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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논평] 학교법인의 재산권과 공공성
[교수논평] 학교법인의 재산권과 공공성
  • 허종렬 / 서울교대
  • 승인 2004.11.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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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종렬 / 서울교대 사회과교육과 ©
지난 10월 20일 열린우리당은 사립학교법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법안의 제안이유를 보면 법인경영과 학사운영의 분리를 통한 견제와 균형을 지향하는 새로운 운영 시스템을 구축해 사립학교의 민주성과 투명성 및 공공성을 제고하고 사립학교의 건전한 발달을 도모하자는 것이다. 또 법안의 골자를 보면 △이사 정수의 3분의 1 이상은 학교운영위원회 또는 대학평의원회가 추천하는 인사로 선임 △학사업무에 관한 사항은 이사회의 관여 배제 △임원 승인이 취소된 자가 다시 임원으로 선임될 수 있는 요건을 엄격히 제한, △이사장과 친인척 관계에 있는 자는 학교장 취임 금지 △교원은 공개임용 △교원인사위원회 구성에 있어서 교사회 또는 교수회가 추천하는 위원이 3분의 1이상이 포함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문제는 이 법안을 둘러싼 찬성과 반대 입장이 극단적으로 대립해 있다는 점이다. 찬반논쟁의 핵심은 두 가지인데, 한 가지는 재산권 침해 여부이며, 다른 한 가지는 학교운영의 주도권 싸움이다. 이 가운데 더욱 본질적인 싸움은 후자라고 하겠다.

 

재산권 침해와 관련해서는 찬성측은 학교법인의 재산권은 이미 사회에 공여된 것이므로 학교법인이 재산권을 주장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반대측은 “기본적으로 사립학교 재산은 교육에 공여된 재산이기는 하지만 사립학교 학교법인이 운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이기 때문에 재단에 속한다”라고 주장한다.

 

주도권 다툼과 관련해서는 찬성측은 이 법안에 의하더라도 이사회의 과반수가 재단측 이사로 구성되기 때문에 법인이 아닌 구성원들이 주도권을 쥔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반대측은 여당이 “사학을 말살하려는 개정안을 내놓고 경영권을 교직원에게 넘기려는 위험한 시도를 감행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양측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의견을 개진하고 싶다.

첫째, 반대측이 재산권의 침해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 동의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이것이 순수한 사적 재산권이라고 하면 사립학교법 자체가 필요없다고 할 것이다. 그냥 민법에 의하면 될 것을 별도로 사립학교법으로 규정한 것은 그것이 일반적인 비영리법인이 아니라 교육사업을 하는 학교법인이라고 하는 특수법인이기 때문에 거기에 공공성을 부여하고자 한 것이다. 이 점은 이 법이 만들어진 1965년의 제안이유에도 명백하게 언급되어 있다. 그런 점에서 실제로 사립학교법은 민법에 없는 여러 조문들을 규정하고 있다. 사립학교의 시설•실비, 수익사업, 이사회의 임원 구성 및 선임과 그 제한, 임기, 이사회 및 그 기능과 소집 및 의결 요건, 감사의 권한 강화, 임원의 겸직 금지, 임원의 보수 제한, 재산의 관리 및 보호 등이 모두 그것들이다. 주도권 싸움 역시 법안 반대측의 주장에 일리가 있으나 교육의 본질상 구성원들의 학교운영 참여를 전적으로 배제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 이 점 반대측의 이해가 필요하다.

 

둘째, 찬성측도 양보할 것은 해야 한다고 본다. 몇 가지 예만 들어보기로 한다. 법안은 개방형이사제를 채택하고 있는데, 이것을 모든 사학에 일률적으로 적용하도록 할 것인지 의문이다. 학교운영의 틀 또한 일률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몇 가지 적용 가능한 유형을 제시하고 사학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특히 대학의 경우 일률적으로 대학평의원회제를 도입하는 것은 전혀 대학의 설립별, 유형별 실정을 반영하지 않은 비현실적 발상이다. 아울러 학교장의 임명 요건에 이사장과 배우자 혹은 직계존속의 관계 등에 있는 자를 학교장에 임명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 것도 문제이다. 선임과정에서 그 자가 능력이 있는 자이면 다른 후보들과 동일한 조건으로 경쟁하여 임명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교원 임용시 공개전형을 하도록 한 것은 합당하지만, 종립학교 등의 경우 이로 인하여 건학이념을 구현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자를 채용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문제가 있는 법안을 무리하게 밀고 나가는 것도 잘못이고, 문제가 있다고 아예 폐기를 주장하는 것 또한 잘하는 일이 아니다. 이로 인하여 피해를 입는 것은 학생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양측이 절충안을 찾도록 서로 타협하고 양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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