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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고대 넘어 '글로벌 고대'를 향한다
'민족' 고대 넘어 '글로벌 고대'를 향한다
  • 박영근 편집인
  • 승인 2005.04.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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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개교 1백주년 맞는 고려대 어윤대 총장

“갑자기 일이 생겨 죄송합니다. 축구경기는 해야겠고, 피스컵 주최측은 반대하고 있어서 설득하느라 늦었습니다.” 어윤대 총장은 고려대가 개교 1백주년 기념행사의 하나로 추진하고 있는 네덜란드 에인트호벤과 고려대의 축구경기 성사를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약속시간 30분을 넘겨 인터뷰는 시작됐다.
‘글로벌 고대’라는 비전제시와 괄목할 만한 성과는 어윤대 총장의 끈질긴 설득과 근성 덕분에 본궤도에 올라섰다. 글로벌 프로젝트는 예상보다 빠르게 정착되고 있다는 게 어 총장이 자신의 2년 재임을 돌아보면서 내린 자평이다. 이제 이공계 육성과 외국인 교수 확충에 힘쓰겠다는 그는 세계대학총장 포럼 등 세계학계에 고려대를 명확히 인식시키기 위한 프로젝트를 위해 2라운드를 준비중에 있다. 
●대담 : 박영근 편집인(중앙대) ●일시 : 2005년 4월 26일 오후 4시 ●장소 : 고려대 총장실 ●기록·정리 : 김봉억 기자 ●사진 : 이민선 기자

“별도의 인센티브도 없는 상황에서 학생수를 줄이는 것은 힘들다…영어강의 부담 때문에 우수교원 확보 차질 생길까 걱정…봉급 차등지급 비율 해마다 더 높일 것”

▲어윤대 고려대 총장 ©
△5월 5일이면 개교 1백주년이다. 소감은.
“민족사학의 총장으로서 개교 1백주년을 맞아 영광이다. 아울러 고려대를 세계적인 대학으로 성장시켜야 한다는 부담이 크다. 큰 일을 하려면 기금 확보가 필수적이어서 열심히 뛰었다. 재단이나 교우회의 성원으로 기금확보도 잘 돼서 개교 1백주년을 맞이하는 기분이 좀 홀가분하다.”

△개교 1백주년 기념행사 가운데 눈여겨 볼만한 프로그램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한국학 국제회의’다. 오는 7월에 전세계에 있는 한국학 센터의 소장들이 모여서 고려대에서 한국학 국제 컨퍼런스를 연다. 일회성 행사로 끝나지 않고, 해마다 열 예정인데, 내년에는 미 스탠포드대와 함께 개최할 계획이다. 고려대를 한국학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갖고 있다. 최근 한국의 경제발전과 정치현황에 대한 외국의 관심이 높은데 역사, 철학 뿐만 아니라 넓은 의미의 한국학을 알리겠다는 뜻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 행사를 가장 값진 행사로 생각하고 있다.”

△ 기념행사를 준비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나.
“5월 4일 신라호텔에서 세계총장포럼이 열리는데 23개국 80여명의 외국대학 총장과 1백여명의 국내 대학 총장이 참석한다. 이날 노무현 대통령도 참석해 개막연설을 하기로 돼있다. 큰 행사인데 혹시 실례나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5월 5일엔 1백주년 기념식이 교정에서 열리는데 비가 오지 않을까 노심초사 하고 있다.”

△기금 확보는 얼마나 됐나.
“스스로 놀랄 정도로 많이 모았다. 교우들이 1백주년에 맞춰 한꺼번에 돈을 많이 준 것같다. 2년동안 연구비를 포함, 2천억원 가까이 모금했다. 4년동안 목표한 금액을 2년안에 달성했다. (임기를 마칠때 까지) 3천5백억원정도를 모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동안 중점을 뒀던 ‘글로벌 KU프로젝트’를 평가한다면.
“당초 계획했던 것 보다 더 빠르게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외국대학에 가서 공부할 수 있도록 대학간 네트워크 구축이 거의 완성됐다. 올해는 1천명 가까이 보내는데, 한 학년에 20%를 외국에 보내는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프로그램이 되지 않을까 싶다. 경영대학의 경우 자체 6백억원의 기금을 확보해서 내년까지 해외유학에 2백명, 해외 인턴십 프로그램에 2백명을 보낸다.

영어강의 확대는 계획대로 추진되고 있다. 2006년 1학기에는 영어강의 비율이 전체 강좌의 30%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1년에 5%씩 영어강의를 늘려 2010년까지 50%로 확대할 것이다. 영어강의를 통해 강의 질이 떨어진다던가, 학생들이 강의를 듣는데 어려움이 생기는 등 예상한 문제점은 있지만 장점이 단점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계속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이런 정책이 지속된다면 2015년 쯤이면 영어강의가 60~70%까지 될 것이다. 이 정도면 여러가지면에서 다른 유형의 대학이 된다. 감히 말하자면 2010년이 되면 외국대학의 학생에게 한국에서 제일 좋은 대학은 고려대가 될 것이다. 한국에 공부하러 오는 외국 학생중에 한국말을 잘하는 학생은 얼마되지 않는다. 수업의 50%를 영어로 강의되고 있는 고려대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 또 외국학생을 위한 인프라 구축을 위해 지난 3월말에 교수 50명과 외국 유학생 2백명을 수용할 수 있는 호텔급 기숙사인 ‘I-하우스’도 완공했다.”

