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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도가 고개를 갸우뚱 해야 하는 이유
역사학도가 고개를 갸우뚱 해야 하는 이유
  • 조대호
  • 승인 2022.02.17 0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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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학은 지금
조대호(중국인민대학 역사학원 박사과정)

 

얼마 전 중국에서 남경대도살(남경대학살의 중국식 표현)에 대한 어느 강사의 발언 영상은 불과 이틀 만에 3억5천만 조회수독를 기록하며 사회적 이슈로 크게 떠올랐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상해의 모 전문대학 역사 강사는 수업 중 남경대학살 당시 피해자 수는 정확한 실체적 증거가 없다고 주장했고, 한 학생은 이를 몰래 촬영해 중국 웨이보(중국의 SNS)에 올렸다. 영상은 삽시간에 중국 전역으로 퍼졌고 때마침 시기도 남경대학살 애도 기간이었기에 강사는 중국인들로부터 공분을 샀다.

시진핑 주석은 집권 다음 해인 2014년, 1937년 12월 13일부터 1938년 1월 사이 일본군에 의해 자행된 남경대학살을 추도하기 위해 매년 12월 13일을 국가급 공공제사일로 정했다. 이 날이 되면 오전 10시 1분부터 2분까지 남경 전역에서는 사이렌이 울리며 일부 도로를 제외하고는 모든 자동차가 정지해 희생자를 애도한다. 중국공산당이 남경대학살이 시작된 날을 국가 기념일로 승격시킨 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이날을 중요시한다는 의미다. 아울러 여기에는 남경대학살에 대한 역사적 쟁론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견해나 이론(異論)을 가져서는 안 되며 이를 불허한다는 속뜻도 있다.

강사는 남경대학살에 의한 피해 숫자에 의구심을 갖고 현재 정론이 돼버린 30만이라는 숫자를 지나치게 불신했다. 영상에 따르면 “50만 명, 3천 명, 2만 명” 등으로 희생 숫자를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어조와 “당시는 오늘날과 같은 신분증이 없어 피해 숫자에 대해 정확히 추산하기가 어렵다”면서 30만을 ‘소설’이라 치부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강사는 자신의 주장에 구체적인 근거들을 제시하지 않았고 강의 내내 기억에 의존해 학생들을 가르쳤다.

강사의 원의(原意)는 분명 남경대학살에 대한 부정은 아니었다. 여러 정황적 근거들을 통해 피해자 수는 정확한지, 그것을 입증하는 사료들은 완정(完整)한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는 데 강사는 방점을 두고 있었다. 하지만 적어도 ‘소설’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남경대학살에 대한 일본군의 학살을 부정하는 뉘앙스는 지양해 야했고, 주장에 대해 완곡하게 표현하고 싶었다면 뒷받침할만한 충분한 근거를 학생들에게 제시해 납득시켜야 했다. 

강사는 건드려서 안 되는 중국인의 민족감정에 생채기를 냈고 중국인들은 분기탱천했다. 또한, 이는 남경대학살의 역사적 결론을 내린 중앙(당)에 대한 도전이나 다름없었기에 국가와 인민 모두가 용납하기 어려웠다. 강사는 일제히 친일파, 매국노 등으로 비난을 받고 소리소문없이 학교에서 제적당했다.

역사학자에게 사료란 글을 쓸 때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든든한 자원이다. 역사학자란 사료에 근거해 말해야 하지만 자신이 보는 사료가 완전할 것이라는 사실에 의구심을 가져야 한다는 학부 시절 교수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내가 사용하는 사료도 결국 사람이 한 기록이고 관(官)이라도 항상 객관적일 것이라는 생각은 대단히 위험하다. 필자도 한중 공산주의자들의 협력 관련 사료들을 찾는 과정에서 이들이 합심과 배신을 했다는 자료를 수없이 발견했다. 논문 주제가 아무래도 ‘연대와 협력’이니 배신 이야기는 살짝만 언급했다. 양심에 가책을 느껴 반목의 사료를 언급하려 하는데 그렇다고 5:5, 6:4로 분명하게 나눌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항상 사실에 의문을 갖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것은 역사학을 전공하는 학도들에게서 찾을 수 있는 대표적인 버릇이다. 중국 강사의 희생자 수에 대한 의문은 그동안 회고나 증언에 많이 의존하여 추산한 수치에 대해 충분히 가질 수 있는 비판적 태도였다. 더욱이 현대와 같이 인구 센서스(Census)가 발달 되지 않았던 100여 년 전 숫자를 정확히 계산해 내라는 것도 넌센스다. 필자는 다만 이와 같은 의문을 품는 과정에서 숫자가 적다고 학살이 미화됐다거나 늘어났다고 하여 일제에 대한 극도의 증오로 이어지기를 원치 않는다. 우리가 주지해야 할 사실은 숫자의 증감이 아니라 일본 제국주의의 본질에 있다.

조대호
중국인민대학 역사학원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시베리아지역 화교와 한인 공산주의자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중국근현대사가 전공이다. 주요 연구내용으로는 중국공산당사, 국제공산주의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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