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00:15 (토)
인터뷰 : 한류문화아카데미 설립한 박범훈 중앙대 신임 총장
인터뷰 : 한류문화아카데미 설립한 박범훈 중앙대 신임 총장
  • 김조영혜 기자
  • 승인 2005.03.0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류, 대학이 나서서 학문으로 체계화시켜야”

▲박범훈 중앙대 총장 © 김조영혜 기자

 

△ 지난해 국악계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위로 뽑혔다. 예술계 특히 국악계 인사가 종합대학의 총장이 된 것은 최초의 일인데, 취임 한 달이 지난 지금 감회가 어떠한가.

“취임한지 1년은 된 듯 하다. 그만큼 바빴다. 작곡과 지휘 등 예술가로서 할 일도 많고 후학양성을 위해 휴일이라도 시간을 내고 싶지만, 우선 총장으로서 역할에 충실하려고 한다. 예술가로서 활동한 경험을 살려, 가지고 있는 열정을 중앙대라는 또 하나의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데 쏟아 부을 생각이다.”

 

△ 중앙대 한류문화 아카데미가 지난 22일 ‘한류의 세계화와 토착화’를 주제로 한중일 국제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국제세미나가 한류아카데미의 첫 신호탄이 될 듯 하다. 한류 아카데미의 취지와 계획 등을 듣고 싶다.

“올 2학기부터 시작될 한류문화 아카데미는 문화예술 국제대학원이다. 장기, 중기, 단기 과정으로 나뉘어 운영될 계획이다. ‘한류학’ 전문 연구자들을 위한 1년 6개월 코스의 석사과정, 공무원 연수자 등을 위한 6개월 코스의 전문가과정, 관광객들을 위한 1주일 코스의 체험과정을 준비하고 있다.”

 

△ “한류에 한국이 빠져있다”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국악을 전공한 교수로서 한류현상의 문제점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또, 일각에서는 대학에서 ‘한류학’을 개설하는 것에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미류나 한류냐, 한류의 정체성에 대한 논의가 나오는데, 그렇기 때문에 대학에서 나서야 한다. 지금의 한류는 대중예술을 통해 ‘아시아류’로 퍼져나가고 있다. 그러나 애니콜은 알아도 ‘대한민국’은 알려져 있지 않은 상황이 문제다. 이를 두고 한류에 한국이 빠져있다, 라고 지적한 것이다. 욘사마를 만나러 온 관광객들을 놓치지 말고 진정한 한류, 즉 한국인의 문화와 정체성을 알리기 위한 학문을 구축하는 것이 한류학이라고 생각한다. 대중예술의 열풍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이를 교육적 차원에서 인식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한류다운 한류를 아시아가 아니라 세계에 뿌리 내리게 하려면 체계적이고 학문적인 문화 콘텐츠가 필요하다.”

 

△ 중앙대는 지금까지 문화예술분야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류문화 아카데미도 연장선상에 있는 것인가.

“다른 대학보다 문화예술분야에 강한 중앙대가 한류 아카데미 신설에 유리했던 것은 사실이다. 특히 중앙대 출신 배우들이 한류 스타로 알려져 있어, 인적자원이 풍부하다.

선택과 집중이라고 하는데, 중앙대는 이미 문화예술분야에서 선택된 것이다. 그러나 생각지 못하면 흘려버리게 된다. 한류를 대학이 이끌어나가겠다는 것은, 오래 전부터 계획해 왔다.”

 

△ 중앙대의 4대 특성화 벨트 조성을 통한 계열별 균형 발전은 교육부의 선택과 집중에 의한 대학 구조조정에 역행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선택과 집중도 좋지만 잘 크는 나무만 살릴 수는 없다. 일단, 왜 안 크는지 분석부터 해야 한다. 계열별 4대 균형 발전계획을 통해 크지 않는 나무는 이유가 무엇인지 분석할 계획이다. 토질이 나빠서 그런가, 나무의 종류가 안 크는 건가, 아니면 제대로 못 가꿨나. 다각도로 분석해서 살릴 나무는 살리고 아닌 것은 없애야 한다. 특히, 약대의 명예회복, 의대, 자연공학계열의 전략 특성화를 위해 연간 36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후 총장이 직접 특별감사를 해 앞으로 지원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 사립대의 오래된 고민은 재정 확충이다. 특히 중앙대처럼 재단의 전입금이 미비한 경우에는 대학의 자생력이 관건이다. 중앙대 나름의 재정 확충을 위한 계획이 있다면.

“예술가가 돈 쓸 줄밖에 모르다가 벌려니 힘들다. 사회교육본부를 활용, 저녁이면 대학 전 공간을 학원화해 사회교육에 이바지하며 수익도 창출할 것이다. 또, 산학협동기금, 외부연구기금, 교육부 재정지원, 산업체 아웃소싱 등을 통해 연간 4백50억원씩 외부 재정을 유치할 계획이다. 정 안 되면, 내가 지휘봉 잡고 발전기금 마련 음악회라도 해야 하지 않겠나.”

 

△ 중앙대의 숙원 사업이었던 대학병원이 건립됐다. 대학과 대학병원의 운영은 여타의 대학을 보아도 뗄 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고 많은 대학들이 대학 재정의 일부분을 대학 병원의 수익금에 의존하고 있다. 흑석동 병원 운영 계획은.

“흑석동 병원은 새로 세운 병원이고 시설이 좋다 보니, 환자가 많다. 문제는 용산병원인데, 시설이 노후 돼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다. 대학 운영 차원에서 조정을 고민하고 있다.

병원장은 교수들에게 이메일로 후보를 추천받아 선거를 통해 의학계에서 명망이 높은 김세철 박사(비뇨기과)를 임명했다. 또, 의료부총제를 도입해 경영자 기질을 가진 분을 모셔 전문적이고 독립적인 경영체제를 확보할 예정이다.”

 

△ 교수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연구환경과 강의환경의 개선 등 처우개선이다. 교수 충원, 교직원 급여 상위 10위권으로 인상 등은 총장님의 선거 공약이기도 했다. 연구중심대학을 표방한 중앙대의 교수처우개선 계획은 어떠한가. 

“현재 중앙대의 전임 교수가 7백60명이고, 교양학부에 전임 교수가 없어 올해 30여명을 충원할 계획이다. 교수 연봉은 下厚上薄으로 전임강사와 조교수는 상위 10위권 내에 들지만, 정교수와 부교수의 연봉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공약대로 상위 10위권 내로 진입하려면 연견 15억원이 필요한데, 가능하리라 본다.”

 

-----------------------------------------

박범훈 중앙대 신임총장은 중앙대 음악학과에서 작곡을 전공하고 일본 무사시노 음악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동국대에서 불교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난 1984년부터 중앙대에 재직해 왔으며 법인 사무처장, 부총장, 국악대학장을 맡았다. 또, 중앙국악관현악단과 오케스트라 ‘아시아’를 창단하고 국립국악관현악단 초대단장을 맡았으며 서울국악예술중학교를 설립, 초대 이사장을 역임했다. 

작곡가로서 서울아시안게임 개막식을 작곡•지휘하고 서울올림픽게임 개막식 ‘해맞이’ 작곡, 한일 월드컵 개막식 음악총감독 및 작곡•지휘, 부산아시안게임 개•폐막식을 작곡하기도 했다.

현재 오케스트라 아시아 예술감독, 서울국악예술중•고등학교 이사장을 맡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