말에 대한 진정성에 의구심이 들었다.

한편 현장에서 모든 것을 지켜본 나로서는 이는 한국에서 문제의 소지로 삼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예상은 적중했다. 다음날이었던가? 한국 언론은 개막식 영상 속 한복과 여성에 대해 문제시 삼기 시작했다. 역사학도라는 평정심을 되찾아 살펴보면 영상 속에서 중국 조선족의 문화가 중국 문화라고 소개는 했어도 한국 문화가 중국 것이라는 말은 없었다. 게다가 오성홍기를 옮길 때 한복을 입은 여성은 중국의 55개 소수민족 가운데 조선족이 나온 것에 불과했다. 한국 언론들의 ‘한복공정(韓服工程)’이라는 말은 일선에 ‘동북공정(東北工程)’에 반감이 있는 우리 국민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이와 같은 국민 정서라면 ‘중국 조선족은 한국을 의식하여 명절에 한복도 입지 말고 떡국 대신 꿔바로우를 먹어야만 하는 걸까?’와 같은 생각이 들었다. 중국의 이와 같은 모습은 결코 한국을 겨냥한 것이라기보다는 중국 내부의 단결과 결속을 위함이지 문화침탈로 보는 해석은 과도하다고 본다. 나는 현장에서 분노보다는 이념으로 갈라진 남북한의 분단 현실 그리고 나라 잃은 애환과 생사 때문에 불가피하게 이민을 떠난 우리 민족이 중국에서 소수민족으로 살아가는 사실이 더 가슴 아팠다.

스케이팅은 단언컨대 심판의 오판이었다. 통상적으로 심판들은 올림픽 개최 국가에 대해 비교적 관용적인 태도를 보여 오곤 했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에서는 중국 편들기가 너무 과했다. 다만, 심판의 판단이 ‘중국의 판단이다’라는 말은 옳지 않다. 이번 올림픽에서의 심판이 중국인으로 구성된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물론, 매수가 되었다는 소문도 있지만, 이는 늘 올림픽 기간에 회자되는 말이다. 그런데 편파판정으로 인한 비난의 화살은 심판이 아닌 중국인에게 돌아갔다. 그렇지 않아도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불신이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있었는데 한복 입은 조선족 여성과 심판의 편파판정으로 인한 우리 선수의 실격, 정치인들의 중국 때리기는, 우리 국민의 대중 정서를 반중에서 혐중(嫌中)으로의 확산하게끔 했다. 

이와 같은 우리 국민의 분노에 중국 네티즌들이 야유하면서 양국 국민 간 감정의 골은 더 깊어졌다. 그런데 중국 네티즌의 댓글을 곧이곧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중국 언론의 댓글을 다는 시스템은 우리와는 다르다. 댓글도 검증을 받고 비로소 네티즌의 눈에 보여지는 것이 현재 중국의 모습이다. 국가와 당-기관 관련 보도라면 애국, 애당, 충성심에 가득한 댓글만 가득하다. 다른 의견은 본 적이 없다. 이러한 중국 공산당의 언론 전술(統一戰線戰略)을 꿰뚫어 보고 이해한다면 중국인의 한국인에 대한 감정은 우리가 중국인을 생각하는 것만큼이나 나쁘지 않다.

실제로 중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표상이란 드라마 속 잘생기고 아름다운 연예인에 대한 동경 정도이지 그 이상 크게 관심이 없다. 개중 분명 혐한(嫌韓)도 있지만 중국의 머릿속엔 온통 내부 단결과 결속이 제1순위고 국제무대에서는 미국과의 관계를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로 생각한다. 옆 동네 작은 나라 한국이 시끌거려도 동네 집안싸움과 같이 여기는 것이 중국이다. 오히려 중국은 동아시아 국제무대에서 한국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북한을 통제하기 어렵다고 느낀다. 

올해는 한중이 수교를 맺은 지 30년이 된 해이면서 지난해부터 양국 고위 정치인사들이 올해의 청사진을 어떻게 구사할지 서로 머리 맞대 고민해왔다. 그런데 연초부터 두 나라의, 아니 중국에 있는 내가 느끼기에는 우리 한국인의 대중(對中)혐오가 더 크게 느껴지지만, 서로에 대한 불신은 더 커져만 간다. 양국 대사는 매번 서로를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웃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서로를 때리지 않으려야 때릴 수밖에 없는 이웃이 돼가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조대호
중국인민대학 역사학원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시베리아지역 화교와 한인 공산주의자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중국근현대사가 전공이다. 주요 연구내용으로는 중국공산당사, 국제공산주의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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