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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스승으로 만들어 준 제자
나를 스승으로 만들어 준 제자
  • 최보람
  • 승인 2021.05.10 11: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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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그리고 스승의 날_ 최보람 용인송담대 간호학과 교수

"어느 날 '교수님은 저의 처음이자 마지막 스승이고, 
제가 은혜를 입은 인생의 멘토에요'라고 문자가 온 날 난 다시 생각하게 됐다."

최보람 용인송담대 간호학과 교수

매년 5월엔 졸업생들이 안부전화와 함께 본인 소식을 전하며, 졸업생 동기들과 손을 잡고 학교로 오거나 직장생활에 대한 지도교수를 통한 고민상담, 재학생들에게 주는 조언 등 이런 광경들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작년에 이어 올해도 코로나19로 인해 각 대학에서는 교수들과 학생들이 인사하는 풍경을 찾아보기 힘들다. 게다가 1년 이상 지속된 대면·비대면 혼합방식의 교육환경에서 대학은 방역을 강화해야 하므로 졸업생의 방문은 더 어려워졌다. 그러나 전화를 포함한 SNS, 화상통화시스템 등의 방법으로 안부를 전하는 방법이 생겼고, 20~30대 세대들에서는 오히려 더 익숙하며, 나 또한 이젠 적응하고 있다.  

요즘 전문대학은 과거에 비해 취업의 다양성 등을 알아보고 유턴 입학생이 증가하고 있다. 이들 중 지금은 직장인으로 사회활동을 하고 있는 제자(멘티)에 대해 소개해보고자 한다. 일반대학 의료정보과에서 학위를 마친 후 2014년 간호학과로 입학한 이른바, 유턴 입학생으로 4년의 학업을 마친 후 간호사 국가고시 합격과 취업에 성공한 졸업생 제자로 지금은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4년차 직장인이다. 

전문대학에는 취업이 잘 된다는 이유로 간호학과에 입학한 학생들이 있는 반면, 과거에 비해 인터넷에서의 정보들이 많아 자신의 꿈이 간호사라는 절실함을 가지고 입학한 학생들도 늘었다. 입학 후 재학기간 동안 이론과 실습을 소화할 수 있도록 지도교수와의 상담 등을 통해 설정을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취업을 원하는 대학병원에서의 업무에 대한 적응을 어려워한다. 소개하고자 한 제자도 재학기간 동안 학점·등수, 국가고시 시험 준비 및 취업 고민 등으로 몇 번의 슬럼프가 왔지만 몇 번의 상담을 통해 휴학 없이 학업을 마쳤으며, 국가고시 준비, 취업 등을 모두 잘 해냈다. 

“간호사 국가고시 합격과 취업 모두 교수님 덕분이에요. 교수님, 감사합니다” 란 말을 한 그 제자는 또래보다 나이가 좀 많아 취업을 걱정했지만, 2곳에서 취업이 확정됐고, 지도교수인 나와 학생 부모님과 상의 후 자신에게 적합한 대학병원으로 정했으며, 졸업 후 바로 병동 간호사로 입사했다. “교수님. 발령받은 부서에 입사동기가 13명이나 있어서, 너무 좋아요.” 대학병원에 출근한 나의 멘티는 너무 기뻐했고, 업무를 혼자 독립할 수 있도록 자신의 교육을 담당하는 부서의 프리셉터에게도 감사하다고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임상에서 적응해야 하는 현실은 고되다고 밝혔다. 정규직으로 입사했지만, 처음 3개월은 수습기간이었으며, 부서에 적응할 수 있도록 신규간호사에게는 교육을 위해 1:1 프리셉터가 따라다니면서 환자 직접간호를 교육하며 신규간호사가 업무를 혼자 할 수 있도록 교육시킨다.  또 필요한 지식에 대하여 가르치고 매일 숙제와 시험 등이 있는 시기이도 하다. 신규간호사가 정신과 신체가 가장 힘든 시기가 이때이고, 정신적 지주가 필요한 시기이다. 제자는 입사 후 자주 문자와 연락이 왔었다. 여러 번의 상담을 통해 나의 멘티는 포기하지 않고, 3교대 근무를 하면서, 재학생 때보다 더 열심히 하기를 마음먹고 실천했다. 

입사 3개월 후 “교수님. 저 업무 독립했어요! 그런데, 제가 병원에서 언제까지 버틸 수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입사동기들이 다 사직하고 부서에는 이제 동기가 없어요”라고 그 제자는 말했다. 사실 대학병원에서의 신규간호사 사직 및 이직률은 타 직종에 비해 높은 편이다. 따라서 처음 1년은 간호사로서 임상에 적응할 수 있도록 멘토 교수의 상담과 지도가 필요하다. 

그렇게 입사 1년이 지난 후, 그 제자는 “부서에 신규 간호사가 들어와서 제가 선배로 많이 가르쳐주고 있고 이제 후배를 챙겨주고 싶어요”라는 내용으로 연락이 왔다. 다행히 4년차 직장인이 된 지금까지 이직 없이 일을 하고 있으며, 매년 5월 자신의 소식을 전해준다. 

내가 생각하는 지도교수는 학생이 사회인으로서 필요한 인성, 전문지식 및 덕목 등을 배우고, 이를 분야에 적용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주는 것이 멘토(지도교수)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왔다. 어느 날 “교수님은 저의 처음이자 마지막 스승이고, 제가 은혜를 입은 인생의 멘토에요”라고 문자가 온 날 난 다시 생각하게 됐다. 항상 나를 자신의 스승이라고 말을 해주는 제자는 처음부터 내가 스승으로 가르침을 시작했던 것이 아니라 내가 멘토로써 역할을 함으로써 학생들이 나를 스승으로 만들어주었던 것이다. 즉, 멘토는 대학에서의 전공지식 함양도 중요하지만, 멘티가 졸업 후 사회인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조력자로 지혜와 용기를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느낀 순간이었다. 

어느덧 5월이다. 나를 스승으로 만들어준 제자는 항상 꽃길만 걸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하지만 입에 쓴 약이 몸에 좋다는 말이 있듯, 약이 되는 고난은 피하지 않고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전문직업인이 되길 희망한다.  

최보람 용인송담대 간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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