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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자유와 사회적 책임
대학의 자유와 사회적 책임
  • 이덕환
  • 승인 2021.05.31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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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_ 이덕환 논설위원(서강대 명예교수 /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이덕환 논설위원(서강대 명예교수)

대학이 무너지고 있다. 벚꽃 피는 순서도 믿기 어려운 형편이다. 정치권의 반값 등록금과 교육부의 무분별한 간섭에 시달리던 대학에 엎친 데 덮친다고 학령인구 절벽과 코로나19의 거대한 쓰나미가 밀어닥친 탓이다. 신입생 미달 인원이 작년의 3배로 늘어났다. 지방대와 전문대 상황이 절망적이다. 교육부가 ‘권역별 유지 충원율’이라는 기상천외의 새 무기를 들고 나왔다. 수도권과 지방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정원을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린 대학의 입장이 몹시 옹색하다. 정원 감축이 능사가 아니라는 지방대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잘 하고 있는’ 자신들에게 교육부가 지방대 미달의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서울 지역 총장들의 주장도 부끄럽다. 정원 감축보다 재정보전 방안과 각종 규제 철폐가 더 중요하고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공허하다.

대학이 이 지경이 된 데는 물론 교육부의 책임이 상당했다. 정원·입시·평가를 틀어쥔 교육부는 대학에게 저승사자와도 같은 존재였다. 대학설립준칙주의를 앞세워 영세 사립대를 우후죽순처럼 세워놓은 것도 교육부였다. 특성화·산업협력·창업·4차 산업혁명 등의 끊임없는 요구로 대학의 혼을 빼놓은 것도 교육부였다. 그런 교육부가 무너지는 대학을 구해줄 것이라는 기대는 기막힌 자가당착이다.

대학이 스스로 살 길을 찾아야 한다. 교수들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는 뜻이다. 교육부가 재정 지원은 해주되 대학의 운영은 간섭하지 말아달라는 요구는 지나치게 비현실적이고 이기적인 것이다. 교육부가 대학의 재정을 지원하는 진짜 의도를 잊지 말아야 한다. 대선 캠프를 휘젓고 다니던 철없는 교육평론가의 ‘공영형 사립대’에 대한 아전인수격 오해도 심각하다. 정부의 공영형은 사립대의 학생 선발권을 빼앗기 위한 꼼수일 뿐이다.

대학을 가장 심각한 고비용 저효율 조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 우리 사회의 냉혹한 현실이다. 철밥통에도 만족하지 못하는 교수들이 권위를 앞세워 자신의 작은 이익만 챙긴다는 것이 우리 사회의 인식이다. 알량한 실사구시를 외치며 공직에 나선 교수들의 전문성·윤리성도 놀라울 정도로 부끄러운 수준이다.

교수들의 실질적인 전문성 강화가 최우선 과제다. 정체불명의 소득주도성장 이론이나 외치고, 국가통계를 엉망으로 망쳐놓은 경제학 교수나 원전을 폐기하고 장작으로 전기를 생산하자는 공학 교수들이 활개를 치는 대학의 현실은 절망적일 수밖에 없다. 자신의 무지를 높은 전공 칸막이로 가려보겠다는 시도는 부끄러운 것이다. 교수들이 요구하는 학문의 자유는 교수에게 보장된 천부적 권한이 아니다. 

교수의 윤리성도 강화해야 한다. 극단적인 편견, 안하무인의 독선과 아집, 그리고 반론을 용납하지 못하는 용렬함을 학문적 권위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자의적으로 왜곡한 토막 지식으로 가득 채워진 궤변과 변설도 경계해야 한다. 세속의 범사를 유치하고 저속한 것으로 치부해버리는 오만도 부끄러운 것이다. 

교수와 대학이 스스로의 체력 강화를 위해 절박하게 노력해야 한다. 대학은 교수가 아니라 학생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다. 학문 발전과 인력 양성이라는 무거운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는 대학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 교육부에 매달려서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치는 대학은 결국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이덕환 논설위원
서강대 명예교수 /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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