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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이사 : 쿼바디스 도미네
학이사 : 쿼바디스 도미네
  • 김귀순 부산외대
  • 승인 2005.02.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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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의 금정구청에서 서울의 모 외국어 대학과 공동으로 영어마을을 추진한다는 소식을 듣고 같은 과의 교수들뿐만 아니라 학생들, 학교 당국이 모두  분개하였다. 우리 학교의 경우 현재 캠퍼스는 남구 우암동에 있지만 금정구 내의 신부지로 이전할 계획을 세우고 있기 때문에 우리 구성원들이 이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사뭇 달랐을 것이다.

정부는 현재 지방소재대학(이하 지방대학) 살리기와 지방분권을 추진하고 있다. 지방분권은 지방에 세원을 가져오게 하고 지역의 인재를 키우는 일이 그 바탕이 된다. 지방분권의 정신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행정책임자라면 같은 구에 이전할 지방대학이 참여할 수 있도록 공모를 통해 ‘영어마을 만들기’ 프로젝트를 실시하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이러한 절차도 없이 수도권 소재 대학(이하 수도권대학)과 협약서를 체결한 것은 지방분권 정신과 지방대학 살리기 정신을 외면한 처사라고 보아야 한다. 

현재와 같이 지방 학생들의 수도권 유학이 계속 증가한다고 볼 때 앞으로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정원 미충원으로 수도권대학보다 지방대학의 폐교 수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대학이 도시를 먹여 살리고 도시문화를 선도해 간다는 서구의 대학도시 사례를 볼 때 지방대학의 폐교수 증가가 지역전체의 경제발전과 지역문화 발달을 저해할 것이라는 점을 지방정부와 중앙정부는 다같이 인식하여야 한다.  정부가 진정한 지방분권의 정신을 살린다면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방안에 당연히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학의 구조조정비율이 책정되어 지방대학이 연이어 도산하고 수도권대학은 모두 살아남아 인재와 돈이 더욱더 수도권으로 몰리는 일을 막아야 할 것이다. 수도권대학과 지방대학을 똑같은 기준에 놓고 구조조정의 칼날을 들이대는 것은 지방을 살리는 지방분권의 방향과는 다른 또 하나의 지방 죽이기의 빠른 실천이기도 하다. 대학교수는 시험을 쳐서 점수대로 수도권대와 지방대학에 임용된 것이 아니다.

우수한 교수들이 지방대학에도 많이 있으며 이들이 지역을 살리고 학교를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또 많은 지방대학 출신 학생들이 자기 모교가 사라진다는 데 대해 아픔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정부는 인식하여야 한다.  요즘 지방대학 교수들은 학생들의 입학률 및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전천후로 뛰어야 하는 고달픔을 안고 있다. 이에 대한 부작용으로 지방 대학 교수들의 연구시간 투여가 수도권대학 교수들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삶의 질도 피폐되어 있다.

이의 개선을 위해 지역행정최고책임자를 포함한 모든 정부, 국민 등 범국가적 관심과 대책이 필요하다. 교육부 그대는 지방대학 교수들과 학생들의 함성 ‘쿼바디스 도미네(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가 들리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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