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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의 정치는 어쩌다 ‘좀비 정치’가 되었나…강준만 교수 분석
증오의 정치는 어쩌다 ‘좀비 정치’가 되었나…강준만 교수 분석
  • 김재호
  • 승인 2022.03.16 1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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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_『좀비 정치』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328쪽

우리 편은 선, 상대방은 악으로 규정하는 좀비 정치
본능만 있고 사고 능력이 없어 소통이 불가능한 상황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가 한국정치를 ‘좀비’에 비유했다. 본능만 있고 사고 능력이 없어 소통이 불가능한 정치상황을 좀비에 빗댄 것이다. 강 교수는 표창원 전 국회의원이 『게으른 정의』(한겨레출판사)에서 정의한 ‘좀비 정치’ 개념을 언급했다. 표 전 의원은 좀비 정치를 “우리 편은 ‘선’, 상대방은 ‘악’으로 규정하고 ‘다름’은 ‘틀림’으로 인식, 사실 관계 확인이나 맥락, 입장 등은 무시한 채, 상대방 혹은 의견이 다른 이를 무조건 공격하고 물어뜯는 정치”로 규정했다. 강 교수는 좀비 정치를 넘어서길 바란다고 서문에서 밝혔다. 

 

『좀비 정치』에는 수많은 정치인 얘기가 등장한다. 제20대 대통령 대선이 끝난 지금, 가장 눈에 띄는 건 ‘제3장 문재인의 오만과 비극’이다. 강 교수는 신평 변호사가 정신과 의사 최중철의 분석을 통해 지적한 문재인 대통령의 책임 회피형 성격을 지적했다. 자신의 편에겐 한 없이 선하나, 반대편한텐 지극히 무심하다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 시절, 문재인 청와대 비서실장직을 수락하면서도 당·정·청의 협력을 이끌어내야 하는 정무수석 일은 맡지 않았다. 이 때문에 그 당시 검찰개혁은 실패로 돌아갔다. 

문재인 대통령의 책임 회피형 일화는 이어진다. 2014년, 이상돈 비상대책위원장 사건이다.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이자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비대위원을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하려고 했으나 당내 거센 반발로 무산됐다. 그 당시 문재인 국회의원은 침묵했다. 또한 김종인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해 제20대 총선에서 원내 1당에 올랐다. 하지만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비례대표 2번을 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이 문제가 불거지는 상황에서도 문재인 대표는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가장 큰 문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 사태다. 인사 청문 과정에서부터 여러 문제점이 노출됐고, 이낙연 국무총리가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임명을 강행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인영 원내대표 등이 민주당 당원들의 마음을 배반해선 안 된다고 강력히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부동산 투기와 거짓 해명으로 경질된 김기표 반부패비서관, 김현미 국토부 장관 유임 등 청와대 인사문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책임 회피 사례로 제시됐다. 

“권력은 자신에게 위협을 가할 수 없거나 그럴 뜻이 없는 상대는 존중하지 않는 법이다.”(134쪽)

한편, 강 교수는 「문재인이 촉진한 공무원의 ‘복지부동’」이라는 글에서 강력하고 비판이 제거된 ‘청와대 정부’를 지적했다. 요소수 사태에서 드러난 공무원의 복지부동은 사실, 문재인 정부가 자초한 결과라는 뜻이다. 2017년 8월,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하면서 “영혼 없는 공무원이 돼선 안 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집권 초기 공무원 불복종권(국가공무원법에 상관의 명령이 명백히 위법한 경우 이의를 제기하거나 따르지 않을 수 있으며 이로 인하여 어떠한 인사상 불이익도 받지 않는다.)을 의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법 개정은 국회에서 실종됐다. 

이후 문재인 정부는 공무원의 복종을 강요하는 방향으로 흘렀다. 강 교수는 “‘청와대 정부’ 체제하에선 무엇보다도 이견이 용납되지 않는다”라며 “집권 여당인 민주당은 상명하복을 생명처럼 여기는 ‘군대’가 되어버린 지 오래다”라고 비판했다. 

독일 철학자 니체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과정에서 자신마저 괴물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강 교수는 문재인 정권이 괴물 같은 독재 정권과 싸우다가 스스로 괴물이 되었다고 비유했다. “문제는 그들이 선과 정의를 대변하는 동시에 그걸 독점해야만 한다고 믿는 심층 의식에 있었다.”

 

강준만 교수는 정치의 종교화에서 증오의 정치를 지적했다. 이제 증오의 정치는 좀비 정치로 변신했다. 사진=교수신문DB

강 교수는 맺는 말에서 긍정보다 부정의 힘이 훨씬 크게 작동하는 원리를 설명했다. 열정적 증오가 어떻게 정치와 만나면 너와 나를 가르고, 내로남불이 되어가는지 말이다. 2022년, 한국정치는 종교처럼 광신도들을 양산해내고 있다. 그 가운데, 어떻게 하면 좀비 정치를 극복할 수 있을까, 한숨만 나오는 시절이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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