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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이 필요한 시간
리셋이 필요한 시간
  • 신희선 숙명여대 교수
  • 승인 2021.09.28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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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

"요즘 온라인으로 수업하니 편하시죠?” 지난 주 외부 회의에서 오랜만에 만난 분이 비대면 수업에 대한 소감을 물으며, 요즘 학생들은 동영상 녹화 강의를 선호하고 그간 만든 자료를 다시 올려주면 되니 예전과 비교해 편하지 않냐는 말씀이다. 몇 학기째 동일한 강의 영상을 올려놓고 온라인 수업을 대신하는 교수가 적지 않단다. 혹은 절반은 동영상 강의로 대체하고 나머지 절반만 실시간 수업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란다. 문제는 실시간 수업조차도 학생들과 적극적인 소통이 없이 일방향 강의가 많다는 점이다. 학생들과 아무런 접점도 없이 온라인 수업이 ‘적당히’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다시 가을 학기를 비대면으로 시작하다 보니, 새삼 좋은 교육은 콘텐츠 못지않게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교수학습방법에 있음을 생각해 보게 된다. 

지난 해 4년제 대학의 중도탈락 학생 비율이 전체 학생의 4.6%로 이전에 비해 늘어났다고 한다. 다시 대입에 도전하는 '반수생'의 증가한 것이 그 이유다. 비대면 수업으로 반수가 용이해지면서 더 나은 대학과 유망한 학과로 진입하려는 학생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강의처럼 진행되는 대학교육에 대한 실망도 없진 않을 것이다. 교수자가 지식을 단순히 전달하는 온라인 교육이라면 이제는 리셋이 필요하다. 온라인에서 교육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플립 러닝으로 다양한 텍스트를 접하도록 하면서 실시간 학생들의 토론과 발표, 질문과 피드백이 오고가는 역동적인 공간이 될 수 있다. 직접 만나지 못하니 비대면 교육에서는 학생 한 명 한 명에 대한 섬세한 터치가 더욱 중요하다. 생기를 잃은 채 1.5배속으로 교수의 말만 듣도록 하는 것은 대학 교육에 대한 실망만을 낳을 것이다. 학생 스스로 자신의 말을 하도록 활발한 의사소통을 자극해야 한다. 

대학 교육을 받는 이유는 독립적인 성인이 되기 위함이다. 지난 해에 이어 벌써 2년째 대학교육이 온라인이 되면서, 학생들은 점점 더 편한 방식으로 학점 따기 쉬운 꿀강의를 찾아 길들여지고 있다. 미하엘 빈터호프는 『미성숙한 사람들의 사회』에서 “인터넷이 퇴행을 부추기는 도구”라고 말한다. 편한 것 대신에 의미 있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성인다운 태도임을 강조한다. 대학에서 모든 교육과정이 완료되고 학생들이 세상에 나가 자신의 삶을 살아가려면 주체가 되는 연습을 해야 한다. 불확실한 세계에서 중심을 잡기 위해서는 수동적인 자세로는 곤란하다. 밀려오는 파도에 정신없이 휩쓸려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서핑을 즐길 수 있도록, 온라인 세계의 혁명적인 변화에 학생들을 준비시켜야 한다.   

“적절한 시기에 스승을 얻어 나 자신에게는 더 없이 좋은 행운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주목받은 책 『페스트』의 저자 알베르 카뮈는 스무 살에 만난 스승 장그리니에와의 각별했던 관계를 말한다. 30여년간 주고 받았던 편지에서 서로의 생애를 가득 채워주었던 대화가 자신의 삶에 깊은 영향을 주었다고 하였다. “스승과 제자는 오직 존경과 감사의 관계 속에서 서로 마주 대하게 된다.” 가르침이 없이 배움만 존재하는 일방향 온라인 수업으로는 이러한 사제관계가 불가능하다. 매주 랜선을 타고 학생들과 마주하며 온라인에서도 깊게 소통하는 교육을 해야 한다. 이를 통해 비대면 시대 고립된 개인의 영역을 넘어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의 삶을 꿈꿀 수 있다.

가을 학기를 시작하며 봄 학기에 이어 다시 만나는 21학번 신입생들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 모니터에서 익숙한 얼굴과 이름을 마주하며 반가운 마음 한 편, 마치 담임 선생이 된듯한 묵직한 책임감마저 든다. 학습자 중심의 수업 활동에 부담을 느껴 수강을 피하는 학생도 있지만, 실시간 함께 공부하는 자리가 좋아 일부러 찾는 학생도 있다. 이번 학기 수강생이 모두 확정되어 LMS에 올려놓은 학생들의 자기소개 글을 읽고 댓글을 달며 이들과 만들어 갈 앞으로의 시간을 상상해 본다. 지금은 낯선 이름과 얼굴이 대부분이지만 매주 만나다 보면 마음 속에 특별한 존재로자리하게 되리라. 코로나19 이전에 그랬던 것처럼, 미래 어느 날 ‘청출어람’으로 성장한 학생을 만나 뿌듯한 감동과 함께, 지금의 온라인 학기도 아름답게 기억되리라.

신희선 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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