△신임교수에게 영어(원어)강의를 의무화 했는데.
“새로 오는 교수들은 법학과, 한국학 관계 분야를 제외하고 전원 원어로 강의한다. 영어강의를 하겠다는 조건으로 임용이 됐다. 1년에 2백명정도 뽑을 수 있도록 하는데 실제 임용되는 교수는 60~70명 밖에 안 된다. 기우인지 모르겠지만 영어로 강의하도록 한 것이 우수한 교수를 뽑는데 지장을 주고 있는 요인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한다.”

△교육부는 수도권 대학의 입학정원 감축을 유도하고 있는데.
“입학정원 축소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대학 입학정원이 많다고 생각한다. 입학정원을 줄이면서 교수확보율을 높여야 한다는 대명제에 대해서도 공감한다. 그러나 학생을 줄이는 것은 학과 교수들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 사항인데 별도의 인센티브도 없는 상황에서 학생수를 줄인다고 하는 것은 굉장히 힘든 과업이다.”

△교수 임용 등 인사권을 단과대와 학과로 넘겼다.
“학장에게 인사권과 예산권을 전폭적으로 넘겼다. 교수를 뽑을 때도 배정인원 등을 단과대에 자율적으로 맡겼다. 아직 인문사회계열에는 ‘TO’개념이 있지만 이공계는 ‘TO’개념을 없애 버렸다. 재밌는 일은 공과대학이 30명을 임용한다고 해놓고 10명밖에 안 뽑았다. 언제든지 뽑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우수한 교수가 있을 때만 뽑는다. 더 좋은 인재를 선별해서 뽑는 태도로 바뀐것이다. 예전엔 새로 임용할 교수 TO를 5명정도 겨우 얻어 놓으면 이때 안뽑으면 TO 자체가 없어진다고 생각하니까 배정된 인원만큼 다 뽑았었다.

교수 임용도 ‘비용’이 든다는 것보다 생산 수익이 더 크다는 쪽으로 사고를 전환시켰다. 예전에는 교수가 많으면 인건비가 많이 나가니까 공과대에 임용 ‘TO’를 계속 줄였다. 그런데 앞으로 이공계 분야에 정부의 연구개발비가 엄청나게 많이 쏟아져 나올 전망이다. 교수 한명당 4억~5억원 정도의 연구개발비를 따올 수 있는데 이 돈은 연구개발과 학생장학금 형태로 나간다. 결국 교수 한명을 임용하는 것이 학교재정에 도움이 되지 마이너스가 되지는 않는다. 현재 공과대의 교수수가 1백35명인데 더 늘릴 계획이다.”

△외부 연구비 실적 등 연구업적에 따라 봉급을 차등지급 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인문분야 교수들의 반발도 있다.
“올해 교수월급을 4% 일률적으로 인상하고 2%는 단과대학별로 학장이 교수 연구업적에 따라 차등화해서 지급하도록 했다. 올해부터 바꿨다. 내년에는 2%에서 4%로 점차 인센티브에 대한 몫이 많아질 것이다. 인센티브 시스템에 대해 모든 교수들이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인문계 교수들의 반발이 있다. 기본적으로 인센티브 시스템 자체에 대한 철학적인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 같다.

평가시스템이 있으면 평가결과가 어떻게든 반영이 돼야 한다. 보상체계에서도 차등화가 돼야 한다. ‘대학은 철밥통이다’, ‘변화가 없다’ 등 대학들이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다. 올해 하나은행에서는 자기 월급의 30%를 은행에 다 내놨다. 그 돈을 다시 성과급으로 나눠 준다. 그런데 고려대의 경우 인상분 2%를 인센티브 시스템으로 지급하기 때문에 이 정도도 수용하지 않는다면 사회적 지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CEO형 총장으로 불린다. 실제 어떤 리더십이 발휘되고 있다고 보나.
“우선 비전제시와 함께 그 비전에 대한 공유의식이 필요하다. 공유된 비전도 정작 추진하려면 걸림돌이 생기기도 하는데 고려대의 경우 ‘1백주년’이라는 계기가 크게 작용했다. 또 ‘오랫동안 변화가 없었다. 변해보자’는 인식도 주요하게 작용했다. 개인적으로는 주위 사람들이 사심없이 일 하는 것을 인정해 주는 것 같다. 총장으로 재임한 2년 동안 2백여명의 교수를 뽑았는데 한 사람도 개입한 적이 없다. 수십 명에 대해 임용 거부는 했지만 단 한 사람이라도 관여하지 않았다. 사심이 없다고 인정하는 것이 집행을 하는데 힘이 된 것 같다.”

[약력소개] 1945년 生.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고려대 경영학 석사, 미국 미시간대 박사. 미국 미시간대 국제산업연구원, 고려대 교무처장·경영대학원장, 금융통화운영위원회 위원, 한국국제경영학회장, 한국금융학회장, 한국경영학회장 역임. 현재 제3기 교육인적자원부 정책자문위원장, 미시간대 한국총동문회장 등을 맡고 있음. 저서로 '자본자유화와 한국경제'(1981), '국제금융과 한국외채'(1985), '국제금융'(1997)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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