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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논평] 실무 교육에 전념하라고?
[교수논평] 실무 교육에 전념하라고?
  • 박기철 경성대
  • 승인 2004.11.20 00: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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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기 철 / 경성대 광고홍보학 ©
며칠 전 신문을 보니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서울대에서 강연한 내용이 요약돼 실려 있었다. 박 회장은 대학교육의 역할에 대해 이렇게 강력히 주장했다고 한다. “아무리 서울대 졸업생이라도 기업들은 바닥부터 다시 교육시키는 실정으로 대학생들은 4년을 허송세월로 보내고 있는데, 대학이 전인교육의 장이고 학문의 전당이라는 헛소리는 이미 옛 이야기이고, 이제 대학은 ‘직업교육소’라는 점을 현실적으로 인정해야 한다.” 필자는 이런 도전적 발언이 기업인으로서는 마땅히 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기업인들은 대학 교육의 질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고 그 실용적 가치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주장은 탁상공론적인 성리학에서 벗어나 사실에 토대를 둬 실리를 추구한다는 실학의 정신처럼 합리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런 실학적 주장은 커다란 설득력을 가지고 대학 캠퍼스에 점령군처럼 파급되고 있다. 이제 대학의 실무교육은 이 시대의 지배적인 슬로건이다. 대학 특성화로서 실무교육은 지금 절대적 가치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미국식의 기능적 실용주의를 기치로 하는 세계화 흐름의 무한경쟁 시대에 대처하기 위해서 대학은 실학과 같은 실무?실용 교육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주장이 더욱 강하게 대두됐다. 이에 따라 기능적 실무와 관련된 과목들의 비중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인문학이 위기를 맞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이미 오래 전부터 많은 대학들이 실무 교육에 치중하는데도 기업들의 불만은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왜 그런가. 원점에서, 높은 데서 넓게 보는 시각으로 가만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근본적인 이유는 대학들이 기업들의 본질적 욕구를 모르고 철학 없이 피상적 요구에 열심히 맞대응했기 때문이다. 기업의 요구에 대학이 따라가다 보면 실무교육의 섬(practice island)에 빠지고 만다. 그리되다 보니 악순환이 계속 반복되는 것이다. 그래서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같은 거물 기업인이 최고의 인재가 몰려 있다는 서울대에 와서 불만을 터뜨리고 있는 것이다. 기업인은 실무 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대학인은 그렇게 말할 수 없으며 말해서도 안 된다. 대학은 기업의 요구에 따라 가기보다 기업의 요구를 근본적으로 뛰어 넘어야 한다. 지금 대학에서의 실무교육이란 절대적 가치가 아니라 신화적 유행에 불과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 봤을 때 기업이 진정으로 원하는 사람은 들어오자마자 실무를 잘 하는 사람이 아니다. 실무는 입사해서 OJT(On the Job Training)로 익히는 것이 최상의 교육이다. 즉 일선에서 선배들이 하는 걸 보면 자연스레 금방 배울 수 있다. 근본적으로 대학은 실무를 기업보다 더 잘 가르칠 수 없다.

 

그렇다면 실무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그 핵심은 바로 사고이다. 대학이 기업보다 더 잘 가르칠 수 있는 것은 바르게 사고하는 법이다. 기업은 사고력 있는 인간을, 즉 문제해결능력, 이해력, 감수성, 창의력, 통찰력이 있는 인간을 원하고 있다. 대학이 악순환을 불러오는 실무교육의 섬에서 빠져 나오려면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사고 교육을 해야 한다. 기업이 원하는 사람은 사고력이 박약한 어설픈 실무 기능자가 아니다. 그래서 대학은 직업교육소가 아니라 ‘사고훈련장’이 돼야 한다. 대학은 마땅히 실무 중심의 직업교육소가 돼야 한다고 기업이 목소리 높인다고 해서 대학이 그 주장에 맹목적으로 따라가는 것은 교육철학 부재의 소산이다.

 

만일 대학이 기능적 노하우(know how)에 대한 실무교육을 꼭 해야 한다면, 그것은 본질적으로 노와이(know why)에 대한 사고교육을 필히 바탕으로 해야 한다. 대학의 본업은 실무교육이 아니라 사고교육이다. 사고교육이 이루어질 때 실무교육은 더 순리적으로 체득된다. 사고교육이란 실무교육은 물론 지식교육도 뛰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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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2004-11-21 07:21:02
쓰신 글의 내용은, '사고'의 개발이 궁극적으로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다양한 실무적 요구에 능동적이고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본질임을 말씀해 주시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저희 교육에 매우 필요한 지적이라 생각합니다.

하모니 2004-11-20 22:08:42
기업인이 지성인(?)을 훈계했다고 반응하는 논평보다는 보다 진솔하고 객관적인 의견 개진이 좋을 듯 합니다.

수 십만의 대학생, 대학원생이 모두 상아탑 내에서 교수가 되고, 학자가 되자고 교육하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인문학 계열은 논외라 하더라도, 이/공학 교육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산업계에 기여할 수 있는 인력 양성이 대부분의 목표이겠지요?

21C 디지털 시대의 "실무"는 과거의 "실무"가 더 이상 아닙니다. 사고 능력 배양만으로 따라 잡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지적 사고 능력과 적정 수준의 기술이 조합되지 않으면 절대로 선진 기술을 습득할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학교가 분명 "실무"를 가르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논평대로 "지적 사고"의 함양이 제1 과제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그러나, 학교 교육과 산업체 기술간의 거리를 좁히지 못한다면 학교가 매년 배출하는 수십만의 인력은 "헛 교육"된 자원이며, 산업체의 재투자를 필요로 하는 다듬어 지지 않은 자원일 수 밖에 없습니다.

문제의 본질은 "실무" 교육이냐 "사고" 배양 교육이냐 하는 것에 있지 않고, 학교 교육의 현실화 및 효율성 극대화에 있는 것입니다. 산업계로 부터의 불만에 대한 원인 분석과 문제 해결을 위한 현실적인 방안 제시가 논평에서 오히려 필요하지 않은가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