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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정치
좀비 정치
  • 최승우
  • 승인 2022.02.14 16: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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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328쪽

좀비 정치에 감염된 사람들
“좀비 정치는 증오 정치, 반정치, 진영 논리, 승자 독식을 먹고산다!”

한국의 정치는 소통을 거부하면서 상대방을 물어뜯으려고만 하는 ‘좀비 정치’다. 좀비는 머리가 텅텅 비어 생각 자체를 못하고 움직이기만 하는 존재다. 하지만, 살아 있는 사람들을 물어뜯어 자신처럼 만들려는 본능을 발휘할 때에는 전혀 무기력하지 않다. 놀라울 정도로 공격적이고 날렵하기까지 하다. 이들은 상대편을 무조건 악마로 규정한다. 이런 ‘극단의 네거티브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안전과 번영을 위해 음모론을 구사한다. 음모론은 공포심을 부추겨 적에 대한 ‘증오 정치’를 정당화하며 증폭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신의 순수성이라는 ‘도덕적 면허’를 앞세워 정치적 반대파에게 법과 윤리의 경계를 넘나드는 호전적인 공격성을 보인다.

이들은 정치적 신념을 종교화한 사람들이기에 정치에 적극 참여한다. 이들에게는 증오가 필수다. 반대편에 대한 증오 없이는 신도들을 모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편 가르기는 ‘이권 쟁탈전’을 정당화하기 위한 도구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편 가르기에는 진영 논리가 따라붙는다. 진영 논리를 극단으로 밀어붙이는 ‘진영 논리의 독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강성 지지층의 저주는 정치를 반정치로 만드는 원동력이다. 승자 독식 전쟁에서 이성과 양심은 독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 이렇게 정치는 말로 싸우는 격투기로 전락해버리고 말았다. 그럼에도 어쩌면 이 모든 게 ‘승자 독식의 정치’와 ‘제왕적 대통령제’의 종언을 향해서 나아가는 마지막 길목을 장식하는 거대 이벤트일 수도 있다.
강준만은 『좀비 정치』에서 한국의 ‘좀비 정치’를 비판한다. ‘너를 물어뜯어야만 내가 산다’, ‘그들을 물어뜯어야만 우리가 산다’는 반정치가 정치를 타락시켰다고 말한다. 내로남불은 여야를 막론하고 저질러지며, 정치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 그러면서 “특정 정치적 신념이나 노선을 내세워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증오하면서 욕설과 악플로 공격하는 정치적 광신도들의 의식과 행태”는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금 한국 사회는 증오를 선동하는 ‘좀비 정치’의 메커니즘만 존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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