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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思] 버섯論
[學而思] 버섯論
  • 조덕현 우석대
  • 승인 2001.06.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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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6-13 10:33:28
조덕현/우석대·생물학

30년 전 처음 내가 버섯을 공부할 때 국립공원같은 데로 채집을 가서 버섯사진을 찍는 것을 지나가던 사람들이 신기하게 보든 기억이 새롭다. 그까짓 하찮은 버섯을 사진을 찍어서 무엇하냐는 눈빛을 받곤 했던 때가 엊그제 같다. 버섯을 하찮은 생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고, 식물인지 동물인지 아니면 어떤 생물인지 잘 모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버섯도 사람과 똑같은 생물이어서 사람과 똑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고, 생물의 본능인 개체보존과 종족보존을 위하여 피나는 투쟁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인간들이 인간을, 또 다른 생물들과 생존경쟁을 벌이듯이 이들도 다른 버섯과 투쟁을 하여 다른 버섯의 양분으로 살아가는 것이 있는가 하면 다른 버섯이나 식물과 같이 살아가며 공존하는 버섯이 있기도 하여 이들의 삶은 인간과 다를 바가 하나도 없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한다. 이런 것이 인간이 자연계에서 살아남는 한 방법이고 만물의 영장류로 진화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버섯의 욕심 또한 사람에게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 버섯은 살아남기 위해서 많은 포자를 만들어서 그 중의 일부는 바람, 물, 곤충 등에 의지하여 퍼지고 그 중에서 어떤 것은 버섯으로 발생한다. 마치 인해전술로 곤충 등에게 먹이로 유인하고, 바람에 날려가고, 물에 떠내려가서 적당한 곳에 정착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런 방법이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가지 방법을 동원하여 생존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은 사람 뺨칠 정도이다.
그렇다면 버섯을 하찮은 존재로만 볼 수 없을 것이다. 어쩌면 자연에서 살아 남기 위하여 어느 때는 다른 생물과 타협하고 또 어떤 때는 과감히 자기 몸을 던져서 살아가는 방법을 택하는 것을 보면 인간도 한 수 배워둘 만하지 않을까?.
근래에는 항암물질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버섯에 대한 관심이 아주 높아지고 있다. 동충하초나 상황버섯이 항암성분을 지니고 혈압, 당뇨등의 성인병에 도움이 된다는 보도들이 매스컴을 오르내리고 있는 실정이다. 마치 이런 것들이 만병통치약인 것으로 잘못 알고 비싼 가격에 사먹게 되고 또 속아서 가짜들을 사먹는 사례가 허다하다. 분명한 것은 이것들은 면역력을 높여 줄 수는 있어도 치료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무조건 맹신하는 것은 금물이다.
근래에 ‘티베트 버섯’이란 종류를 티베트를 여행한 사람들이 사 가지고 오는 모양이다. 이것은 티베트의 스님들이 키우는 버섯으로, 폴란드의 교수가 간암으로 고생하던 중 먹고 치료가 되었다는 소문 때문에 그럴싸하게 시중에 전파되면서 이에 대한 문의가 가끔씩 오고 있다. 1970년도 중반에도 홍차버섯이라 하여 물 속에서 버섯을 키워 건강식품으로 유행한 적이 있었다. 이것들은 버섯은 아니라 효모의 한 종류로 판명되었다. 버섯은 물을 꼭 필요로 하지만 물 속에서는 자랄 수 없고 오히려 물 속에 있게 되면 썩게 된다.
버섯들도 유행을 타는가 보다. 1970년도와 1980년도에 영지버섯이 이름 그대로 효능이 영험하고 모든 병을 다 고치는 것처럼 선전 된 적이 있다. 영지버섯은 분명 암을 억제하는 물질이 있지만 아직까지 영지를 먹고 암을 고쳤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러다가 1990년도엔 아카리쿠스라는 버섯이 암을 제어하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하여 유행하였고 또 동충하초가 동물성 단백질을 먹고 자라니까 효과가 우수하다고 하여 유행했다. 작년에는 러시아 캄차가반도의 원주민들이 당뇨와 고혈압등에 걸리지 않는 것이 차가버섯을 차로 만들어 마시기 때문이라 하여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또 이 버섯은 추운 지방의 자작나무에서만 자라고 우리나라에는 없다고 하여 더욱더 신비스러운 버섯으로 보여졌다. 그러나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자작나무녹슨구멍버섯’으로 보고 된 바 있다.
이런 것을 보면 버섯의 인기가 세월따라 변하면서 버섯의 효능이 유행처럼 흘러가는 것이 아닌가 하여 쓴웃음이 나온다. 앞으로 또 어떤 버섯이 출현하여 우리의 관심을 끌지를 상상 해 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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