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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과 세상을 읽는 힘
오징어 게임과 세상을 읽는 힘
  • 신희선
  • 승인 2021.10.21 0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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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_ 신희선 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정치학

“나는 말이 아니야, 사람이야.” 황동혁 감독의 「오징어 게임」주인공 기훈이 한 말이다. 방영이 시작된 이래 넷플릭스가 서비스 되는 83개국에서 연일 1위를 기록 중인 「오징어 게임」은 ‘주류가 된 한류’라는 평과 함께 K-콘텐츠의 쾌거라는 상찬을 받고 있다. 「오징어 게임」의 열풍은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오징어가 들어간 상품들이 히트를 치는 신드롬을 낳고 있다. 9화에 걸친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풍부한 해석거리를 제공하지만, 감독이 작품을 통해 궁극적으로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 톺아보며, 대학 교양교육을 담당하는 입장에서 감독의 비판적 사고와 넷플릭스라는 환경에 대해 생각해 본다.

「오징어 게임」은 빚에 쫓겨 벼랑 끝에 내몰린 사람들의 콜로세움이다. ‘딱지치기’로 초대된 456명의 참가자들은 어린 시절에 했던 놀이를 하며 최후의 1인이 456억 원을 받는 서바이벌 게임에 참여한다. 함께 놀다가 아웃되면 '죽었다‘는 말로 배제했던 규칙대로, 매 게임이 끝날 때마다 죽은 사람만큼 천장에 매달린 커다란 돼지 저금통에 해당 액수의 돈이 떨어진다. 돈 때문에 생명을 담보로 한 게임에 들어온 참가자들의 절박한 상황과 매 게임 실패자들의 목숨 값이 누적되는 과정을 경마장의 말들의 경주인양 VIP들은 즐기며 관람한다. 네모, 세모, 동그라미 가면을 쓰고 게임을 진행하고 관리하는 이들 조차 CCTV를 통해 감시되는 세계다. 

감독은 게임의 장에서 인물들이 나누는 대화와 변화하는 심리를 통해 현실의 문제를 고발한다.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오징어 모양으로 금을 긋고 공격하고 수비하기 위해 거칠게 몸싸움을 하던 어린 시절의 모습을 오버랩하면서 이러한 게임의 논리가 어떻게 우리 사회에 투영되고 있는지 비판적 시선을 던진다. “이건 루저들의 이야기다. 루저들끼리 싸우고 루저들이 어떻게 죽어가는 가를 다룬다.” 황감독은 우리에게 익숙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뽑기, 구슬치기, 줄다리기, 오징어 게임’ 등을 소재로 승자독식의 구조를 비판하는 놀라운 상상력을 보여준다. 또한 자신의 생명을 내건 극단적인 상황에서 절체절명의 순간에 드러나는 인간 본성의 민낯과, 생존게임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기훈’을 통해 인간에 대한 예의와 인정의 가치를 생각해 보도록 한다. 「오징어 게임」 마지막 회 제목이 현진건의 소설 『운수 좋은 날』과 동일하다는 점은 그래서 더 설득력이 있다. 

"누가 우리를 게임판 위의 말처럼 만들었을까요. 우리는 궁금해 하고 물어야 하고 분노해야 한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이 한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사진=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의 드라마틱한 성공에는 넷플릭스도 한 몫을 했다. “넷플릭스는 형식, 시간, 콘텐츠 수위에 제한을 두지 않아 마음껏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었다.” 황 감독은 2008년에 이미 「오징어 게임」을 기획했지만 투자하는 곳이 없어서 13년 만에 작품을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넷플릭스는 로컬라이징 전략을 통해 각 국의 유망한 감독들이 자유롭게 작품을 제작할 수 있도록 콘텐츠에 일절 간섭하지 않는 방식으로 접근해 오리지널 작품의 다양성과 참신성을 도모하고 있다. 감독의 새로운 시도와 실험적인 창작을 가능하도록 한 넷플릭스의 지원과 제작 환경이 뒷받침되어 「오징어 게임」이 홈런을 친 것이다.   

“누가 우리를 게임판 위의 말처럼 만들었을까요. 우리는 궁금해 하고 물어야 하고 분노해야 한다.” 황동혁 감독이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오징어 게임」에서 감독은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와 돈을 쫒아 맹목적으로 트랙을 달리는 말이 되어 더 이상 존엄한 인격과 개성을 지닌 존재로 인정되지 않는 현실을 비춰주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현상의 본질을 읽을 수 있는 통찰력과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AI를 능가하는 인간의 능력과 인간다움은 의문을 제기하고 문제를 발견하는 비판적 사고와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상상력, 약자를 보듬는 공감력에 있다.

「오징어 게임」을 보며 사고와 표현 교양교육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해 본다. 디지털 시대 ‘왜‘라는 질문이 왜 더 중요한지 학생들의 문제의식을 키워주는 교육과, 세상을 읽는 힘을 갖고 디지털 환경에서 학생들이 기존의 틀에 박힌 드라마가 아닌 자유롭게 자신의 오리지널 작품을 만들어 가도록 지지하는 것이 교수의 중요한 책무라는 점도 함께. 

신희선 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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